노자와 도가 중의 노자학

‘노자’라는 책은 초나라 사람인 이이가 쓴 전국시대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사마천은 이이를 전설 속의 노담으로 병치시켰는데 노담의 모습은 신령과도 같아 전설 속 인물의 모습이다.
이이가 쓴 기록에 노담의 전설이 더해진 후 순자, 장자 이후에는 노자학을 노담의 학문으로 여겼다.

- 노자학과 장자학
노자학과 장자학의 학설은 같은 듯 다르다는 것에 주목하자.
전국시대 이후 노자학은 한대 초엽에, 장자학은 한대 말엽에 성행했다.

- 도, 덕
고대의 도는 사람의 도인 인도를 일컬었으나, 노자는 도에 형이상학적 의미를 부여하여 천지만물의 생성에 도라는 것이 있다라고 이름지었다.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른다.

- 사물에 대한 관찰
사물이 발달하여 극에 이르면 그 반대로 흐른다. 마치 정-반-합의 변증법을 떠올리게 한다. ‘노자’는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운동이라 했다.

- 처세의 방법
만약 어떤 모습으로 살고자 한다면 그 반대의 측면에 머물러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반-합의 논리다.

- 정치철학
종종 사회-정치 제도는 원래의 목적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욕망과 지식에 대한 ‘노자’의 태도
욕망을 만족시키려 하느니 차라리 욕망을 줄이려 애쓰는 것이 낫다. 욕망을 지식에까지 확장시킨다. 헌데 끝을 모르는 욕망을 어찌 줄일 수 있나. 결국 만족에 가 닿지는 못할 것 같다는 면에서 ‘노자’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 이상적인 인격과 이상적인 사회
덕이 두터운 이는 갓난아이에 비할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원시 사회가 아니라 소박함을 지키는 사회이다. 야만을 함유한 문명의 경지로 오래 지속 가능한 문명이다.

"초연히 홀로 신명과 더불어 거했다"는 말과 "홀로 천지의 정신과 더불어 교류했다"는 말만이 같은 의미이다. 이외에, 『노자』학은 여전히 선후(先後), 자웅(雌雄), 영욕(榮辱), 허실(虛實) 따위의 분별에 주목하여, "단단하면 깨지고 예리하면 꺾임"을 인식하고, 깨지지 않고 꺾이지 않을 술(術)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자학은 "사생을 도외시하고 시종을 무시한다." 『노자』학에서 주목한 내용은 장자학에서 주목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 것들이었다." - P279

도가라는 명칭은 한나라 사람이 수립했다. 그들이 노장을 같은 도가로 여긴 것은, 『노자』학과 장자학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다같이 당시의 모든 전통적인 사상과 제도에 대한 반대파였기 때문이고, 또『노자』학과 장자학이 논한 도·덕의 두 근본 관념도 같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나라 사람이 그들을 도가로 통칭한 이유였다. - P281

초나라 사람은 주(周)나라 문화를 동경할 경우 북으로 유학 가야 비로소 그것을 획득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나라 사람은 비록 주나라 문화의 혜택을 입지는 못했지만, 또한 주나라 문화의 구속도 받지 않았던 만큼 그들에게는 극히 신선한 사상이 많았다. 『한서』 「지리지(地理志)」에 따르면 "초나라는 양자강과 한수(漢水]를 비롯하여 강과 못 그리고 산림의 풍요한 혜택을 입어 인민들은 먹을 것이 항상 풍족했다. 그래서 나약하기는 했으나 삶을 즐겼고 재물을 축적할 줄 몰랐다. - P281

사물은 유(有)라고 이름할 수 있지만, 도는 사물이 아니므로 다만 무(無)라고만 일컬을 수 있다. 그러나 도는 천지만물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유라고도 일컬을 수 있다. 따라서도는 유무를 겸한 말인데, 무는 도의 체(體)를, 유는 도의 용(用)을일컫는다. - P285

도라는 것은 아련하고 어렴풋하다(侊憁).
어렴풋하고 아련하지만, 그 가운데에 형상이 존재하고,
이아련하고 어렴풋하지만, 그 가운데에 실체가 존재하고,
그윽하고 아득하지만, 그 가운데에 정기가 서려 있고,
그 정기가 너무나도 진실하여, 그 가운데에 증표가 있도다! - P287

"덕은 도의 거처(舍)이다." 사(舍)는 당연히 머물러 깃든다(舍寓)는 의미로, 덕은 바로 도가 사물에 깃든 것이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덕이란 사물이 도로부터 얻은 바에 의해서 그 사물이되는 것을 말한다. - P288

인간사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통칙(通則:常)은 다음과 같다.
천하의 정복은 영원히(常) 사건을 일으켜서 된 적이 없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常) 완성단계에서 그르친다. 합니다
살생의 주관자(司殺者 : 즉 天道)가 살생하는 것이 통칙(常)이다.
천도는 편애가 없는지라, 영원히(常) 선인(善人) 편에 있다. - P290

만물은 아무리 번성해도, 저마다 그 근본(根:道)으로 복귀한다.
근본(도)으로 복귀하는 것이 바로 "정적(靜 : 만물의 본질적 상태)"이고,
그것을 일컬어 "복명(復命 : 운명에의 복종)"이라고 한다.
복명(復命)이 바로 "통칙(常 : 영원한 법칙)"이고,
통칙(常)을 아는 것이 바로 "개명(明)"이다.

