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와 기타 법가


1. 법가의 학설과 당시의 사회, 정치, 경제 각 방면의 추세
- 군주, 국가의 관점에서 정치를 논하던 이들을 법술지사라 부르고 한대에 와서는 법가라 불렀다.
- 법가의 학설은 제나라와 삼진(한, 위, 조)에서 성행했다.
- 당시 현실은 귀족정에서 군주정으로 가던 때였는데 인민은 독립하고 자유로워지고 국가 범위는 넓어지고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 간의 관계가 이전보다 친밀하지 않게 되면서 인물로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는 먹히지 않게 되었다. -> 법률 반포

2. 법가의 역사관
- 법가는 이전의 공자 이래의 관습을 타파하고 변혁하기를 주장했다.
-> 시세는 변하므로 정치와 사회 제도 역시 그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법가의 세 파
- 세: 신도(395?-315?B.C.)
- 술: 신불해(385?-337B.C.)
- 법: 상앙(390?-338B.C.)
-> 술과 법은 제왕의 도구

4. 세 파와 한비
- 법가의 세 파를 집대성하고 노자학과 순자학을 근거로 하여 스스로 한 학파를 일구어낸 인물이 한비다.
- 한비는 세, 술, 법 모두 제왕의 도구로서 중요하다 여겼다.

5. 법의 중요성
군주가 법을 제정하고 공포하면 나라 사람들은 그를 따른다. 군주와 신하도 법을 원칙과 규범으로 삼는다.

6. 명실을 바르게
- 법가가 논한 술책 중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 방법 중 하나
- 명실은 언어의 지시대상을 신중히 함으로 인해 실상에는 반드시 맞는 이름을 쓰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7. 상벌을 엄하게
군주의 위세는 상벌로 표현된다.

8. 성악
- 법가는 성악설을 받아들였다. 한비가 순자의 제자였기 때문.
- 마음은 자신을 위하는 것이 기본이다.
- 저마다 자신을 위하도록 맡겨서 자유경쟁하도록 하자.
- 군주는 덕에 힘쓰지 않고 법에 힘쓴다.
- 인간의 행위는 과거와 현재가 같지 않으므로(환경이 달라지므로) 인간의 품성이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이다.
- 법, 술, 세를 통해 도를 이룩할 수 있다.

9. 무위
- 군주가 법, 술, 세를 통해 이룩한 도를 사용한다면 “무위”로 다스릴 수 있다.
- 군주는 무위하고 신하는 유위한다.
- 법가는 도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 것 때문이다.

상세(上世 : 고대)에는 친족을 친애하고 이기주의를 애호했고, 중세(中世)에는 현자를 숭상하고 인(仁)을 환호했고, 하세(下世 : 근대)에는 통치자를 숭앙하고 관리를 받들었다. 현자를 숭상할 때 현자들은 주장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는데, 임금이 옹립되자 현자는 쓸모없게 되었다. 친족을 친애할 때 이기주의가 원칙이었는데, 중정(中正)의 원칙은 이기주의를 통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세 가지는 근본적으로 상반적인 일이 아니다. 인민의 근본 원칙(道)이 세태(환경)에 부적합하게 되면 가치기준도 바뀌는 것이고, 시대적인 문제(세상의 환경적 조건)가 변하면 실천원칙도 달라지는 것이다. - P501

요 임금이 일꾼 축에 머물 때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으나, 왕이 되어 천하에 군림하자 명령(令)은 내리자마자 행해졌고 금령(禁)은 정하자마자 지켜졌다. 이로써 보건대 현능과 지혜 따위는 대중을 복종시키기에 부족하고, 권세와 지위라야 현인도 굴복시킬 수 있다. - P506

지금 신불해는 술을 논하고, 상앙은 법을추구한다. 술이란 임무에 따라 관직을 부여하고, 이름(직명)에 따라 그 실상을 따지고(循名而責實), 생살의 권병(柄: 權柄)을 쥐고 신하들의 능력을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군주가 장악해야 할 바이다. 법이란 법령을 관청에 기록해두고 형벌관념을 백성의 심중에 새겨주어, 법을 잘 지킨 자에게는 상을 내리고 법령을 어지럽힌 자에게는 형벌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신하가 준수해야 할 바이다.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위로부터 폐단이 발생하며, 신하에게 법이 없으면 아래로부터 혼란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제왕의 도구(具)이다. " - P507

법이 통일되지 않으면 군주에게 불길하다.…………즉 법이란 고정불변적이지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법이란 존망(存亡)과 치란(亂)이 갈라지는 근원이요, 성군(聖君)이 천하의 대(大)의표가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만사만물은 법에 규정된 것이 아니면 행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법이란 천하의지극한 도술(道)이요, 성군에게 가장 실용적인 기물이다.………법을 만드는이가 있고, 법을 수호하는 이가 있고, 법에 복종하는 이가 있다. 무릇 법을만드는 이는 군주요, 법을 수호하는 이는 신하요, 법에 복종하는 이는 일반백성이다. 군신(君臣), 상하(上下), 귀천(貴賤)을 막론하고 모두가 법을 따르는것, 이것이 바로 태평성세(大治:太平)이다. - P511

군주가 간사한 행위를 금하려면, 실체와 이름의 부합을 심리해야(審合刑名)*하는데, 주장과 직무가 그것이다. 신하된 자가 어떤 주장을 진언하면, 군주는 그의주장에 근거하여 그에게 직무를 맡기고, 오로지 그 직무에 의거하여 그의 공적(功)을 책임지운다. 공적이 그 직무에 부합하고, 직무가 그가 주장했던 내용에 부합하면 포상한다. 공적이 그 직무에 부합하지 않고, 직무가 그가 주장했던내용에 부합하지 않으면 징벌한다. 따라서 뭇 신하 가운데 주장은 컸는데 공적이 적은 경우 징벌한다. 공적이 적음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이 이름에부합하지 못함을 벌하는 것이다. 뭇 신하 가운데 주장은 적었는데 공적이 큰경우 역시 징벌한다. 큰 공적을 꺼린 때문이 아니라, 이름에 부합하지 못한것은 그 해악이 큰 공적보다 더욱 심하기 때문에 벌하는 것이다. - P515

