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만을 현명하다고 여기는 때였다.
그런데 맹자는 요 임금과 순 임금과 하, 은, 주 세 대 성왕들의 덕치만을 부르짖으므로 가는 곳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맹자는 물러나 제자 만장의 무리와 『시경』, 『서경』을 순서대로 정리하고공자의 사상을 서술하여 『맹자』 일곱 편을 썼다. 그의 뒤를 이어 추자의 무리가 나타났다. - P364

"아버님께서는 정권을 잡고 제나라 재상이 되어 위왕, 선왕, 민왕을 섬겼습니다. 그 동안 제나라 땅은 넓어지지 않았는데 아버님 자신은 천만금이나 되는 부를 쌓았으며, 그러고도 문하에는 어진 사람 한 명 볼 수 없습니다. 제가 듣건대 장수의 가문에는 반드시 장수가있고, 재상의 가문에는 반드시 재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아버님의후궁들은 아름다운 비단옷을 질질 끌고 다니지만 선비들은 짧은 바지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님의 하인들과 첩들은 쌀밥과 고기를 실컷 먹고도 남아돌지만 선비들은 쌀겨나 술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버님께서는 쌓아둔 것이 남아돌지만 더욱 많이 쌓아 두려고만 할 뿐 나라의 힘이 날로 쇠약해지는 것은잊고 계십니다. 저는 이 점이 이상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전영은 문을 높이 사 집안일을 돌보게 하고 빈객 접대하는 일을 맡겼다. 그러자 빈객이 날로 불어나고 문의 이름이 제후들에게 알려졌다. 제후들이 모두 사자를 시켜 설공전영에게문을 후계자로 삼도록 청하자 전영이 이를 허락했다. 전염이 죽자시호를 정곽군이라 했다. 문이 아버지를 이어 설 땅의 연주가 되니.이 사람이 바로 맹상군이다. - P380

합종은 초나라를 위한 일이지 조나라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제 주인이 앞에있는데 저를 꾸짖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초나라 왕이 말했다.
"옳은 말이오. 참으로 선생의 말씀이 맞소. 삼가 나라를 받들어 합종하겠소."
모수가 물었다.
"합종이 결정된 것입니까?"
초나라 왕이 대답했다.
"결정됐소."
그러자 모수는 초나라 왕의 좌우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닭과 개와 말의 피를 가져오시오." 모수는 구리 쟁반을 받쳐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초나라 왕에게 올리면서 말했다.
"왕께서 먼저 피를 마셔 합종을 약속하셔야 합니다. 다음 차례는제 주인이고, 그 다음 차례는 접니다."
이렇게 하여 어전 위에서 합종 약속을 맺었다. 그러자 수는 왼손으로는 구리 쟁반의 피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열아홉 명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당 아래에서 서로 이 피를 마시시오. 그대들은 범속하고 무능하며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루는 자들에 불과합니다." - P408

평원군은 사람을 사귀는 데 그저 호걸인 척하는 몸짓만 있을뿐 참다운 선비를 구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대량에 있을 적부터 줄곧 이 두 사람이 어질다고 들어 온 터라 조나라에 온 이래로 그들을만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내가 좋아 사귀려고 해도 그들이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평원군은 그들과 사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니, 그는 사귈 만한 인물이 못 됩니다."
그러고는 짐을 꾸려 떠나려고 했다. 부인이 이런 말을 평원군에게 상세히 하자 평원군은 관을 벗어용서를 빌며 공자를 붙들었다. 한편 평원군의 문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절반 넘게 평원군을 떠나공자에게로 왔으며, 천하의 선비들도 공자에게로 왔다. 공자는 평원군 빈객들의 마음을 기울게 했다. - P438

춘신군이 물었다.
"뜻밖의 인사란 누구요?"
주영이 대답했다.
"당신께서는 저를 낭중郞中에 임명하십시오. 초나라 왕이 죽으면 이원은 틀림없이 먼저 궁궐로 들어갈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위하여이원을 죽이겠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재앙을 막아낼 수 있는 뜻밖의 인사입니다."
춘신군이 말했다.
"그대는 그만두시오. 이원은 나약한 사람이며, 나는 또 그를 정성껏 대접하고 있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소?"
주영은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자기에게 재앙이 미칠까 봐 달아났다. - P460