통칙(常)을 아는 사람은 관용적이고(容),
관용적이면 공평무사하고(公),
공평무사하면 포용적이고(周),
포용적이면 광대하고(大),
광대하면 도에 부합하고(道),
도에 부합하면 영구하고(久),
종신토록 위태롭지 않다(歿身不殆). - P291

오직 굽음을 내포한 곧음, 서투름을 내포한 기교라야 지극한 곧음, 지극한 기교인즉, "정"과 "반"의 "합"이다. 따라서 지극한 곧음은 굽은 것이 아니라 굽은 것 같을 뿐이고, 지극한 기교는 서툰 것이 아니라 서툰 것 같을 뿐이다. "통칙을 아는 개명한" 사람은 "웅성을 알고 자성을 지켜", 항상 "합(合)"의 경지에 처하므로 "종신토록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 - P297

사회진화의 측면에서 보면 원시사회는 이름이 없는 이른바 "박(樸 : 제작하지 않은 원재)"이고, 제작에는 이름이 있으니 이른바 "박이 흩어져 기물이 되면, 성인은 그 기물들을 사용하여 백관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말이다. "이름이 이미 생겼으면", 오직 "그칠 줄 알아야 위태롭지 않을 수 있으므로," 너무 많이 제작하여 그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P301

욕망을 줄이는 것(寡欲)은 즉 절제이다.
욕망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노자』는 또 지식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1) 지식 자체가 본래 욕망의 한 대상이고, (2)지식은 우리로 하여금 욕망의 대상을 많이 알게 하여 "만족할 줄 모르게(不知足)" 하고, (3)지식은 우리가 노력하여 욕망의 대상을 획득하도록 도움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칠 줄 모르게(不知止)" 하기 때문이다. 즉 "배움(학문)의 추구는 [욕망과 지식을] 끊임없이 더하는 것이다"는 말이다. - P303

나는 홀로 담박하여 아무런 동요가 없는 것이, 마치 영아(嬰兒 : 젖먹이)가 아직 웃을 줄 모르는 것과 같도다! - P304

국가는 작고 그 구성원은 적어야 한다.
설사 아주 우수한 효력의 기물이 있더라도 [쓸데가 없어]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을 중시하고 멀리 이사가지 않게 한다.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사용할 데가 없고,
갑옷과 병기가 있어도 쓸 일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결승문자[結繩文字]를 사용하게 하고,
음식을 달게 먹고, 옷을 아름답게 입고,
안온하게 거처하고, 전원생활(俗)을 즐기도록 한다.
이웃 나라가 앞에 보이고 닭 울고 개 짓는 소리가 들려올지라도,
사람들은 늙어가도록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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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7-19 2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노자 철학이 역설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위를 행한다는 것, 문자를 부정하면서 그 사상을 책으로 남기는 부분이 그런 예라 여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노자의 철학에서 제국의 모습을 발견하는 해설에 한편으로 수긍하게 됩니다...

거리의화가 2022-07-20 11:39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저는 노자 하면 무위, 은둔하는 삶, 자연과 물아일체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읽어보니 범위가 상당히 넓더군요. 욕망에 대한 것이나 노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사회를 생각해보면 말이죠. 정반합의 이치도 그렇습니다^^

페크pek0501 2022-07-20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자가 말하는 소박함을 지키는 사회, 마음 끌리네요. ^^

거리의화가 2022-07-20 22:47   좋아요 1 | URL
페크님 저도 노자의 이상 사회가 좋더군요. 적당한 기준이라고 할까요. 바닥도 아니고 과한 것도 아닌 어느 정도의 만족함인 것 같아서 말이죠.
 

전국시대의 “백가 학설”

맹자 시대에 제나라 직하는 학술과 사상의 중심지였다.
맹자 역시 직하에 거하면서 “정치에 종사하지 않고 학술적 의론에만 전념했”다.
직하의 여러 선생들의 저서는 현재 모두 찾을 수 없다.

양주의 학설은 맹자가 크게 알린 것 외에는 그후 언급한 사람이 매우 적다.
양주의 주장은 맹자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양자(楊子 : 즉 양주)는 ‘나 자신만을 위한다(爲我)‘는 주장을 하여, 자기의털 하나를 뽑으면 온 천하가 이롭게 된다고 해도 행하지 않았다." - P217

맹자가 "양주의 위아주의는 임금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한 경우이다. "자신만을 위함(爲我)"은 오로지 "자기 한 몸 깨끗하게 하려는 일"이고, "임금의 존재를 부정함"은 "대륜을 어지럽힌 일이다." 이런 소극적인 "은자"가 바로 양주 학파의 선구자였다. - P222

양주 이후에 노장(老莊)의 무리가 흥기했다고 하겠는데, 노장은 모두양주의 실마리를 계승했고 또 그들의 사상 중에는 양주가 밝히지 못한 바를 탁월하게 밝힌 부분이 있어서 드디어 양주라는 이름은 노장에 가려지고 말았던 것이다. 따라서 양주의 언설은 소멸한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소멸하지 않았다. - P223

양주(일파)가 말한 것은 주로 우리 스스로 자신의 생을 손상시키지 않을 방법(道)이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살면서 스스로 자신의 생은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를 손상시키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물은 항상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로 자신을 손상시켜서도 안 되지만 또한 나를 손상시키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물에도 대처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의 양주의 방책은 오직 피(避 :도피)라는 한 글자의 비법이있었을 뿐인 듯하다. 예컨대 "은자"의 "피세(避世)"가 그 예이다. 그러나 인간사는 변화 무궁해서 피하지 못할 해는 늘 있는 것이다. - P231