천하를 다스리려면 반드시 인간의 본성(人情)에 따라 행해야 한다. 인간의본성에 호오(好惡: 포상의 이익을 좋아하고 징벌의 해를 싫어함)의 감정이 있기 때문에 상벌이 효력을 지닐 수 있다. 상벌이 효력을 지닐 수 있으므로 금령과 명령이 확립될 수 있고 따라서 치국의 도는 완비된다. 군주가 권병(柄)을장악하고 위세(勢)에 처하기 때문에 명령은 시행되고 금령은 지켜진다. 권병이란 죽이고 살리는 권력이며, 위세란 대중을 제압하는 자본이다. - P518

품꾼을 사서 파종하고 밭을 갈 경우, 주인이 비용을 들여 맛있는 음식을마련하고 베를 골라 돈을 준비하는 것은 품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밭 가는 사람은 깊이 갈고 김 매는 사람은 정성껏 매기 때문이다. 품꾼이힘을 다해서 열심히 김 매고 밭 갈고 정성껏 밭두둑을 고치는 것은 주인을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반찬도 맛있게 나오고 품삯도 수월하게 얻을Tots blo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력의 보상에는 부자지간 같은 은택이 존재한다. 마음의 모든 작용은 한결같이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끼고 있다(皆自爲心). 따라서 인간은 모든 거래 행위에서 이익이 된다 싶으면 적대적인 사람끼리도 쉽게 화해하지만 손해가 된다 싶으면 부자간에도 돌아서고 원망한다. - P519

일은 사방에 있지만 관건은 중앙에 있다. 성인(聖人 : 명철한 군주)이 관건을 쥐고 있으면 사방의 신하들이 저마다 공력을 바친다. 군주가 허심한 태도로 신하를 대하면 신하들은 각자의 능력을 운용한다. 군주는 이미 온 천하를 품에 안았으면 은밀한 가운데서 신하들의 동태를 관찰한다. 좌우에 보필하는 신하가 세워졌으면 문을 열고 모든 것을 맞아들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군주가 변경하거나 바꾸지 않고 오직 두 가지(二: 形, 名)를 바탕으로 행하여, 중단 없이 행하는 것이 바로 "법도의 실천(履理)"이다. - P525

군주는 반드시 무위함으로써 천하를 부리고, 신하는 반드시 유위함으로써 천하에서 부림을 당해야 한다. 이것은 영구불변의 도이다. 따라서 옛날에 천하에 왕노릇한 사람은 지식이 설령온 우주에 걸쳤을지라도 몸소 사려하지 않았고, 말솜씨가 설령 모든 사물을미화할 수 있을지라도 몸소 말하지 않았고, 능력이 설령 천하 제일일지라도 몸소 도모하지 않았다. - P527

옛날에 대도(大道)를 밝힌 사람은 우선 하늘(자연)을 밝혔고도덕은 그 다음이었다. 도덕이 밝혀지면 인의(仁義)가 그 다음이었다. 인의가 밝혀지면 분수(分守 : 관직의 분배)가 그 다음이었다. 분수가 밝혀지면 형명(形名 : 실체와 이름)이 그 다음이었다. 형명이 밝혀지면 인임(任 : 간섭 없이 맡김)이 그 다음이었다. 인임이 밝혀지면 원성(省 : 심사와 판별)이 그 다음이었다. 원성이 밝혀지면 시비(是非 : 시비의 판단)가 그 다음이었다. 시비가 밝혀지면 상벌(罰)이 그 다음이었다. -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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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와 유가 중의 순자학


1. 순자의 학문

순자 당시 음양가의 학설이 유행하고 있었고 맹자 이후 유가를 잇는 사람이 없었으나 순자가 나옴으로 인해서 그 뒤를 잇게 되었다. 중국철학자 가운데 철학비평에 가장 뛰어난 자로 순자를 꼽는다고 말한다. 전한의 경학자들도 그의 학문에 영향을 받았고 그는 학문에 힘쓰라고 주문했다.

2. 공자와 맹자에 대한 순자의 견해

맹자와 순자 모두 공자를 존경했다. 맹자는 공자의 도덕에 치중했으나 순자는 공자의 학문에 치중했다.
다만 순자는 공자는 존숭했으나 맹자는 비판했다.

3. 주의 제도에 대한 순자의 견해
- 순자는 주의 제도를 옹호했다.
- 오늘의 천지는 어제의 천지와 같으니 시간이 흘러도 이치는 같으므로 주의 제도를 시행하지 못할 것이 없다 여겼다.

4. 천과 성

- 순자가 말한 하늘은 자연지천으로 노장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돌고 도는 운행은 저절로 그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 자연과 인간의 분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 자연계의 법칙과 인간사회의 법칙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
- 인간은 조직을 가지고 사회질서를 만들 수 있으므로 인간에게는 다스릴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 인간의 능력은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고 자연의 자원을 다스려 이용하는 것에 있다.
-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성악설
- 천성적인 것은 성, 배워서 익히고 성취하는 것은 인위적인 것으로 위다. 본성과 인위의 분별이다.
-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만 배우고 익히는 것을 통해 습관이 되면 선해질 수 있다.

5. 순자의 심리학

- 인간의 욕망을 꼭 제거할 필요는 없으나 마음을 잘 절제하면 된다. 마음의 사려와 인식으로 이익과 손해를 취사선택하여(인간의 도라는 기준) 가늠하여 잘 선택하면 된다.
- 이익 중에 큰 것을 취하고 손해 중에 작은 것을 취한다는 면에서 묵가의 공리주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6. 사회와 국가의 기원

- 인간은 재능과 지혜가 있어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았다. 이 때 도덕적 제도가 있어야 함도 알았다.
- 화합되면 통일되고 통일되면 힘이 증대되고, 힘이 증대되면 강해지고, 강해지면 만물을 제압할 수 있다.

7. 예론과 악론

예란 분별을 정하여 인간의 욕구를 절제한다는 것이다. 이때 형식의 가치도 중요시 여겼다는 것이 묵자의 공리주의와 다른 점이다.

8. 왕도정치 패도정치

- 왕도정치: 성인이 왕이 되어야 최선의 국가다.
- 왕도정치가 아닌 것은 패도정치다.
- 순자는 패도 정치 역시 괜찮지만 정도상으로 왕도보다는 급이 낮게 보았다. 따라서 둘을 대립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맹자는 왕도와 패도를 상호대립적으로 보았다.

