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의 아침 프로 '웰빙 맛사냥'을 꼭 보고 있다.

어제는 '옛 골목 식당의 정취'인가 하는 소제목으로 오래된 식당 몇 곳을 소개했는데
그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대전의 30년된 두부두루치기 식당이었다.
멸치육수를 우려 그 끓는 국물에 큼직하고 굵게 썬 두부를 넣어 멸치향을 스며들게 한 후
고춧가루와 설탕 조금, 대파 굵게 썬 것을 넣어 그냥 팍팍 끓이는 것이었다.
두부두루치기 하면 신김치나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식당은 두부만 넣었다.

요즘은 '웰빙' 바람이 식당에도 불어 육수를 우릴 때 온갖 한약재를 넣고 끓이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분위기다.
족발을 삶을 때도 마찬가지.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온갖 한약재를 큰 솥에 넣고 끓이는 모습을 으시대며 보여주는
식당 주인을 보면 솔직히 그 집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예쁘장한 젊은 여성 한의사'(안 예쁘면 안 된다!)가 나와 뭐는 뭐에 좋다느니 하며
한마디 거드는 것도 조금 꼴불견.

오늘 아침만 해도 '웰빙 진귀한 보양식'이라고 하여, 삼계탕용 닭의 뱃속에 복어를,
또 오리탕에 전복을 넣고 펄펄 끓이는 메뉴를  보여주었다.
그런 요리가 몸에 좋다고 하니 그 식당을 찾아 인터뷰에 응한 손님들도
대부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음식엔 여간해서 구미가 동하지 않는다.

'진귀한 보양식'에 이어 북촌미술관 반쪽이의 폐품이용 작품 전시회 소식과 함께,
감상 후 자녀들과 함께 먹으러 가면 좋은 음식으로  '한국식 누룽지탕'을 소개했다.
손질한 숙주나물에 직접 만든 누룽지와 각종 채소, 몇 가지의 해물을 넣고 팔팔 끓이는 게
아주 간단해 보였는데, 식당 주인장은 "간단한 게 맛의 포인트"라고 소개했다.
재료도 간단하게, 조리법도 간단한 것이 음식 재료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 낸다는 뜻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해물삼계탕이니 도가니아귀찜이니 듣도 보도 못한 짬뽕 음식들을 보면 신기하긴 하지만
입맛을 다시게 되지는 않는다.
내 입이 그 음식의 맛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희미한 거부감마저
들기도 한다.
어느 날 어쩌다 그런 음식을 먹고 너무 맛있다고  연신 엄지 손가락을 추켜들지는 모를 일이지만......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컴 앞으로 달려와 딸아이와 컴 쟁탈전이 벌어지기 전에 페이퍼를 쓴다.
어제 본 맛집 대전 두부 두루치기 식당(대흥동 진로집)의 정보를 구하다가 운좋게
그 집 두부 두루치기 사진도 구했다.
1인분 4000원.
얼마나 눈물겨운 가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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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0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다고 툴툴대다 사놓은 두부가 상해버렸는데 저거 해먹었음 좋았을걸 아쉽네요

Mephistopheles 2006-08-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가끔 TV에서 접하는 음식관련 프로그램들을 보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느냐라는 관점보단 이런 진귀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니까 몸에 좋은 줄 알고 비싸도 사먹어라..!! 라는 느낌이
자주 들더라구요.. 그놈의 웰빙이 음식의 본질마저 야바위하는 듯한
기분에 불쾌해 지더라구요..

기인 2006-08-0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방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나가기는 귀찮고, 시켜먹을 돈도 없고...
애인이 뭐 가지고 올 때까지 굶고 있는 중입니다...
저 두부.. 고문이네요 ㅜㅠ

urblue 2006-08-0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말씀 동감. 쓰읍.

반딧불,, 2006-08-0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 역쉬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님의 음식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거군요. 딱!입니다.
참, 저는 멸치육수 따로 안내고 멸치 자체를 그냥 넣습니다.게을러서^^;;;

로드무비 2006-08-0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음식 볼 줄 아시는군요.
요즘 다이어트 중이시죠?
두부가 그렇게(건강에, 다이어트에 두루두루) 좋다네요.
그나저나 애인님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조금만 참으세요.^^

따우님, 제가 똑같은 요릴 만들어 일간 올리겠습니다.
저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게...^^

메피스토님, 그러니까요.
온각 한약재로 우린 육수나 섞은 소스에 전 별로 흥미 없어요.
음식의 본질마저 야바위, ㅎㅎ 통렬한 표현입니다.
저랑 입맛이 비슷한지도...^^

건우와 연우 2006-08-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국수면을 삶아서 뜨거운채로 건져 저 국물에 비벼먹기도 해요...^^
고등학교때 친구들하고 우우 몰려가 많이 먹었어요...^^

국경을넘어 2006-08-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로집이 테레비에 나왔나 보군요. 대전하면 별로 자랑할 만한 음식이 없습니다. 굳이 꼽아보라면 두부두루치기가 유명합니다(묵밥을 꼽기도 하지만). 소개된 진로집은 저도 가끔 가는 곳입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옆지기가 특히 ^^* 같이 모임하는 녀석의 직장 동료(여 선생님)가 그 집 딸이라서 그 친구하고 함께 가면 잘해줍니다. ㅋㅋㅋ 그 동네에 있는 광천식당(도청 앞)이나 한밭식당(대전역 근처)의 두부두루치기도 먹어볼 만 합니다. ^^

nada 2006-08-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어제 콩국수에 두부 얹어 먹었는데. 두부 진짜 좋아해요. 두부는 만능이에요, 만능~

로드무비 2006-08-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제가 제일 많이 사는 식재료가 두부와 양파, 달걀입니다.
배고파요.
아이 학원 간 새 열나게 사진 찍어 포토리뷰 올렸더니, 꼬르륵.^^;

폐인촌님, 묵밥집은 논산 어딘가 봐뒀어요. 몇 년 전에...
봐두기만 한 데가 수십 군데.ㅎㅎ
진로집 꼭 가보렵니다.
우연히 마주치면 소주 한잔 해요.^^

건우와 연우님, 국수사리 1000원.ㅎㅎ
식당 위치까지 파악해 뒀습니다.
대전 쪽에 사시나 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다녔어요...^^

로드무비 2006-08-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러셨군요.
고등학생이 두부두루치기를 좋아하다니, 일찍부터 맛을 아셨군요.^^

로드무비 2006-08-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하늘바람님,
제가 깜빡했어요.
저도 조금 전 약간 표면이 끈끈해진 두부 1/3모 버렸어요.
구워 먹으려 킁킁거리다가 불안해서.
오늘 새 두부 사서 맛나게 해 먹자고요.^^

에로이카 2006-08-0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살을 빼려면, 두부를 먹어야 하겠네요.. 음.. 오케이..
그건 그렇고, 오늘은 로드무비님께서 컴퓨터 쟁탈전에서 완전 승리하신 걸로 보이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6-08-0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실패했습니다.
컴 앞에 얼씬도 못했거든요.
두부 정말 맛있어요.
제가 만든 두부 두루치기 사진도 일간 올릴게요.^^

sandcat 2006-08-1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멸치국물에 고춧가루, 대파, 설탕 넣고 팍팍 끓였는데 맛이 안 나오더라구요. 양조간장 두어 숟가락 넣고 나서야 계우 먹을 수 있었음. 나중에 로드무비 님이 만드신 두루치기 사진 올릴 때 요리법도 자세히 써주시면 좋겠어요. 두부를 좋아하지 않지만 두부 요리는 잘하고 싶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