내게 큰 재앙(患)이 있는 이유는 내게 몸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몸이 없다면 무슨 재앙이 있겠는가?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깨달음(大澈大悟)의 말이다. 장자학은 이것을 계승하여 "사생을 하나로 여기고 남과 나를 동일시함(同人我)"에 대해서 논했다. [주관적으로] 해를 해로 여기지 않는다면 해는 비로소 진정 [우리를] 손상시킬 수 없다. 이로써 보건대, 노자의 학설은 양주의 학설의 진일보요, 장자의 학설은 그것의 진이보라고할 수 있다." - P232

진중자는 부귀를 버리고 오릉에 살면서, "자신은 짚신을 삼고 처는길쌈하며", 형의 봉록과 집은 "불의하다고 여겼다." 그가 왜 그것을 불의하다고 여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주장은 근거가 있고 말은 이치가 서 있어서 우직한 대중을 기만하고 미혹하기에 충분했음"에 틀림없다. 또 제후들 사이에 이름이 나서 당시 통치계급의 깊은 증오를 받았으니, 한 시대의 명인(名人)이었음에 틀림없다. - P234

『한서』 「예문지」에 따르면, 농가학파는 "성왕을 받들지 않았고, 임금과 신하 모두 쟁기질해야 한다고 하여 상하의 질서를 어지렵혔다." 이 학파의 학자들은 정치와 사회에 대해서 극히 새롭고 이상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 P236

맹자는 "인성은 본래 선하다고 설교했다." 그리하여 인성과 도덕의 관계는 당시에 하나의 문제가 되었다. 당시에 맹자와 이 문제를 논변하여 맹자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으로 고자(告子)가 가장 유명했다. - P236

고자에 따르면 성은 단지 생래적으로 그런 인간의 속성(性質)이다.
즉 "생 그 자체가 성이다"는 말이다. 이 성은 바로 천연의 산물로서 예컨대 물이나 버들처럼, 선(善)이랄 것도 없고 불선(不善)이랄 것도 없다. 즉 "성에는 선도 없고 불선도 없다"는 말이다. 후천적으로 생긴 선악은 교육과 습관의 결과이다. - P238

대략 고자의 부동심은 강제로 부동(不動)케 하는 것이고, 맹자의 부동심은 함양의 결과, 즉 "의로운 행위를 축적해서 생긴 것"으로서, 저절로 부동하게 되는 것이다. 고자는 의는 외적인 것임(外)을 주장했기 때문에, 맹자가 말한 "의로운 행위를 축적해서 생긴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없었다. 따라서 맹자는 말하기를 "고자는 의를 이해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의를 외적인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 P239

『장자』 「천하편」과 앞에 인용한 책들의 내용에서 보면, 윤문과송경의 학설은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1)"만물을 대하면서 편견(울타리)의 제거를 최우선시한다."
(2)"마음의 관용이 바로 마음의 작용이라고 언명했다."
(3) "본심은 조금 욕망한다(情欲寡)."
(4) "모욕당함은 수치가 아니다는 주장으로 사람들의 싸움을 막는다."
(5) "침공금지와 전쟁종식의 주장으로 세상의 전쟁을 막는다."
(6) "천하의 안녕을 도모하여 인민의 목숨을 살리고, 남과 나의 생계를 모두 충족시키는 데서 그친다." - P244

「천하편」의 말에서 보면 팽몽 등의 학설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만물의 평등성(齊物)을 으뜸으로 삼는다."
(2) "공변되어 편당이 없고 평이하여 사실이 없고 결연히 아집이 없다."
(3) "지식을 폐기하고 자아를 버려 부득이한 길만 따른다."
(4) "성현은 필요 없다(無用賢聖)."
(5) "흙덩이는 도를 상실하지 않는다(塊不失道)." - P253

음양오행가는 제(齊)나라가 근거지였다. 제나라 지역은 바다에 연해 있어서 비교적 신기한 견문이 많았던 까닭에 제나라 사람들은 황당한 이야기를 잘했던 것이다. 전국시대 제자(諸子)는 황당한 이야기를 언급할 때면 매번 제나라 사람의 말이라고 했다.
제나라 사람들의 허풍은 한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했다. 그 사람들은 허풍스러웠기 때문에 황당한 말을 좋아했고, 따라서 추연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학설이 출현했던 것이다. - P271

고대의 술수(術數) 가운데 "천문", "역보", "오행" 등은 모두 이른바 "천인지제(天人之際)"에 주목하여 천도와 인간사는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전국시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더욱 이런 종교적 사상을 부연하고 이론화하여 하나의 일관된 우주관으로 성립시켰다. 또 상상력을 구사하여 자연계와 인간계에 대해서 갖가지로 추측했다. 이런 사람들이 곧 한인(漢人)이 일컬은 음양가학파(陰陽家者)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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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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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TV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 등을 본방사수 하지 않아도 미디어 구독이나 온라인 다시보기 서비스로 얼마든지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본래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인데다 그마저도 콘텐츠 시장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선택의 범위가 늘어나니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귀찮아서 시청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이 책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속의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탐구한 책인데 여기서 내가 본 콘텐츠가 손에 꼽는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온라인 검색을 이용해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확인하면서 읽었다.

직접 보았다면 더 이해가 잘 되었겠지만 그렇다 해도 책을 보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간단한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설명해주고 왜 이 콘텐츠를 선택했는지 이해를 돕고 있어서다.

 

되짚어 보면 과거의 미디어 속 여성들은 순종적인 여성상으로 비춰진 경우가 많았다. 남자들에게 굴복하거나 원치 않은 일을 강요받거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등의 경우였다.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는지. 귀남이와 후남이로 대표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당시에도 후남이는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여성상을 담고 있었다. 또 하이킥 시리즈에서 여성들 앞에는 책상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하이킥이 나온 것이 2000년대였음을 감안할 때 생각보다 꽤 최근까지 여성들의 모습은 제한적으로 비춰지도록 강요받은 셈이다. 왜 우리는 이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는가.

