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만을 현명하다고 여기는 때였다.
그런데 맹자는 요 임금과 순 임금과 하, 은, 주 세 대 성왕들의 덕치만을 부르짖으므로 가는 곳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맹자는 물러나 제자 만장의 무리와 『시경』, 『서경』을 순서대로 정리하고공자의 사상을 서술하여 『맹자』 일곱 편을 썼다. 그의 뒤를 이어 추자의 무리가 나타났다. - P364

"아버님께서는 정권을 잡고 제나라 재상이 되어 위왕, 선왕, 민왕을 섬겼습니다. 그 동안 제나라 땅은 넓어지지 않았는데 아버님 자신은 천만금이나 되는 부를 쌓았으며, 그러고도 문하에는 어진 사람 한 명 볼 수 없습니다. 제가 듣건대 장수의 가문에는 반드시 장수가있고, 재상의 가문에는 반드시 재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아버님의후궁들은 아름다운 비단옷을 질질 끌고 다니지만 선비들은 짧은 바지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님의 하인들과 첩들은 쌀밥과 고기를 실컷 먹고도 남아돌지만 선비들은 쌀겨나 술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버님께서는 쌓아둔 것이 남아돌지만 더욱 많이 쌓아 두려고만 할 뿐 나라의 힘이 날로 쇠약해지는 것은잊고 계십니다. 저는 이 점이 이상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전영은 문을 높이 사 집안일을 돌보게 하고 빈객 접대하는 일을 맡겼다. 그러자 빈객이 날로 불어나고 문의 이름이 제후들에게 알려졌다. 제후들이 모두 사자를 시켜 설공전영에게문을 후계자로 삼도록 청하자 전영이 이를 허락했다. 전염이 죽자시호를 정곽군이라 했다. 문이 아버지를 이어 설 땅의 연주가 되니.이 사람이 바로 맹상군이다. - P380

합종은 초나라를 위한 일이지 조나라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제 주인이 앞에있는데 저를 꾸짖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초나라 왕이 말했다.
"옳은 말이오. 참으로 선생의 말씀이 맞소. 삼가 나라를 받들어 합종하겠소."
모수가 물었다.
"합종이 결정된 것입니까?"
초나라 왕이 대답했다.
"결정됐소."
그러자 모수는 초나라 왕의 좌우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닭과 개와 말의 피를 가져오시오." 모수는 구리 쟁반을 받쳐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초나라 왕에게 올리면서 말했다.
"왕께서 먼저 피를 마셔 합종을 약속하셔야 합니다. 다음 차례는제 주인이고, 그 다음 차례는 접니다."
이렇게 하여 어전 위에서 합종 약속을 맺었다. 그러자 수는 왼손으로는 구리 쟁반의 피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열아홉 명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당 아래에서 서로 이 피를 마시시오. 그대들은 범속하고 무능하며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루는 자들에 불과합니다." - P408

평원군은 사람을 사귀는 데 그저 호걸인 척하는 몸짓만 있을뿐 참다운 선비를 구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대량에 있을 적부터 줄곧 이 두 사람이 어질다고 들어 온 터라 조나라에 온 이래로 그들을만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내가 좋아 사귀려고 해도 그들이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평원군은 그들과 사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니, 그는 사귈 만한 인물이 못 됩니다."
그러고는 짐을 꾸려 떠나려고 했다. 부인이 이런 말을 평원군에게 상세히 하자 평원군은 관을 벗어용서를 빌며 공자를 붙들었다. 한편 평원군의 문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절반 넘게 평원군을 떠나공자에게로 왔으며, 천하의 선비들도 공자에게로 왔다. 공자는 평원군 빈객들의 마음을 기울게 했다. - P438

춘신군이 물었다.
"뜻밖의 인사란 누구요?"
주영이 대답했다.
"당신께서는 저를 낭중郞中에 임명하십시오. 초나라 왕이 죽으면 이원은 틀림없이 먼저 궁궐로 들어갈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위하여이원을 죽이겠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재앙을 막아낼 수 있는 뜻밖의 인사입니다."
춘신군이 말했다.
"그대는 그만두시오. 이원은 나약한 사람이며, 나는 또 그를 정성껏 대접하고 있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소?"
주영은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자기에게 재앙이 미칠까 봐 달아났다. - P460