9. 정명

- 공맹의 정명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었으나 순자의 정명론은 묵자의 관점과 오히려 비슷하다.
- 인간이 가진 인식능력이 지이고, 지가 외물과 접촉하는 것이 인식이다.
- 이름을 통해서 실제 사물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백 발 중에서 한 발을 실수했다면 훌륭한 사수라고 할 수 없고, 천리 길노정에서 반 걸음을 마저 이르지 못했다면 훌륭한 마부라고 할 수 없다. 예법의 유추에 통달하지 못하고 인의(仁義)에 전일하지 못하면 훌륭한 학자라고 할 수 없다. 학문이란 진실로 전일함을 배우는 것이다.…………
온전하고 투철해야(비로소 학자이다. 군자는 무릇 온전하지 않고 순수하지 않음(不全不)은 결코 찬양할 것이 못됨을 알기 때문에 [여러 경전들을 반복하고 암송하여 전체를 일이관지하고, 사색하여 그 내용에 통달하며, 또한 바로 그 경전의 인물의 입장에 거한다. - P450

무릇 도란 영구불변성을 본질로 삼고 만물의 모든 변수를 총괄하는 것인바, 한 측면만 거론할 수 없다. 그런데 편파적 인식체계 속의 사람(曲知之人)은도의 한 측면에만 몰입해 있은즉 도의 전모를 깨달을 수 없다. 따라서 그 한측면을 완벽한 것으로 여겨 온갖 수식을 함으로써, 안으로는 자기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고 밖으로는 뭇 사람을 미혹하여,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가리우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가리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바로 폐색된 편견의 인식체계가 빚어낸 화이다.
공자는 어질고 슬기로웠으며 가로막히지 않았다. 따라서 천하통치에 대한 그의 학술은 선왕(先王)에 비해서 손색이 없었다. 일가(一家)의 언설로서주도(周道:周의 정치철학)의 핵심을 파악했고, 나아가 그것이 널리 앙양되고 통용되게 된 것은 그가 어떠한 기성의 잡설에도 가로막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자의 덕은 주공에 비견되었으며, 이름은 삼왕(하의 우왕, 은의 탕왕, 주의 문왕 또는 무왕)과 더불어 드날리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편견 없는(가려막히지 않은) 인식 체계의 복이다. - P451

단지 선왕(先王)의 지엽적인(피상적인 것만 본받고 선왕의 근본정신을모르면서도, 오히려 재주를 과시하고 뜻만 커서 견문은 잡다하고 해박했기에, 옛것에 빗대어 새 학설을 조작하여 오행(五行:五常)이라고 했다. 그들의 견해는 기묘하고 모순되어 기준이 없고, 불분명하여 논리적 근거가 없고, 난삽하여 해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말들을 수식하고 찬양하면서 "이야말로 진정한 선배 군자(즉 공자의 말씀이다"고 말한다. [이 사조는] 자사(子思)가 창도했고 맹가(孟軻)가 동조했다. 세속의 어리석고 눈먼 유생들은 그저 떠들고 있지만 그것의 그릇됨을 모르고 있다. 드디어 서로 전수하면서 공자와 중궁이 그들 덕분에 후세에 더욱 추존되었다고 주장한다. - P452

"천년 전을 알려면 바로 오늘을 헤아릴 일이요, 억만 가지에 통달하려면한두 가지를 연구할 일이요, 고대를 알려면 주도(周道 : 주나라의 도)를 연구할 일이요, 주도를 알려면 바로 그 시대의 인물, 즉 당시의 위대한 군자(즉후왕인 주나라의 문왕, 무왕]를 연구할 일이다." - P454

하늘(자연)을 존숭하여 사모하느니 차라리 물건으로 간주하여 관장하고 제재할 일이다(物畜而制之 : 자연계의 법칙을 이해하여 관장함으로써 자기 소유로 함). 하늘을 순종하여 찬송하느니 차라리 천명을 제재하여 이용할 일이다(制天命而用之: 자연계에 없는 물체를 생산하여 자기의 소용에 씀). 기후(계절)의 변화만을 바라보며 그저 기다리느니 차라리 기후의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여 이용할 일이다. 사물의 자연생장력에 의한 풍족함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주체적 능동성을 발휘하여 자연에 변화를 가할 일이다. 사물을사색하여 그저 그것에 맡겨두느니 차라리 사물을 실제적으로 관리하여 확실한 수확을 얻어낼 일이다. 만물의 생성원리에 참여하려고 하느니 차라리만물의 성사원리를 획득할 일이다."
따라서 사람이 할 일을 저버리고 하늘(天:자연)을 헛되이 사모하면 만물의 참모습(萬物之情)을 이해하지 못한다. - P460

거리의 사람은 다 우임금이 될 수 있다. 무릇 우 임금이 우 임금인 까닭은 그가 인의법정(仁義法正:인애, 도리, 법도, 준칙)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 인의법정에는 깨달을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이치(理)가 존재하며, 동시에 거리의 사람은 누구나 인의법정을 알 수 있는 자질(質)이있고, 누구나 인의법정을 실천할 수 있는 도구(具)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그들 모두가 우 임금이 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가령 지금 어떤 사람이 도를 받들어 학문하여, 일심전력으로 사색하고 고찰하여 장구한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선을 쌓으면, 마침내 신명에 통하고 천지와 나란히 셋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성인‘이란 인간이 노력을 집적한 소치이다. - P463

무릇 선택에는 순전히 욕망대상만 도래하는 것이 아니고, 거부에는 순전히 혐오대상만 떠나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움직일 때마다 판단기준(權 : 마음의 저울)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저울(衡)이 바르지 않을 경우, 무거운물건도 [저울대가 올라가면 가볍다고 간주하고, 가벼운 물건도 [저울대가]내려가면 무겁다고 간주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경중에 미혹되는 것이다. 판단기준[마음의 저울]이 바르지 못할 경우 욕망의 대상 속에 화(禍)가 깃들어있어도 복(福)으로 여기고, 혐오의 대상 속에 복이 깃들어 있어도 화로 여긴다. 이 때문에 인간은 화·복에 미혹되는 것이다. 도(道: 진리)란 고금의 올바른[객관적인] 판단기준(正權)이다. 도를 벗어나 오직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하면 화복(禍福)의 소재를 알 수 없다. - P466

우리는 무엇으로써 도를 인식하는가(知道)? 그것은 바로 심(心)이다. 심은어떻게 하여 [도를] 인식하는가? 허일이정(虛壹而靜 : 허심, 전일, 평정)함으로써 인식한다. 심은 잠시도 [생각을] 저장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허(虛: 비어 있음)가 존재한다. 심은 대립적인 것들이 없을 때가 없지 - P467