왕께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우호 관계를 맺고 이웃 나라를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치의 땅을 얻어도 왕의 것이 되고 한 자의 땅을 얻더라도 왕의 것이 됩니다. 지금 이런 계책을버리고 멀리 있는 나라를 친다는 것은 역시 잘못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 원교근공 - P477

"그런데 신의 경우에는 재앙을 벗어나 공을 세워 선왕께서 남기신 공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신은 모욕스러운 비방으로 선왕의 명성을 떨어뜨릴까봐 가장 두렵습니다. 이미 연나라를 버리고 조나라로 가는 큰 죄를 지었는데, 또 연나라가 지친 틈을 타 조나라를위하여 연나라를 쳐서 연나라에게 앞서 저지른 죄를 요행으로 면해 보려는 것은 도의상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이 듣건대 "옛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신은 영리하지는 못하지만 자주군자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다만 왕을 모시는 신하들이 주위 사람들의 말을 가까이하여 멀리 내쳐진 신의 행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할까 염려되어 감히 글을 올려 말씀드립니다. 부디 군왕께서 신의 뜻을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 P516

조나라 왕은 염파 대신 조괄을 장군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말했다.
"왕께서는 명성만 믿고 조괄을 쓰시려 하는데, 이는 거문고의 괘棵를 아교로 붙여서 고정시키고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괄은 그저 자기 아버지가 남긴 병법 책을 읽었을 뿐 사태 변화에 대처할 줄은 모릅니다."
그러나 조나라 왕은 듣지 않고 마침내 조괄을 장군으로 삼았다.
조괄은 스스로 어릴 적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대해 말하자면 이세상에서 자기를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일찍이 그는 아버지 조사와 함께 군사적인 일을 토론한 적이 있는데, 조사는 그를 당해 낼 수없었다. 그러나 조사는 그가 잘한다고 하지 않았다. 조괄의 어머니가 조사에게 그 까닭을 묻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거요. 그런데 괄은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오. 조나라가 골을 장군으로 삼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일 괄을 장군으로 삼는다면 틀림없이 조나라 군대는 파멸당할 것이오." - P538

"예전에 제가 조괄의 아버지를 모실 때, 그 무렵 제 아들의 아버지는 장군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먹여 살리는 이가 수십 명이고, 벗이된 사람은 수백 명이나 되었습니다. 왕이나 종실에서 상으로 내려준 물품은 모두 군대의 벼슬아치나 사대부에게 주고, 출전 명령을받으면 그날부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아들은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어 동쪽을 향해 앉아서 부하들의 인사를 받게 되었지만 군대의 벼슬아치 가운데 누구 하나 제 아들을 존경하여우러러보는 이가 없습니다. 왕께서 내려 주신 돈과 비단을 가지고돌아와 자기 집에 감추어 두고 날마다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둘러보았다가 그것들을 사들입니다. 왕께서는 어찌 그 아버지와 같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아버지와 자식은 마음 씀씀이부터 다릅니다.
부디 왕께서는 제 아들을 보내지 마십시오." - P539

전단은 성안에서 소 1000여 마리를 모아 붉은 비단에 오색으로 용무늬를 그려 넣은 옷을 만들어 입히고, 쇠뿔에는 칼날을 붙들어 매고 쇠꼬리에는 갈대를 매달아 기름을 붓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성벽에 구멍을 수십 개 뚫어 밤을 틈타 그 구멍으로 소를 내보내고, 장사 5000명이 그 뒤를 따르게 하였다. 꼬리가 뜨거워지자소가 성이 나서 연나라 군대의 진영으로 뛰어드니 연나라 군사는밤중에 크게 놀랐다. 쇠꼬리에 붙은 횃불은 눈부시게 빛났는데, 연나라 군사가 자세히 보니 모두 용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쇠뿔에 받히는 대로 모두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장사 5000명이나뭇가지를 문 채 뛰어들었고, 성안에서는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질렀다.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구리 그릇을 두들겨 대며 성원을 보냈는데, 그 소리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매우 놀라 싸움에 져서 달아났다. - P553

조나라의 평원군은 노중련에게 봉지를 내리려 했지만 노중련은여러 차례 사양하고 끝내 받지 않았다. 그래서 평원군은 술자리를마련하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앞으로 나가 천금을 내놓으며노중련의 장수를 빌었다. 그러자 노중련이 웃으며 말했다.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 주고 재앙을 없애 주며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입니다.
저는 이런 짓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평원군에게 인사하고 떠나가서는 평생토록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 P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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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의 유혹(!)에 못 이겨 책을 주문했다. 주문하기 전 야금야금 적립금을 끌어 모아 함께 던져 넣었다.