 

아이돌 시장이 커지고 K팝이 인기를 끌면서 생긴 문제는 무엇이었나. 신체적 억압과 강요였다. 청순 또는 섹시 컨셉으로 10대 때 데뷔하여 이미지화된 그들은 그 것에 갇혀 지내다 6-7년을 못 채우고 20대 초반 또는 중반에 더 어린 소녀 아이돌에 자리를 내어준다. 끼가 있는 것은 마치 소비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는 소속사 대표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모습이나 발언을 하면 손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작 20대의 나이에 찾아온 박탈감에 약물이 없으면 견뎌 내지 못하거나 자살로 내몰린다.

 

나는 예능을 즐겨 보는 편이다. 예능계에 여성의 자리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정말 그 입지가 좁아 보인다. 물론 최근에 송은이와 김숙, 박나래를 비롯한 여성 예능인들이 있으나 여성 예능인들의 계보를 설명하려 하면 아주 예전 이성미 이후 한동안 여성계에 예능인의 자리는 거의 미미할 정도로 작았다고 볼 수 있다.(이경실, 박미선 정도가 있었을까? ) 이성미가 코미디 대상을 받은 이후 28년 동안 여성 예능인의 수상이 없었다는 것이 씁쓸함을 일게 한다. 그들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연기도 되고 말로 웃기는 능력이 출중한데 오히려 다른 분야의 남성들이 예능계에 자리하는 동안 여성들의 자리는 오랜동안 자리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모든 콘텐츠를 볼 자신은 없고 눈여겨 본 콘텐츠를 두 개 정도 골랐다.

<런 온>과 <토이스토리4>다.

 

화면 속 인물들이 점점 풍성해지면서 '여성 배우 가뭄'이라는 궁색한 변명도 쏙 들어갔다. 이젠 질적 수준을 높일 차례였다. 여성 주인공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생을 이끌면서 자유롭게 현대적 가치를 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구조가 필요했다. 그리고 <런 온>을 봤을 때 짜릿하고 통쾌해서 정수리에 소름이 돋았다. 이젠 "공부를 좀 하라고. 젠더 감수성."이라는 말을 가볍게 던지는 인물(서단아)까지 만나게 된 것이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사수하고, 의지대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세계가 바로 <런 온>에 존재했다.  - P130~131

 

더 이상 보핍은 예쁘기만 한 양치기 소녀가 아니다. 거추장스러운 치마를 벗어던지고 삶에 주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두 다리 편안한 바지로 갈아입었다. 일종의 픽사의  선언과도 같았다. - P273

 

<런 온>은 JTBC 드라마로 여성 캐릭터들이 갇혀 있지 않으면서 살아있고 남성 캐릭터조차도 기존과는 다른 지점이 보여 관심이 간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3편은 보았으나 하필 4를 보지 못했는데 소개한 내용을 보니 흥미진진하여 4편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머릿 속에 오랜동안 자리한 콘텐츠가 있다. <빨간머리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고 이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찾지 못해 아쉽기까지 하다.

앤이 좋은 이유는 인물의 성장과 인물 간의 연대와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남자 캐릭터의 한계는 보이지만 그들도 어쨌든 성장하기에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각 챕터 마지막에 관련된 질문 꼭지를 넣어두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좋아서 평점 별 3개를 줄려다가 4개로 변경하였다.

 

나처럼 이 책을 통해서 괜찮은 콘텐츠를 찾고 정주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챕터 마지막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 미디어를 볼 때 그 속에 편향성은 없는지, 여성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눈여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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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8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하나하나 찾아봤는데요. 거의 본게 없어서 신기하기도했고 생각못했던 부분을 짚어주어 좋았어요^^*

거리의화가 2022-07-19 09:05   좋아요 2 | URL
거의 본 게 없더군요ㅎㅎㅎ 특히 최근에 올수록 드라마를 잘 안 봐서인지^^; 그래도 작품에 대한 기본 정보와 선택한 이유를 적어놓아서 읽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기존 미디어가 여성을 외면하거나 잘못 그려놓은 것이 이리도 많았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희선 2022-07-19 0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 캐릭터도 많이 바뀌어야 할 텐데... 이렇게 말했지만 드라마는 안 봐서... 이제는 여러 가지 생각하고 만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전한 것도 있겠습니다 소설을 보면서 생각해도 괜찮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19 09:07   좋아요 2 | URL
여성 캐릭터가 아주 최근이 되어서야 조금은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별 다름이 없었던 것 같구요. 여권 신장과 맞물린 부분도 있겠지만 여전히 개선될 부분도 많아보여요. 소설도 마찬가지죠~ 앞으로 볼 때 눈여겨보려구요.

mini74 2022-07-19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들과 딸 보면서 감정이입하며 울었던 분들 많으시죠 ㅠㅠ 벡델테스트 통과한 영화 등이 적은거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벡델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한 옛날 문학작품이 작은 아씨들, 빨강 머리앤, 소공녀, 하이디라고 하는 기사들 봤어요..