만 거기에는 이른바 전일함(一:專一)이 존재한다. 심은 잠시도 활동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평정(靜)이 존재한다.
인간은 생래적으로 지각(知)이 있고, 지각하면 기억(志)이 생기는데, 기억은 저장(藏)을 뜻하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허가 존재한다. 이미 저장된 것 때문에 장차 받아들일 것을 해치지 않는 것이 바로 허(虛)이다. 심에는 생래적으로인식(학습)이 있는데 인식에는 식별이 존재한다. 식별이란 동시에 함께 아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함께 아는 것이 대립적인 삶이다. 그러나 거기에는전일함이 존재한다. 저 한 가지로써 이 한 가지를 해치지 않는 것이 전일壹)이다. 심은 잠을 자면 꿈을 꾼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멋대로 일어나고(생각하고), 사용하면 궁리한다(謀). 따라서 심은 잠시도 활동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평정이 존재한다. 몽극(夢劇 : 이러저런 잡생각) 때문에 지모(知 : 知謀, 분별력)를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평정(靜)이다. - P468

예(禮)는 어떻게 해서 생겼는가? 사람은 생래적으로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면 충족하려고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추구할 때에 일정한법도와 한계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분쟁이 생긴다. 분쟁하면 혼란되고, 혼란하면 궁해지는바, 선왕(先王)은 이런 무질서(혼란)를 우려하여 예절과 의리(禮義)를 제정하여 분별을 두어, 사람들이 욕망을 만족시키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욕구가 지나쳐 물질을 고갈시키거나 혹은 물질이 모자라 욕구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양자가 서로 보조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예의 기원이 되었다. - P478

○ 임금이란 공동체(사회)를 잘 경영하는 사람이다. 공동체의 도리가 정당하면 만물은 각기 그 적합성을 획득하고, 육축이 잘 자랄 수 있고, 뭇 생물이제 명을 다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제때에 기르면 육축은 잘 자라고, 제때에벌목하고 식목하면 초목은 번성하고, 제때에 정령이 발해지면 백성들은 단결하고 어진 인재들은 복종하는데, 이것이 바로 성왕의 제도이다. - P480

인간이 가진 인식능력이 지(知)이고, 이 지가 외물과 접촉하는 것이 인식(智)이다.<주28〉….……
형체, 색깔, 무늬는 눈으로 변별하고, 소리의 청탁과 퉁소 연주와 각종 기이한 소리는 귀로 변별하고, 달고 쓰고 짜고 싱겁고 맵고 신 각종 기이한 맛은입으로 변별하고, 향기, 악취, 꽃내음, 썩은내, 비린내, 노린내 등 산뜻하고칙칙한 각종 기이한 냄새는 코로 변별하고, 아프고 가렵고 싸늘하고 덥고 매KE끄럽고 껄끄럽고 가볍고 무거운 느낌 등은 몸으로 변별하고, 쾌활 및 우울과희·노·애·락·애·오·욕 등은 심(心)으로 변별한다. 심에는 ‘징지(徵知 : 심에의한 변별과 증명을 거친 인식)가 있는데, 심이 인상에 의미를 부여해야 - P484

만, 귀로 소리를 알게 되고, 눈으로 형체를 알게 된다. 그러나 징지는 반드시 천관(天官 : 선천적 감각기관)이 사물을 유에 따라 기록한 연후에야 가능하다. 오관이기록했지만(簿) 분류하지 못하고, 심이 증명하려고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컬어 우리는 ‘모른다(不知)‘고 한다. - P485

이름을 들으면 그 실상이 전달되는 것이 이름의 효용이다. 이름을 합하여문장을 이루는 것이 이름의 나열법(麗)이다. 효용과 나열법을 다같이 터득해야 이름을 아는 것이다. 이름이란 서로 다른 실상(異實)을 표시하는 것이다. 명제(辭)란 서로 다른 "실상"의 "이름들"을 연계하여 하나의 의미를 설명하OVEN는 것이다. 변설이란 이름과 실상에 대해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동적이고 정적Lass인 측면에서의 법칙을 논구하는 것이다. 남을 이해시키는 것이 "변설"의 작용이다. 변설이란 [분석하고 연구하는] 심(心)의 형상과 도(道)이다. 심은 도의교묘한 주재자이고, 도는 정치의 보편적인 원칙이다.
심의 인식은 "도"와 상합하고, 수립한 "설"은 심의 인식과 상합하고, 모든 명제는 주제와 상합하며, 사용한 명사는 모두 정확히 [사물을] 표시할 수있고, 참모습을 나타내어 이해하기 쉽고(質請而喩), 분석이 그릇되지 않고 유추가 모순되지 않으며, 남의 말을 듣고 합리적인 부분을 흡수하며, 논변하면 모든논거를 밝힐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치 먹줄로써 곡직(直)을 바로잡듯 정도(正道)로써 간교한 학설을 변별하기 때문에, 사설(邪說)이 횡행할 수 없고 백가(百家)는 달아날 데가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성인의 변설이다. -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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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김용균들 -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권미정.림보.희음 지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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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참 잘 지었다 생각했다.
김용균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으나 김용균은 그저 단수가 아니다.
김용균이 사고를 당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법은 개정되었으나 기업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현장을 훼손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김용균만의 싸움이 아니고 김용균들, 복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읽는 내내 갑갑함을 밀려오게 하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책이야말로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회사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여전히 기업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데 그렇다면 한 명 한 명의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다치거나 죽게 할 셈인가.

이 책에는 사고를 맨 처음 발견한 동료, 김용균 어머님, 비정규직 노조위원인 세 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고
각 인터뷰 마지막에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실어놓아 도움을 준다.
첫 번째, '석탄화력발전소의 시작'에서는 한전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한전의 민영화와 외주화가 낳은 폐해가 어떻게 이 문제와 연결되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김용균투쟁 62일 동안의 어머님이 하셨던 발언들을 발췌해 실어놓았다. 읽다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문화 활동가들이 김용균 추모제를 위해 참여한 배경과 과정, 소감 등을 실어 놓았다.

인구 씨는 30년을 발전소 정규직으로 일하다 용역업체인 한국발전기술(KEPS)에서 비정규직으로 3년간 일하다 사고를 만났다. 사고 당일, 인구 씨는 야간 근무조로 보통 주간에는 11시간 근무를 하고 야간은 13시간 일을 했다고 한다. 쉼 없이 돌아가는 발전소 업무로 노동자들은 한시도 쉴 수 없었다.