두 권은 알라딘이 할인이 전혀 없어서 결국 교보에서 주문했다. 인간적으로 할인율이 0%가 뭡니까-_-;


<한자의 풍경> 한자의 생김새, 그리고 그 역사와 발전 과정을 고찰한 책이다. 몇 년전부터 한자를 외우고 한문을 공부하고 있지만 늘 제자리 걸음인 듯하여 어려움을 느낀다. 한국어의 기반에 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한국인이 한자를 공부할 기회를 갖기도 어려울뿐더러 점점 멀어지는 중인 듯하다. 부제는 ’문자의 탄생과 변주에 담긴 예술과 상상력‘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좋았는데 받자마자 잠깐 살펴 보니 이미 별 다섯을 찜해놓는다(나는 왠만하면 별 다섯 개를 거의 주지 않는다).

<부족지>는 몽골 제국이 남긴 최초의 세계사인 ’라시드 앗 딘의 집사‘ 1권이다. 사실 문진 행사 도서로 포함시키려고 봤다가 5권만 해당되길래 포기하고 1권만 담았다. 세트도 있지만 1권씩 독파하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몽골 제국은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뻗아나갔고 한반도와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이므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은 작업일 듯한데 이렇게 번역으로 나와준 것에 관심이 있는 독자로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최근 5권까지 나옴으로써 이 시리즈는 비로소 완간되었다.

토지 14권을 읽을 무렵부터였나. 문명, 문화라는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렴풋이는 이해하지만 사실 정확한 개념을 대라고 하면 애매한 개념들이다. 문명이라는 개념은 사실 지배와 피지배라는 인식이 들어가서 제국주의적 관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문화는 말 그대로 지역과 공간 내에서 뿌리 내린 관습과 행위이자 행동 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 ‘문화’에 관련된 대표 저서가 뭐가 있나 찾아보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문화의 해석>이다.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는 현대 중국 체제의 이해와 분석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중 외교를 가늠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라도 읽어야겠다 싶었다. 중국 정치 연구의 대가가 오래도록 작업한 연구 결과물로 현대 중국의 안과 밖을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에도 중국과의 외교 싸움이 벌어져서(불장난…) 중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정부가 이런 노력을 좀 해야 하지 않나?)


참! 문진에 대해 썰을 풀자면 무거운 거 빼곤 꽤 괜찮은 듯 싶다. 꽤 두꺼운 책인데도 왠만큼 고정력이 있는 것 보면(면적이 좀 있어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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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2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진 때문에 책 샀었는데 ㅋ 저 문진 너무 예쁘고 좋더라구요 ~! 근데 막걸리가 더 탐납니다 ^^

거리의화가 2023-04-23 13:21   좋아요 2 | URL
무슨 책 같이 사셨는지도 궁금하네요^^ ㅎㅎ 막걸리는 어제 옆지기 생일이라 밖에서 먹었어요. 저 막걸리보다는 다른 막걸리가 더 맛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안 찍었네요. 요즘엔 먹기 바빠서 사진은 넘기기 일쑤라서ㅋ

잠자냥 2023-04-23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나 더 받고 싶지 않습니까? 문진아!

거리의화가 2023-04-23 13:2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아마도 다음주 한 번 더 주문할 것 같아요. 그 안에 문진이 끝나진 않겠죠?ㅎㅎ

책읽는나무 2023-04-23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문진!
멋지네요^^
근데 미끌릴 것 같아 보이는데 안 미끌어지나 보군요?
제가 좋아하는 겹벚꽃도 이쁘네요.

거리의화가 2023-04-23 13:22   좋아요 2 | URL
문진 바닥이 융 재질이라 밀리진 않아요^^; 다만 무겁긴 하구요. 면적이 좀 되서인지 고정이 잘 됩니다.
겹벚꽃 이제 지는 추세이던데 어제 산책하면서 동네에 남아있길래 찍었습니다. 이뻤어요^^*

자목련 2023-04-24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문진은 볼 때마다 탐나네요. 그래도 참으려고...