거리의화가 2022-07-19 09:3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아들과 딸 저희 부모님은 좋아했는데 저는 당시에도 분통터지면서 봤던 것 같아요ㅠㅠ 작은아씨들, 빨간머리앤 이런 류의 작품은 그 시기가 19세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봐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작품들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시간이 지나도 젠더감수성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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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콘텐츠는 여성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지워져있거나 순종적인 여성, 성적인 대상화된 여성 또는 악녀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말고 우리가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있었던가. 미래를 위한 콘텐츠 시장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시청자의 시선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질문을 얻은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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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18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워져있거나 순종적인 여성, 성적인 대상화된 여성 또는 악녀의 모습]

각종 미디어물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세뇌 되고 있는 이미지,,,,

시청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찾아 내서
고쳐나가야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18 16:28   좋아요 3 | URL
스콧님 백번 천번 맞는 말씀입니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변화되어야 미디어도 변화될 수 있는 입지가 커질 것 같아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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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거리에 있다. 군중 속에 나는 우리 한 사람한 사람이 역사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반 페이지만큼의 역사를, 또 어떤 사람은 두세 페이지만큼의 역사를 우리는 함께 시간의 책을 써내려간다. 저마다 자신의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뉘앙스의 함정. 그래서 이 모든 진실의 외침을 명확히 들어야만한다. 이 모든 것 안에 녹아들고 이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거리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를 하나로 잘 버무려내야 한다. - P26

전쟁을 겪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전쟁은 멀리하고 싶은 것일테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을 중심 으로 한 지역에 참전했거나 전쟁을 목격한 200여 명의 여성을 작가가 인터뷰한 기록이다. 2차 세계대전은 세계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참혹한 전쟁이었다. 때문에 여자들, 심지어 많은 10대 소녀들도 참전했는데 특히 소련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웠다. 전쟁은 남자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200여 명의 여성들을 통해서 분명히 아니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고, 또여자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 P17

우리가 들어온 전쟁 실화(또는 영화 등의 픽션)는 몇 명의 사람이 죽었는지, 이겼는지, 졌는지만 이야기하므로 전쟁을 결과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과정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이는 전쟁터에 대한 잔혹한 묘사나 적에 대한 증오에 대한 감정 등을 표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독특한 지점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이 어떤 배경으로 참전을 하게 되었고, 또는 전쟁을 목격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터뷰라서 느낄 수 있는 가감 없는 당시의 솔직한 감정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군인들이 겪어야 했을 편견과 무시, 여성 보급품에 대한 배려 없음으로 생긴 불편함 등도 엿볼 수 있다.

지금 기억으로 대령 이름이 브로트킨인가 그랬는데, 아무튼 지휘관인 그 대령이 우릴 보더니 버럭 화를 내는 거야. ‘성가시게 꼬맹이들이 달라붙었군. 이건 뭐, 여성무용단이라도 온 거야? 무슨 발레단이 온 거냐 말이야! 여긴 전쟁터지, 무도회장이 아니라고! - P70

"다들 서둘러 병사가 됐어... 생각하고 말고 할 새가 없었거든. 자신의 감정을 고민해볼 시간이 없었지." - P75

나는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귀염둥이 딸이자 집안의 응석받이였어. 그런데 그 응석받이가 전쟁터로 간다며 그 긴머리를 댕강 자르고 남자애처럼 짧은 머리로 나타났으니. 엄마, 아빠는 한사코 나를 말리셨어. 하지만 나는 '전선으로 갈 거예요. 전선으로 보내줘요! 전선으로!'라고 날마다 '전선, 전선' 노래를 부르며 고집을 꺾지 않았어. - P97

남성 군인들의 편견과 무시, 조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을 그녀들을 생각하면 존경이 인다. 생각해 보면 다들 10대의 나이였을텐데 말이다.

우리는 여자인 우리보다 두세 배는 더 무거운 남자들을 부여안고 끌고 해서 전장에서 구해냈어. 부상자들은 특히 더 무거웄지. 부상자 하나만도 벅찬데, 무기도 챙겨야지, 게다가 부상자는 외투에 군화까지 신고 있잖아. 8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부상자를 둘러멘 건지 질질 끄는 건지 모르게 데려오다보면 부상자가 미끄러져 떨어지곤 했지.. 그러고는 또 80킬로그램 나가는 다음 부상자를 구하러 전장으로 달려갔어... 그렇게 한 번 전투가 있을 때마다 대여섯 번은 나가서 부상자들을 구해냈지. 정작 그러는 나는 몸무게가 48킬로그램이었는데 말이야. 발레나 해야 할 몸이었지. - P151

몇십 년이 지나서야 유명한 여기자 베라 트라첸코가 중앙일간지 '프라우다'에 처음으로 우리 이야기를 실었어. 여자들도 참전했다는 기사를 쓴 거야. 그리고 그 여인들이 지금 홀로 남겨져 집 한 칸 없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렸지. 우리는 이 신성한 여인들에게 빚을 졌다면서. 그제야 사람들이 여성 참전용사들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어. 마침내 정부에서도 나이가 사오십이 되도록 집도 없이 기숙사에 살고 있던 이 여인들에게 집을 내주기 시작했고. - P200

'존경하는 사령관님, 한번 말씀해보세요. 우리 소녀병사들은 지금 거의 혼자 살아요. 결혼들을 못했죠. 다들 콤무날카에 산다고요. 그들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이 누구라도 있나요? 보호해준 사람은요? 전쟁이 끝나고 당신네 남자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거죠? 배신자들!' - P224

"우리는 애를 참 많이 썼어... '여자들이 그렇지 뭐!'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그리고 우리가 남자들 못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남자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어. 하지만 남자병사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깔봤고 아주 거만하게 굴었어. '여자들이 무슨 전쟁을 한다고...'라는 식이었어. 그렇다고 우리가 어떻게 남자가 되겠어? 그럴 순 없는거지. 우리 생각은 하나였어. '우리는 원래 남자와는 다르게 태어났다.' - P357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불을 뿜을 땐 나를 '누이! 누이!'라고 부르다가도 전투만 끝나면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다들 기회만 엿봤으니까... 밤이면 막사에 틀어박혀 아예 나가질 않았어. 다른 여자들도 이 이야기를 하던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아마 말하기 창피했을 거야... 그래서 입을 다물었을 걸. 다들 자존심은 세가지고! 하지만 그런 일은 정말 있었어. 왜냐하면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니까. 새파랗게 젊은 나이게 죽어야 한다니, 억울하잖아... 그리고 남자들이 4년이나 여자 없이 지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우리 군엔 매음굴이 없었어. 그래서 알약 같은 것도 나눠주지 않았지. 4년 내내... 지휘관들은 그대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지만 사병들은 아니었어. 군율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선 다들 침묵하지... 보통 그런 건 말하지 않는 법이니까... - P411