"직원을 정해진 기간에 뽑는 게 아니고 누구 한 명이 퇴직하면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공채를 하니까 교육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여유는 한 3일 정도 있는데 하루는 신체검사하고, 하루는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서류 작성하고, 하루만 현장 한 바퀴 돌고 다음 날 바로 일을 시작하는 거죠." - P22

신입 사원이 3일 만에 현장에 투입된다 한다. 문제는 현장을 도는 것은 하루 뿐이라는 것이다.

발전소는 유기적인 공정이 이루어져야 해서 노동자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하청업체에서 고용한 노동자들도 원청사 업무에 맞추어 작업을 하며, 원청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는 전체 구간이 수 킬로미터에 이르며, 60~80미터의 고공에 위치하는데다 얇은 금속판으로 만들어져 위험하다. 발전소 내부는 조명이 있어도 어둡고 분진으로 인해 앞을 보기가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다. (손전등이 주어지지 않아서 핸드폰 플래시로 작업을 했다.)

한국서부발전은 민간 대기업 수준의 규모가 있는 회사다. 서부발전은 발전소의 재난과 사고를 방지하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 종합방재센터를 세웠다. 하지만 시스템만 존재할 뿐 재난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능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김용균 사고 후 2020년에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저희가 손을 쓸 수 있는 사건이라면 조사를 미루거나 변호사나 활동가가 동행해서 보호조치를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보호 없이 잔인한 상황에 노출됩니다. 특히 경찰조사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 주로 진행돼서 손쓸 틈도 없이 목격자 혼자 경찰서에 실려가서 조사받을 때가 많아요."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최진일) - P45

이인구 씨는 현장 감식반과 회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경찰과 119 구조대, 고용노동부 조사를 거치면서 그 과정에서 그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힘겨움을 겪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그는 62일 간의 투쟁이 있어서 본인은 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디에서도 잠을 자기 어려웠으나 분향소에서 상주로 지내는 동안에는 괜찮을 수 있었다.

오늘도 일터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일과 관련한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 병을 얻게 된 사람들을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라고 한다(1차 피해자: 사망자, 신체적 부상이나 정신적 외상이 있는 생존자). 인구 씨처럼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피해자의 가족들(2차 피해자: 사망 부상 사고 목격자, 1차 피해자의 가족 친구, 사건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응급구조 업무, 의료인력 및 상담가,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인까지(3차 피해자) 포함한다면 산재로 인한 피해 당사자의 범위는 생각보다 폭넓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산재를 경험한 사람들이 사고 이후 어떻게 사는지 조금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만 같다. - P51

김미숙 씨는 사고 현장에 들렀고 회사 대표의 행태에 분노하고 열악한 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에게 이런 곳은 당장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더군다나 그녀 역시 몇십 년을 비정규직으로만 살아왔으니 아들을 잃고 나서 얼마나 뼈아팠을지 싶었다.

그녀는 아들인 용균 씨가 최소한 자신보다 는 나은 데서 일하길 바라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지은 최신 시설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아버렸다고, 믿어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현장이 어떤지,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말이다. 미숙 씨는 아들이 일하는 그 3개월 동안 자신이 멋모르고 편안하게 삼켰던 밥을 모조리 다 토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 P98

그녀에게 큰 울림이 되고 힘이 된 건, 그녀를 찾아와 직접 들려준 살아있는 목소리와 손안에 전해진 손수 쓴 편지였다. 그 중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의 편지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힘을 얻을 수 있었고 김용균 재단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단지 김용균 한 사람을 기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재 피해 유가족을 지원하고, 싸우는 유족 및 노동자, 또 이들에 연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다음 유족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미숙 씨와 기존의 유족들이 겪었던 일을 다시는 다른 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게 싸우면서 죽음의 행렬을 끊어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며,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재단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기를 바랐다. - P121

2022년 2월 10일 대전지법은 김용균 사망사고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원청 대표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이전의 상식이라고 통칭되는 것과 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힘의 논리에서 나아가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기업의 변화, 사회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발전소 비정규직 동료 이태성 씨는 한전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그는 입사 때 김용균이 하던 현장 운전원의 일을 했기에 김용균이 일하는 환경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 모임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때 김용균도 손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참여하였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사진이자 유언이 되고 말았다. 사실 입사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가 손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은 적극적인 행위를 보여준 것이므로 그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산재와 죽음을 돈으로 때우는 날치기 행태를 많이 보아왔다. 2018년 12월 14일 시민대책위원회가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을 진행했는데 사고가 난 기기를 포함해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국서부발전은 3억 원이 들기에 거부했다는 사실이 거론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수시로 회사에 개선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노조로 참여하여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당정 협의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저에게 합의서에 대해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나름대로는 부족하지만 성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것은 우리 발전 비정규직들이 책임지고 풀어가야 할 부분이고, 발전 비정규직들이 중심을 잡고 잘 서서 싸워야 할 몫이죠. 그래도 조합원 동료들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합의는 없었을 거예요. 조합원들은 정부가 그렇게 발표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 P213

그는 그동안 "너희 회사에서 생긴 일도 아닌데 네가 왜 그러고 다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회사의 압박도 심했다고 한다.

"서부발전에서 [제가 일하는] 한전산업개발로 압박이 갔었고, 회사에 저도 한 20년 넘게 있다 보니까 제 동기들 가운데 간부로 올라간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전화 와가지고 '안 하면 안 되냐' '왜 우리 회사 자료를 마음대로 이렇게 내보내냐' [말하기도 했죠]."

이후 대통령은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와의 만남을 가졌다. 장례를 치르고 1주일 지난 뒤였다.
특조위가 꾸려졌지만 활동이 중단되었다. 왜? 모든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개입해 조사 활동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발뺌하고 비싼 변호사 쓸 거라는 것도 예상했지만, 그건 얄미운 거고,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누구보다도 더 뜨겁게 싸워야 되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주체로 서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 P235

사회가 열악한 일터를 계속 용인한다면 열악한 일터는 어디에나 있을 거다. 그리고 누군가는 거기서 일하게 된다. '우리가 김용균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김용균투쟁은 모두의 싸움이었고, 또 다른 김용균들과 앞으로도 해나가야 한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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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6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 아프네요. 진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는 제대로 보상고 받지 못하고 책임지는 곳도ㅠㅠ 복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서 고개 끄덕이게 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나갈 세상인데 ㅠㅠ

거리의화가 2022-07-26 13:24   좋아요 2 | URL
미니님 읽는 내내 분통이 터졌어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이런 일이 아직도 소리소문 없이 벌어지고 다치거나 죽어야 사건으로 다뤄지며 회자가 되는 건지 싶어서요. 시민들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계속 기업과 국가를 압박해야 아이들이 최소한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07-26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봐도 마음이 아픕니다.