거리의화가 2023-04-24 15:25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 주에 한번 더 주문할 것 같은데 이제 행사도서 중 끌리는 책이 없더군요. 문진 괜찮기는 한데 어쨌든 5만원 이상 담아야 해서 부담되긴 하죠?^^;

그레이스 2023-04-24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자의 풍경 궁금해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책이라...^^

거리의화가 2023-04-24 20:3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도 좋아하실만한 책이에요^^ 가격이 좀 부담되긴 하지만!ㅎㅎㅎ

독서괭 2023-04-26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제가 못 봤었네요! 윤동주 문진은 화가님께 잘 어울립니다. 단정한 느낌이요^^
<한자의 풍경> 할인율 0%인 것도 모르고 샀네요. 급하게 주문하느라..(뭐가 그리 급했는지ㅋㅋㅋ) 문진 유용하게 잘 써봐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4-26 10:48   좋아요 0 | URL
<한자의 풍경>은 알라딘에서 샀고(10% 할인이에요) <문화의 해석>이랑 <현대 중국....>을 교보에서 샀어요. 할인율이 전혀 없길래ㅠㅠ
문진 잘 활용하셔요. 두꺼운 책도 제법 잘 눌러주더라구요^^
 
행복의 약속 - 불행한 자들을 위한 문화비평 딕테 시리즈 2
사라 아메드 지음, 성정혜.이경란 옮김 / 후마니타스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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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가 안정되어 있고 조화로우며 이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것은 덮개이자 가림막의 효과일 수 있다. 평화와 안정이 행복이라 당연시했던 나에게 의문을 던지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것과 현재의 행복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그러니까 행위 투쟁이 일어나려면 내면의 움직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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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3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본 아이들이 중국인은 모두 모두 죽여라! 하더라는 찬하의말을 들었을 때 오가타는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하며 전쟁놀이를 하는 것을 그 자신이 목격한 적이 있었다. 만주사변이 군의 몇몇 미친놈들의 독주였었다는 것을 일본인인 오가타는 심정적으로 변명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심약한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나한테 그럴 필요 없어요. 관동군의 단독행위건 정부는 무관했건 나한테 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어디 조선인이오? 일본이 뼛속까지 젖어들어 나는 이 동경에 있질 않소. 하하핫…………" - P251

환국이 송영광에관한 말을 했을 때, 신분에 대한 절망도 극복하지 못하고 어떻게 자유로워지느냐고 길상은 말했었다. 그러나 길상은 영광의말을 들은 적도, 만나본 일도 없었지만 환국이보다 훨씬 진하게 그의 갈등을 느꼈었다. 말로는 그랬지만 영광이 혼자 극복한다고 될 일 아니며 끝내 혼자서 극복이 되는 일도 아니다. 사람 모두가, 역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김개주도 김환도, 역사의 산물이며 그 오랜 역사를 극복하려다 간 사람이다. 자신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강자는 극복되어야 한다. 약자의 눈물을 거두기 위하여 평등하기 위하여, 강국도 극복되어야한다. 약소국의 참상을 씻기 위하여, 국가와 국가가 평등하기위하여, 일본은 마땅히 극복되어야 한다. 길상에게 서희와 두아들은 끝없는 사랑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도랑이 있고 장벽이있는 대상이다. 그것은 극복되지 않는 대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목마름이요 적요함이지만 그가 가는 길에 그들은길상의 약점이기도 했다. - P297

"지금 남경(南京) 함락은 시간문제 아닌가. 장개석이는 벌써 천도를 선언하고 있어. 장학량이가 작년에 공산당하고 결탁해서 장개석이를 납치한서안사건(西安事件), 그게 멸망의 징조였던 게야. 서안사건은 노구교사건(蘆溝橋事件)의 원인이지. 일본을 상대해서 중국은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이제는 만주가 문제 아니야. 멀잖아 일본은중국을 손아귀에 넣을 거다. 이런 판국에 조선이 독립을 해?"
"중국을 손아귀에 넣는다구……… 그게 쉬울까요? 소련이 있고미국, 다른 나라들이 보고만 있겠습니까?"
"만주를 보아라. 군말 몇마디 듣고 끝나지 않았나. 그나마그 귀찮은 소리 안 듣겠다고 일본은 국제연맹에서 탈퇴를 했거든 아무튼 일본은 지금 욱일승천이야. 기세가 하늘을 찔러. 장개석이 군대가 허약하기도 하지만 공산당을 경계해서 힘을 다 - P321