성폭행당한 독일 여자를 봤어. 여자는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어. 다리 사이에 수류탄이 박힌 채... 몇 달후에... 우리 대대로... 독일인 아가씨 다섯 명이 지휘관을 찾아왔어. 흐느껴 울더라고... 산부인과 의사가 아가씨들을 검진했더니 여자들 그곳이 많이 상해 있었어. 심하게 찢겨 있었지. 팬티는 온통 피로 물들고...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야. 병사들이 줄을 서서 그 짓을 한 거지. - P517

남자와 똑같이 참전하여 열심히 싸운 여성 군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그들의 참전 사실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심지어는 공훈도 주어지지 않아 힘든 삶을 사는 이들도 많았다.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을텐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을 그들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막연한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씁쓸해진다. 심지어 남성 군인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다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전쟁 후에 그들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끔찍하다.

거긴 중립지대였어. 만약 적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채면 언제고 포탄이 날아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우리 병사들이 아기가 태어난 소리를 듣고는 '만세! 만세!'하고 외친 거야. 최전선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거야! 물을 가져왔지만 데울 데가 없어서 그냥 찬물로 아기를 씻겼어. 아이 엄마가 덮고 누운 낡은 천조각들 말고는 집안에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 나는 며칠을 그렇게 밤마다 농가로 찾아갔어. 진격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농가를 찾아 작별인사를 했지.
-이제 못와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곧 떠나요.
여자가 남편에게 라트비아어로 뭔가를 물었어. 남편이 통역해주었지.
-집사람이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묻는데요.
-안나예요.
-집사람이 아주 예쁜 이름이라네요. 당신 이름을 따서 우리 딸도 안나라고 하겠대요.
여자가 살짝 몸을 일으키더니(아직 일어나 앉지는 못할 때였어) 나에게 조개로 된 아름다운 분톻을 내밀었어. 모르긴 몰라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값나가는 물건인 것 같더라고. 분통을 열었지. 그러자 사방에 총탄이 날아다니고 포성이 울리는 그 한밤에 분 향기가 퍼지는데...
아, 그건 정말 특별한 무엇이었어...
- P360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매 페이지마다 눈물이 차올랐고,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누릴 수 있었을 일상이 빼앗긴 상황이 너무 처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녀야 했을 나이, 공부를 하고 친구를 사귀고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편하게 살 수 있었던 이들이었다. 하루 아침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부상 또는 사망으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렸다. 전장에서의 모습도 등장하지만 전쟁터에 가기 전 부모와 딸이 헤어지던 장면,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돌아간 집에서 폭삭 늙어버린 딸을 못 알아보는 부모의 모습은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살아 돌아왔으나 부상 등의 후유증으로 신체 장애를 입거나 성폭행 경험으로 영영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많은 이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랴.

"엄마가 기차로 뛰어왔어... 우리 엄마는 무척 엄격했어. 우리가 귀엽다고 입을 맞춰주거나 칭찬해준 적이 한 번도 엇었지. 자식 중에 누가 뭘 잘해도 그저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면, 그걸로 끝인 분이었어. 그런데 그런 엄마가 기차로 막 달려오는 거야. 와서 내 머리를 끌어안고 정신없이 입을 맞췄어. 입을 맞추고 또 맞추고. 그러고는 내 눈을 바라보는데... 하염없이... 그렇게 한참을... 나는 이제 엄마를 볼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알았지. 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군용배낭도 내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 P104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을까요?
엄마는 난로에 불을 지폈고, 남동생 둘은 입을 게 없어서 발가벗은 채로 바닥에 쌓인 짚더미 위에 앉아 있었어. 엄마가 나를 몰라보고 대답했어.
-아가씨, 당신도 봐서 알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산다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봐요.
내가 가까이 다가갔어.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아가씨, 다른 곳을 찾아보라니까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나는 몸을 굽혀 엄마를 끌어안고 조용히 말했어.
-엄마, 우리 엄마!
그제야 엄마도 동생들도 나를 알아보고는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어... 울부짖는데, 아...
- P109

우리는 열여덟, 스물 나이에 전선에 떠났다가 스물, 스물넷이 돼서 돌아왔어. 처음엔 기쁨에 들떴다가 나중엔 무서워졌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데 뭘 해야 하지? 평온한 삶 앞에서 공포가 밀려왔어... 그새 다른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했는데, 우리는 뭐지? 우리는 우리의 전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 우리가 아는 것도 전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전쟁이었지. - P220

창밖을 보면 겨울풍경이 너무 아름답잖아. 하얗게 눈을 맞고 선 전나무들은 무슨 동화 속 나라에 나오는 나무들 같고. 걱정이고 뭐고 한 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지... 하지만 또다시..." - P239