거리의화가 2022-07-26 17:26   좋아요 2 | URL
네 마음아픈 책이지만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많은 분들께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22-07-27 0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곳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회사는 그런 걸 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한해에 일어나는 사고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실습나간 학생도 사고로 죽기도 하니... 그런 일 없으면 좋을 텐데, 산업재해 끊이지 않는 일이군요 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할 텐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27 09:14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 매체에 다뤄지는 경우는 극한 상황이고 오히려 회사에서 쉬쉬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는 풍조가 당연한 일이 되어서는 안될터인데 말이죠. 사건이 보도가 된다고 해도 사측에서는 돈으로 무마하려 하거나 심지어는 안하무인으로 노동자를 압박하는 행태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ㅜ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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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기차를 타고 우주를 가는 상상을 하곤 했다.
만화 은하철도999가 국내에 들어와 히트를 치고 주제가가 번안되어 불리던 시절이었다.
기차의 외양은 증기기차 모습인데 엔진은 '나 엔진이요~'하는 모습이 아닌 것이 신기했다.
엔진이 가동되면 형형색색의 부속품들에 불이 들어온다. 헌데 그 기관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석탄 에너지다.
메가로폴리스에 가면 우주로 갈 수 있는 것인가. 만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그림일 것 같다.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는 이욘 티히가 우주를 여행하게 되면서 겪은 기록이다.
이 작품이 발표된 것은 1950년대 말인데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국이 핵을 사용한 후 위기 의식을 느낀 소련이 우주 산업에 천착하게 된 즈음이다.
미국과 소련의 본격적인 우주 전쟁이 벌어지고 지구인들은 당장 가닿을 수는 없어도 우주 여행이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이욘 티히가 본 우주는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있을 법한 세계의 모습이어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원래 있음직한 것을 그려내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인데 그걸 창조한 작가가 천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에 간 곳에서는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는 나를 만난다. 몇 시간 전의 나, 어제의 나, 미래의 나를 말이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방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모두 나였는데, 각자 다른 날짜의, 다른 주의, 다른 달의, 아니 한 명은 무려 작년의 나인 것 같았다. - P40

어떤 곳에 가서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어느 기계에 들어가서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야 나오는 것이다. 단,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다.

브주트 사회에서는 뛰어난 학자들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에 봉착하면, 기계 속에 몇십 년이고 들어갔다 나온다는 것이다. 종종 재생되어서는 그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냐고 불쑥 물어본 뒤, 만약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으면 또다시 원소 분해 상태로 돌아가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를 되풀이한다고 했다. - P324

개인적으로 가장 놀랍고 재밌었던 부분은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우주에서 개발한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고 역사적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실제인듯 실제가 아닌 듯 과거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괴로움을 느끼게도 한다.

이욘 티히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으나 잘못 개발된 기계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동쪽에서 뜨던 태양이 서쪽에서 뜨고 멀쩡하던 무덤이 다시 들어올려져 시체가 돌아다닌다. 과거로 돌아가니 크던 키가 작아지고 나이도 젊어졌다.
이렇게 되면 내가 태어난 직후 아기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도 갖게 한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실패했다. 시간 여행의 원자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품고 우주 시작 밖으로 나가면서 그 안에 힘을 응축시켜 에너지를 얻게 되었지만 3명의 악당으로 인해 엉망이 된다.

나는 프로젝트 이후의 역사에서 발전과 선은 오로지 내 덕이라고 선언했다. 그 말은 바로, 내가 조치한 수많은 귀양의 선한 영향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인류는 나에게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보스코비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스, 스피노자, 그리고 수 세기 동안 창조적 활동을 수행해 온 무수한 이름 없는 이들에 대해 감사해야 하리라. 귀양자들의 운명은 혹독했지만, 그들은 마땅히 벌받을 만했고, 또한 내 덕분에 역사 앞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보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결국 역사의 발전을 도왔다. - P284

우주에서도 의회가 있고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질서와 혼란, 전쟁을 보면서 이를 악용하여 질서 유지를 핑계 삼아 독재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끔찍하다.

'이 나라에서는 현재 혼돈이 가능합니다. 무질서가 판을 치고, 더 이상 법을 존경하지 않죠. 기계가 우리 행성에 우주 최고의 질서를 가져오기를, 완벽하고도 절대적인 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해 주기를 바랍니다.' - P336

타임머신은 이제는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작가가 묘사하는 타임머신은 다른 느낌이었다.
역사를 다시 만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쓸데 없는 싸움과 인간이 행하는 잘못을 교묘히 드러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 방식을 통해 인간의 욕심과 오만함이 얼마나 우주를 망쳤는지 이야기한다.

언제나 그랬다. 시간 기술의 개입은 늘 다른 현상들을 눈사태처럼 불러일으켰고, 이것들은 적절한 수단을 쓰지 않고서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또 다른 동요를 일으키고,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P268

우주는 오염되고 인간들이 버린 폐기물이나 쓰레기로 넘쳐나는 결과를 낳는다.
작가는 우주를 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나 마치 현재의 지구를 들여다본 것 같은 혜안을 보여준다.
이쯤되면 SF작가가 아니라 미래학자가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다.

우리는 가능한 한 전자두뇌들에게 인간의 이런 끔찍한 모습을 알려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제 지구의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 범죄의 역사로 물든 기계들이 프로시온 행성 주변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계정신병리학이 지금으로서는 무력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 P95

그래서 소설을 읽는 재미는 보장할 수 있지만 섬뜩함도 느끼게 하는 것도 있었다.
렘의 연작 소설인 <솔라리스>와 <우주 순양함 무적호>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소설을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정말 드문데 이 책은 그럴 가치가 있다 생각했다.
별점 5를 준 이유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때다. 단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서, 나는 우주를 구하고자 경종을 울린다. -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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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7-25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책상 머리에서 째려 보고
있는 책이네요. 도대체 언제
읽을 건데라고 하듯이요.