쓰지 않는 것도 일본의 전과가 오르는 이유의 하나고, 공산당이 아주 숨이 끊어져서 장개석이 강화되어도 안 될 거고 물론공산당이 국민당을 아주 내몰아도 일본은 난감할 거고 말하자면 시기를 잡는 데 일본은 묘수(妙手)를 쓴 셈이지. 만주사변하고 꼭 같은 길을 가는 게야. 참말로 세상은 눈부시게 변하고 있어. 만주만 하더라도 기가 막히게 변했지. 내가 만주땅에 온 것이삼십 년 꽉 차고 넘었는데 변해온 꼴을 보니 마치 처음에는엉금엉금 얼음판을 기듯, 다음에는 간신히 걷고 그리고 뛰는데지금은 날고 있어. 허허벌판, 신경의 저 대동광장은 몇 해 전만해도 허허벌판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은 어때? 사오 층의 어마어마한 건물이 가득 들어서 장관이지. 오랑캐의 땅이 그리번창할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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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유년 시절부터 품어 온 오랜 몽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모든 애정이, 그러나 내 마음에의해 느껴져 내 마음과 구별되지 않는 애정이 가능한 한 나 자신과는 다른 존재에 의해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존재를 나는 다시 한 번 만들어 냈으며, 이를 위해 시모네라는이름과 고대 예술품과 지오토에게나 어울릴 법한 스포츠 행렬로 젊은 육체들이 해변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 사이를 감돌았던 조화로움의 추억을 이용했다. - P280

이 순간부터 나는 새로운 인간이었다. 이곳에서 나간 후에야 떠올리게 될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손자가 아닌, 이제는우리에게 음식을 가져다줄 종업원들의 일시적인 형제였다. - P284

신경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렸고, 거기에는 외부 대상과는 무관한 행복감이 깃들어 있어 몸이나 주의력을 조금만 기울여도 마치 한 눈을 감고 살짝 누르면 색채에 대한 감각처럼 행복감이 느껴졌다. 나는 이미 포르토를 많이 마셨고, 그런 내가 거듭 잔을 청했다면, 그것은 새 술잔이 가져다줄 행복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앞에서 마셨던 술잔에서 생겨난 행복감의 효과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 내 기쁨을 이끌어 가도록 각각의 음에 내 기쁨을 맡겼고, 기쁨도 온순하게 거기 와서 놓였다. - P287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근면한 습관이 한 권의 작품을 탄생시키듯이, 현재의 기쁨이 아닌 과거에 대한 현명한 성찰이 우리에게서 미래를 보호해 준다. - P291

취기는 몇 시간 동안 주관적 관념론과 순수 현상론을 실현한다. - P293

마치 자신이 탄 배가 정박하는 부두를 똑똑히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배가 파도에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선원처럼, 나는 시계를 보기 위해 여러 번 일어나려 했지만, 내 몸은줄곧 잠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상륙은 어려웠고, 시계에 손을 뻗어 내 지친 다리가 보여 주는 여러 다양한 증상들이 가리키는 시각과 시계에 표시된 시각을 대조해 보려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전에 다시 두세 번 베개 위로 쓰러졌다. - P301

철학에서는 종종 자유 행위와 필연적 행위에 대해 말한다. 우리 사유가 활동 중에는 상승하지못하고 억제되었다가 일단 그 사유가 휴식을 취하면, 지금까지 기분 전환의 압력에 의해 다른 추억과 동일한 수준으로 억눌렸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우뚝 솟게 하는데, 이런 행위야말로 우리가 완전히 따르는 필연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추억은 우리도 모르게 강한 매력을 담고 있어 나중에야, 스물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또는 어쩌 - P303

면 이보다 더한 자유 행위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행위에는 우리가 사랑할 때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배타적으로 재생하는 일종의 정신적 괴벽인 습관이 아직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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