상냥하고 부드러운 되는 법을 배워야 했어. 연약하고 가냘픈 여자가 되는 법을. 하지만 발은 이미 치수 40의 군화에 길들여졌는데. 누가 나를 끌어안으면 영 어색했어. 그리고 내 일은 내가 책임지는 데 익숙했지. 부드럽고 달콤한 말을 바라면서도 정작 그 말을 들으면 이해를 못했어. 나한텐 그게 애들 장난 같았으니까. 전선에서 남자들과 지내며 러시아 쌍욕만 들었으니까.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시를 읽어봐. 예세닌을 읽어'하고 충고하더군. - P429

아직 아이를 가슴에 안고 다닐 때, 그러니까 아이가 채 돌이 안 됐을 때였어. 침대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데... 누가 창문을 두드리는 거야. '레나. 편지 왔어... 아이 아빠 소식이야.' 그 소식을 들은 게 부활제 직전 토요일이었어. 4월... 햇살이 제법 밝게 비치는 날... 편지에 우리 남편 이반이 폴란드에서 전사했다고 쓰여 있었어. 1945년 3월 17일... 우리 남편이 세상을 떠난 날이야.
그때 놀란 뒤로 딸아이는 오랫동안 아팠어. 학교 들어갈 때까지 그랬어. 문만 세게 여닫아도 누가 소리만 질러도 아파 누워버렸지. 아마 7년은 제대로 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나에겐 해가 비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늘 눈앞이 캄캄했으니까. - P458

우리는 투쟁을 꿈꿨어. 무기력하게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지. 지하활동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아들은, 큰애고 그래도 나이가 더 많으니까 시어머니께 보냈어. 시어머니는 아들을 받아주시며 한 가지 조건을 달았어. '그래, 내 손자는 내가 맡으마. 다만 이 집에는 더이상 발걸음을 하지 마라. 너 때문에 우리 모두 죽을 순 없다.' 나는 3년 동안 아들을 못 봤어. 시어머니 집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 나는 딸을 데리고 빨치산에 합류했어. 딸아이는 1년을 넘게 그곳에서 나와 함께 지냈어. 1943년 5월에 나는 타자기를 가지고 이웃 빨치산 부대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어.
우리 부대가 봉쇄를 뚫고 나오자마자 나는 많이 아팠어. 온몸에 부스럼이 생기고 피부가 흐물흐물 벗겨져나갔지.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우리 아이를 품에서 놓지 못했어... 딸을 보내던 순간이 생각나. 옐로치카의 얼굴을 보는데 온몸에 경련이 나는거야. '언젠가는 우리 딸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들은 해방되고 난 후에 만났어. 아이가 우리 시어머니는 티푸스로 돌아가시고 이웃집 여자가 료냐를 데려갔다고 말해주었어. 이웃집 마당으로 들어섰어. 우리 아들이 맨발에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앉아 있었어.
-누구랑 살아?
-옛날에는 할머니하고 살았는데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제가 할머니 장사를 지내드렸어요. 날마다 할머니한테 가서 나도 무덤으로 데려가라고 빌었어요.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요...
-아빠는 전선에 나가셨는데 살아 계세요. 엄마는 파시스트들이 죽였어요.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왜 엄마도 못 알아봐?
아들이 나에게 와락 달려들었어.
-아빠!
그때 나는 남자군복에 군모를 쓰고 있었거든. 아들은 잠시 후에야 비명을 지르며 '엄마!'라고 불렀어. - P482~486

저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전쟁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랐다. 전쟁이 아닌 세상을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것이 막연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현재의 대한민국도 휴전 상태일 뿐 언제고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애써 부정하고 있을 뿐이지. 저자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고통의 이야기를 마주했다. 책으로 읽고 있는 나도 힘겨웠는데 직접 그들을 마주하고 표정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란 어떤 것이었을지 그 고통과 무게감은 더 컸으리라 예상해본다.

우크라이나는 스탈린의 잔인한 집단화 정책, 각종 명목으로 수용소에 가두거나 유형이 행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곡식의 대부분이 스탈린의 명령 하에 수탈 당하면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사상의 문제로 정치범으로 몬 것으로 인해 많은 동유럽 국가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유형을 당해 피해를 입었는데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과 독립운동가들도 1930년대 후반 무렵 중앙아시아로 이주하게 된다.

책에는 특히 우크라이나 소녀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더욱 심금을 울렸다. 그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이것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총성이 끊이지 않고 살육과 방화 등이 이어지고 있다니 꿈(이상)과 현실은 이렇게나 다를 수 밖에 없는건가 곱씹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교만은 증오를 키우게 하고 많은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옥사나라는 아이와 친했는데,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굶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얼마나 먹을 게 없는지, 개구리고 쥐고 남아나는 게 없다는 거야. 사람들이 다 먹어버려서. 옥사나의 고향마을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죽어나갔대. 옥사나의 남동생들도 모두 굶어 죽고, 엄마 아빠도 돌아가시고. 옥사나만 밤에 몰래 콜호스의 마구간에서 말똥을 훔쳐먹고 살아남았어. 그래서 내가 그랬어. "옥사나, 스탈린 돟지가 적들과 싸우고 있어. 스탈린 동지가 불순분자들을 소탕하고 있다니까. 하지만 놈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러자 옥사나가 대답했어. "그렇지 않아. 너 바보구나. 우리 아빠가 역사 선생님이었는데, 나한테 '언젠가 스탈린 동지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라고 하셨는걸..." - P35


사람들은 나에게 회상은 역사도 문학도 아니라고 말한다. 회상은 예술로 승화되지 못한 추레한 인생의 한 모습일 뿐이라고 이야기의 사원을 쌓아갈 원료들, 그건 언제나 넘쳐난다. 도처에 이 벽돌들이 굴러다닌다. 벽돌이 사원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 그곳, 따스한 사람의 목소리, 과거가 생생히 반추되는 그목소리 속에 원초적인 삶의 기쁨이 감춰져 있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삶의 비극이 담겨 있다. 삶의 혼돈과 욕망이 삶의 유일함과 불가해함이. 목소리 속에 이 모든 것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진짜 원본들이. - P26