소설에 나오는 우주를 지구별
로 등치하면 별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환경오염으로 지구별이 날로
뜨거워진다는데 정부에서는
대책이 1도 없어 보입니다.

하다 못해 우리가 사는 지구
별일 지키자는 캠페인이라도
할 것이지.

거리의화가 2022-07-26 09:29   좋아요 2 | URL
책상머리에 있는 책이라면 조만간 읽게 되지 않을까요?ㅎㅎㅎ

말씀하신대로 우주=지구로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오늘날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게 하더군요. 환경오염은 저 멀리에 간 듯 싶어요. 전쟁으로 인해 고물가에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니 다시 원전 재가동하고 이웃 나라에서도 원전수 내보낸다 그러고 있고요. 경찰이니 검찰이니 밥그릇 싸움만 하는 통에 한숨만 나옵니다ㅜㅜ

희선 2022-07-26 0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주를 구해야 한다고 하는 말은 지구를 구하자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사람이 우주에 쓰레기를 버린다는 말이 있기도 하군요 그건 둥둥 떠다니고 아주 사라지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우주로 가지 못하니 지구를 지켜야 할 텐데... 다른 시간의 자신을 만나면 정신 없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26 09:31   좋아요 2 | URL
네. 들어보니 우주에도 오래된 인공위성 잔해 같은 것은 떠다닌다고 하더군요. 지구의 쓰레기 문제, 그리고 토양 오염 문제 등은 점점 심각해지니 참 안타깝습니다.
ㅋㅋ 생각해보니 다른 시간 속의 나가 수백명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하네요^^;;;

새파랑 2022-07-26 06: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f작가가 아닌 미래학자가 맞는거 같아요 ㅋ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의 상상력은 엄청나다는 생각이듭니다~!! 스타니스와프 렘 리뷰를 보면 책이 상당히 흥미로운거 같아요. 화가님은 은하철도 999세대시군요 ^^

거리의화가 2022-07-26 09:32   좋아요 3 | URL
ㅋㅋ 맞습니다. 작가 소개 보니 미래학자라고도 적혀 있더라구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그럴듯하게 쓰는 걸 보면 작가의 능력이 뛰어난 듯 싶어요. 새파랑님도 읽으시면 좋아하실 책이 아닐까요~?ㅎㅎㅎ
네. 아무래도 그 세대가 맞겠습니다ㅋㅋㅋ 흐흐 오래 살았군요. 쩝.

mini74 2022-07-26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솔라리스 넘 재미있어서 영화를 찾아봤는데 구소련 영화?가 유투브에 뜨더라고요 .음.....책이 더 좋았습니다. ㅎㅎ 저도 이 책 사서 지금 읽고 있는 중입니다 화가님...저도 은하철도 999와 천년여왕, 하록선장 세대입니다. ㅋㅋ

거리의화가 2022-07-26 14:09   좋아요 0 | URL
앗 구소련 영화요? 솔라리스도 여러 분께서 올려주신 리뷰 보고 재미나서 아무래도 사야할 것 같아요^^; 2달 정도 있다가 사는 걸로...ㅋㅋㅋ 영화보다는 역시 책이 좋지요.
오~ 이 책 읽고 계시는군요. 미니님 감상도 기대됩니다~ㅎㅎ 메텔과 철이, 하록선장, 천년여왕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ㅎㅎㅎ
 

묵경과 후기 묵가

1. 전국시대 묵가의 상황
- 전국시대 묵경이 있었는데 변자의 학설에 대한 대응이었다. 묵가의 묵경은 유가의 순자, 정명편처럼 변자의 학설을 논박한 것이다.
- 묵가는 유가보다 더욱 논변을 중시했다.
- 묵자 사후 묵가의 제자는 4개의 파로 나뉘었는데(상리씨 유파, 상부씨 유파, 등릉씨 유파, 송견과 윤문 일파) 각 파들은 서로 달랐고 상대를 별묵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기들이 정통이라 주장했다.

2. 묵경 중의 공리주의
- 이익을 추구하고 손해를 피하는 것이 인간 본성에 자연스러우므로 공리주의가 행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욕망은 맹목적이라 행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 사물 가운데 가볍고 무거운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권이며 이 때 치우침 없이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 묵경의 덕목: 의, 충, 효, 공적

3. 인식론
- 지(지각) -> 통찰
- 묵경은 인간의 인식 능력을 인간 생명의 본질로 여겼다.
- 문지, 설지, 친지: 인식의 기원 / 명지, 실지, 합지, 위지: 인식의 종류

4. 논변
- 좁은 범위의 정의: 쟁변으로서의 논변 -> 갑과 을 사이의 다툼으로 논변을 하고 논변을 하면 이기는 쪽이 생긴다 할때의 그 논변
- 넓은 범위의 정의: 시비를 밝히고, 치란을 규명하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히고, 이름과 실상을 고찰하고, 이익과 손해를 규정하고, 의심쩍음을 해결하는 것
- 논변을 행하는 방법: 혹, 가, 효, 비유, 모, 원, 추

5. 묵경의 “동이의 논변”
- 같고 다름을 이야기할 때 같아도 같은 이유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 묵경의 관점에서 보면 혜시와 장자의 “합동이” 설은 오류이다. 같은 점이 있으므로 같은 종류이기는 하나 한몸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6. 묵경의 “견백의 논변”
동이의 분리와 견백의 결합

7. 겸애설에 대한 묵경의 변호
- 무한함은 겸애주의에 방해된다
- 도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다

욕망사항은 항상 그 이익을 놓고 올바로 가늠(正權)해야 하고, 혐오사항은 항상 그 손해를 놓고 올바로 가늠해야 한다.
「경설」 : 권이란 두 가지 이익과 손해를 치우침 없이 고려하는 것이다." - P400

의(義)란 이로운 일(利)을 행하는 데에 있다.
「경설」 : 의란 천하 사랑에 뜻을 두고 천하를 훌륭히 이롭게 할 수 있는 데에 있다. 그 의가 꼭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義, 志以天下爲愛, 而能能利之, 不必用).
충(忠)이란 임금을 이롭게 하는 데에 있다.
「경설」 : 충이란 임금을 위해 힘써(忠, 以君爲強) 임금을 훌륭히 이롭게 할 수 있는 데에 있다. [임금에게] 그 충이 꼭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不必容).
효(孝)란 부모를 이롭게 하는 데에 있다.
「경설」 : 효란 부모를 사랑하여 부모를 훌륭히 이롭게 할 수 있는 데에 있 - P401