왕께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우호 관계를 맺고 이웃 나라를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치의 땅을 얻어도 왕의 것이 되고 한 자의 땅을 얻더라도 왕의 것이 됩니다. 지금 이런 계책을버리고 멀리 있는 나라를 친다는 것은 역시 잘못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 원교근공 - P477

"그런데 신의 경우에는 재앙을 벗어나 공을 세워 선왕께서 남기신 공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신은 모욕스러운 비방으로 선왕의 명성을 떨어뜨릴까봐 가장 두렵습니다. 이미 연나라를 버리고 조나라로 가는 큰 죄를 지었는데, 또 연나라가 지친 틈을 타 조나라를위하여 연나라를 쳐서 연나라에게 앞서 저지른 죄를 요행으로 면해 보려는 것은 도의상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이 듣건대 "옛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신은 영리하지는 못하지만 자주군자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다만 왕을 모시는 신하들이 주위 사람들의 말을 가까이하여 멀리 내쳐진 신의 행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할까 염려되어 감히 글을 올려 말씀드립니다. 부디 군왕께서 신의 뜻을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 P516

조나라 왕은 염파 대신 조괄을 장군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말했다.
"왕께서는 명성만 믿고 조괄을 쓰시려 하는데, 이는 거문고의 괘棵를 아교로 붙여서 고정시키고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괄은 그저 자기 아버지가 남긴 병법 책을 읽었을 뿐 사태 변화에 대처할 줄은 모릅니다."
그러나 조나라 왕은 듣지 않고 마침내 조괄을 장군으로 삼았다.
조괄은 스스로 어릴 적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대해 말하자면 이세상에서 자기를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일찍이 그는 아버지 조사와 함께 군사적인 일을 토론한 적이 있는데, 조사는 그를 당해 낼 수없었다. 그러나 조사는 그가 잘한다고 하지 않았다. 조괄의 어머니가 조사에게 그 까닭을 묻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거요. 그런데 괄은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오. 조나라가 골을 장군으로 삼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일 괄을 장군으로 삼는다면 틀림없이 조나라 군대는 파멸당할 것이오." - P538

"예전에 제가 조괄의 아버지를 모실 때, 그 무렵 제 아들의 아버지는 장군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먹여 살리는 이가 수십 명이고, 벗이된 사람은 수백 명이나 되었습니다. 왕이나 종실에서 상으로 내려준 물품은 모두 군대의 벼슬아치나 사대부에게 주고, 출전 명령을받으면 그날부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아들은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어 동쪽을 향해 앉아서 부하들의 인사를 받게 되었지만 군대의 벼슬아치 가운데 누구 하나 제 아들을 존경하여우러러보는 이가 없습니다. 왕께서 내려 주신 돈과 비단을 가지고돌아와 자기 집에 감추어 두고 날마다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둘러보았다가 그것들을 사들입니다. 왕께서는 어찌 그 아버지와 같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아버지와 자식은 마음 씀씀이부터 다릅니다.
부디 왕께서는 제 아들을 보내지 마십시오." - P539

전단은 성안에서 소 1000여 마리를 모아 붉은 비단에 오색으로 용무늬를 그려 넣은 옷을 만들어 입히고, 쇠뿔에는 칼날을 붙들어 매고 쇠꼬리에는 갈대를 매달아 기름을 붓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성벽에 구멍을 수십 개 뚫어 밤을 틈타 그 구멍으로 소를 내보내고, 장사 5000명이 그 뒤를 따르게 하였다. 꼬리가 뜨거워지자소가 성이 나서 연나라 군대의 진영으로 뛰어드니 연나라 군사는밤중에 크게 놀랐다. 쇠꼬리에 붙은 횃불은 눈부시게 빛났는데, 연나라 군사가 자세히 보니 모두 용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쇠뿔에 받히는 대로 모두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장사 5000명이나뭇가지를 문 채 뛰어들었고, 성안에서는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질렀다.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구리 그릇을 두들겨 대며 성원을 보냈는데, 그 소리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매우 놀라 싸움에 져서 달아났다. - P553

조나라의 평원군은 노중련에게 봉지를 내리려 했지만 노중련은여러 차례 사양하고 끝내 받지 않았다. 그래서 평원군은 술자리를마련하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앞으로 나가 천금을 내놓으며노중련의 장수를 빌었다. 그러자 노중련이 웃으며 말했다.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 주고 재앙을 없애 주며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입니다.
저는 이런 짓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평원군에게 인사하고 떠나가서는 평생토록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 P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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