소련군으로 참전했던 많은 이들이 독일군에 맞서면서 증오감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면 외면하지 못하고 동정심을 보일 때, 내 자식이나 손자/손녀가 죽은 것이 아니지만 전쟁터에서 스러져간 많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류애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분노에 짓이겨 싸울지라도 이 땅 위에는 이런 인간들이 있기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사자들 중에 마을 청년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청년 어머니가 장례식에 오신 거야. 서럽게 우시더라고. '아이고, 내 새끼! 네가 살 집도 지어놨는데! 젊은 색시를 데려오겠다고 해놓고! 이제 차가운 땅속이 네 색시가 됐구나...' 부대 전체가 조용히 서서 침묵을 지켰어. 어머니가 마음껏 울도록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지. 잠시 후 어머니가 고개를 들더니 당신 아들만 죽임을 당한 게 아니라는 걸 아셨어.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죽어 누워 있는 것을 보신 거지. 그러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그 죽은 병사들을 위해 또 서럽게 우시는 거야. 자기 아들도 아닌 그 젊은이들을 위해서 말이야. '아이고, 내 새끼들! 너희 어머니들은 너희들을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땅에 묻히는 것도 모르는데! 아이고 땅속이 얼마나 춥고 차가운데. 내가 너희 어머니들을 대신해서 울어주마. 불쌍한 내 새끼들아...' - P487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와 격리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심해지고 인종 간 갈등이 더 격화되면서 분쟁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불평등은 심해지고 평등으로 향하던 정책들이 백래시하는 중이다. 이럴 때 우리는 과거의 기록을 통해서 현재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피해를 겪는 것은 아이와 여성들이 먼저라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이런 인간적 고뇌와 모순을 겪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내 전쟁에는 세 가지 냄새가 있어. 피냄새, 그리고 클로로포름과 요오드 냄새..." - P239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의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테러와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우리는 자신이 편안하고 안락할 수만 있다면 타인의 고통과 아픔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냉혹한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비인간적이고 불의한 것과도 기꺼이 손을 잡고 타협하는 비겁의 시대. - P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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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7 14: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저도 발췌문 올려주신것처럼 너무 변한 딸을 못알아보는 엄마, 감정 표현을 하지 않던 엄마가 딸을 전쟁터에 보내며 오열하던 장면들에서 많이 울었어요.ㅠ 전쟁에 관한 어떤 역사책보다
인간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증
거들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7 19:58   좋아요 3 | URL
딸과 부모가 헤어질 때 전쟁 갔다 다시 만날 때 유독 눈물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ㅠ 저는 마지막에 손자가 전사했다는 소식에 갔다가 다른 손자손녀뻘 되는 이들을 위해서도 울어줄 때 복받치더라고요ㅠ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결국 기본적인 보듬어줌과 연민 이런 것들이구나 싶었어요. 인터뷰에서 과거의 기억이지만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테고 또 그걸 묵묵히 듣고 받아준 작가도 대단하다 느껴졌습니다.

바람돌이 2022-07-17 2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독 수고하셨어요. 여성이 느끼는 전쟁은 남성이 느끼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거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읽기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을 단단히하고 지금 읽고 있는 엘리슨 벡델의 그래픽 노블 3권 다 읽고 시작하려구요.

거리의화가 2022-07-18 08:47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감정을 절제하기가 참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참여한 전쟁 이야기가 새롭다 느끼면서도 그동안 필요했는데 가려진 부분이 많았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엘리슨 벡델 책 읽고 계시는군요^^ 저도 초인적 힘의 비밀은 사두었습니다. 요새 그래픽 노블이 참 잘 나오는 듯합니다.

그레이스 2022-07-17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e북으로 읽었었는데 다시 꺼내서 몇페이지씩 읽고 있어요.
가슴 아픈데, 실감나지 않는게 이상하네요.
그래서 너무 가슴아파요.
그들은 그렇게 상상이상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거리의화가 2022-07-18 08:4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전쟁 후에 일상을 다시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다 여겨졌어요. 10대 때 떠난 이들이 돌아와보니 20대가 되었잖아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했을텐데 음... 부상을 당하고 온 경우도 많았고 또 주변에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을테니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했을테구요. 참 먹먹했습니다.

희선 2022-07-18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일이다 해서 잊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지나간 일이지만, 지나간 일이 아니기도 하네요 지금도 전쟁이 끊이지 않으니... 전쟁에 나갔다 돌아오면 일상을 살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한테 이런저런 말을 한 사람은 좀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작가는 듣기 힘들었다 해도...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18 08:51   좋아요 2 | URL
지나간 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 말이 와닿습니다. 그들에겐 결코 잊히지 못할 일일 것 같아서요. 아무리 세월이 지나가도 마치 한쪽 가슴이 빈것처럼 그런 느낌일것 같아요ㅜㅜ 작가도 그 과정을 듣고 자주 다음 말을 잇지 못했을 듯 합니다.

mini74 2022-07-19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있는거 같아요. 잊고 사는 것 같지만...저희 엄마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지만 여전히 전쟁을 기억하시고 두려워하세요. 그런 어르신들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행태 정말 싫어요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2-07-19 10:20   좋아요 2 | URL
전쟁을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일까요.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직접 그 일을 듣거나 경험했을테니 그 공포가 더 클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이념을 이용해서 분탕질하는 정치권과 관련 집단들이 너무 화가 납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구요. 에효~
미니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