다(能能利親). 부모의 뜻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不必得).
공적(功,功績)이란 인민을 이롭게 하는 데에 있다.
「경설」 : 공적이란 때와 독립적이어야 한다(功不待時). 그것은 마치 의복을 마련하는 경우와 같다. - P402

지각(知 : 지각, 감성인식)은 [감각(인식) 능력과 객관 사물의] 접촉이다.
「경설」 : 지각. 지각이란 지(知 : 인식도구로써의 감각능력)가 외물과 서로접촉하여 그 형상을 모사할(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봄‘과 같다. - P403

사려(盧)는 추구(求 : 탐구)이다.
「경설」 : 사려란 지식(지각)상의 추구행위이다. 그러나 꼭 소기의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마치 흘겨보는 행위와 같다. - P405

지식에는 문지(聞:聞知), 설지(說:說知), 친지(親:親知), 명지(名:名知), 실지(實 : 實知), 합지(合 : 合知), 위지(爲 : 爲知)가 있다.

-「경설」 : 지식. 전수된 것이 문지이다. 유추에 장애가 없는 것(方不障)이 설지이다. 몸소 관찰한 것이 친지이다. [사물을] 일컫는 수단(所以謂 : 즉 명칭)이 명지이다. 일컫는 대상(所謂; 즉 객관 실체)이 실지이다. 이름과 실상이 배합하는 것(지식)이 합지이다. 뜻(志 : 목적)과 행위(行)가 위지(爲:爲知)를 구성한다. 뜻을 행위에 옮기는 지식이 위지이다]. - P406

혹(或 : 개연판단)이란 전부 그런 것은 아닌 경우를 지칭한다.
가(假 : 가언판단)란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지칭한다.
효(效:Imitation)란 본(法)을 취하는 데에 있다. 본받아지는 것이 본으로여겨진다. 원인(이유, 조건)이 효에 부합하면(中) 참된 원인(眞)이고, 효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 이것이 효의 방법이다.
비유(辟)란 별도의 사물을 제시하여 어떤 것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모(: 직접추론 /『신편』)란 명제(辭)를 비교하여 똑같이 간주하는 방법이다.
원(援 : 유추)이란 네가 긍정하는데 나라고 긍정하지 못하겠느냐 하는 방법이다.
추(推)란 아직 채납(승인)되지 않은 것들(미지의 것)이 이미 채납된(아는) 것들과 동일하다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마치 여타의 것이 동일하다고 하는데 나라고 그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과 같다. - P416

무릇 사물은 같은 점(유사점)이 있다고 해서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명제를 대비시킬(牟) 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원(援)의 경우] 어떤 것이 그렇다고 할 때에도 각기 그런 이유가 있으니 그것들이 그렇다는 점은 유사할지라도 그런 이유까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추(推)의 경우] 어떤 것이 채납될 때에도 채납되는 이유가 있으니 채납되는 점은 유사할지라도 채납되는 이유까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유(辟), 비교(牟), 원례(援), 추론(推)을 통한 논단은 진행하면서 달라지고, 전변하면서 위태로워지고, 멀어지면서 잘못되고, 방만해지면서 근본에서 유리되는즉,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되고 고정불변의 통칙처럼 사용할 수 없다. 즉 언어의 의미는 다방면적이고, 유에는 다른 측면이 있고, 또한 각기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기때문에 단편적인 관찰을 해서는 안 된다. - P423

동이는 상대적으로 결정된다(同異交得). 유무(有無)의 경우처럼.
「경설」 : 동이는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어떤 부자의 관대함에 대해서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한다. 비교대상에 따라 똑같은 양을 많다고도 하고 적다고도 한다. 마당을 기어가는 벌레에 대해서 [관찰자 위치에 따라 기어간다고도 하고 기어온다고도 한다. 새가 앉은 오동나무가 꺽어지면 강하다고도[새에 대해서]하고 약하다고[나무에 대해서]한다. 검의 역할에 대해서[당사자 입장에 따라] 죽였다고도 하고 살렸다고도 한다. 처녀는 나중에 아이의 어머니가 되니, 어른도 되고 소녀도 된다. 비교대상에 따라 똑같은 것이 희기도 하고 검기도 한다. 중앙도 가장자리가 된다. 학문과 행실에 대한 논의는 [기준에 따라]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한다. 기술의 숙달에 대해서 완성이라고도 하고 미완성이라고도 한다. 형과 아우는 같이 해당된다(兄弟俱適).
몸은 있으나 뜻은 떠나 있는 경우가 있으면서 없는 것(存亡)‘이다. 곽(霍)씨라는 성은 인위적이다(애초에 다른 자를 써도 되었다). 똑같은 물건의 값도 [구매자에 따라] 비싸다고도 하고 싸다고도 한다. - P424

공손룡은 일반개념 즉 이름의 내포에 입각해서 입론(立論)했으나, 여기서는 개체 즉 이름의 외연에 입각해서 입론했으므로, 이 두 파의 관점은 본디 달랐다.
『묵경』과 공손룡 일파의 변자는 일반개념에 대한 문제에서 견해는 달랐을지라도, "명실을 바루는(正名實)" 점에 대한 주장은 부합했다. - P432

[인구의] 무한함은 겸애주의에 방해되지 않는다. 논거는 [인구의] 충만 여부에 있다.
「경설」 : 무한. [비평] "남방이 유한하다면 [겸애의 대상에] 모두 포함시킬수 있지만, 무한하다면 모두 포함시킬 수 없다. 유한과 무한조차도 알 수 없다면 전부 포함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더욱 알 수 없다. 인구의 충만 여부를알지 못하면 전부 포함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더욱 알 수 없거늘 모든 사람을 사랑의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그대들의 주장은 모순이다." [대답] "그무한한 남방에 사람이 충만해 있지 않으면 사람 수가 유한한 것이다. 유한한사람을 모두 포함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무한한 남방에 사람이 충만해 있다면 그런 무한은 사실상 무한하지 않다. 그러므로 유한한 인구를 포함하는것에 문제가 없다." - P437

도망한 신하, 강아지, 개의 경우, 잃어버린 주인은 설령 그것들의 소재를 몰라도 사랑하는 데에 방해받지 않는다. 마치 잃어버린 아이의 경우와 같다.
「경설」 : 도망한 신하는 그 소재를 모르고 강아지와 개는 그 이름도 모른다. 설령 교묘히 찾았을지라도 [동일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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