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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아쿠아 디 지오 오데토일렛 - 여성용 35ml
아르마니
평점 :
단종
요즘의 나처럼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를 따로 두고 좀 싼 가격의, 그것도 세일중인 향수를
사거나 떨어져도 아예 사지 않게 되는 건 확실히 재미없는 일이다.
좋게 말하면 어떤 향의 집착에서 벗어났다는 말이 될 테고, 나에게서 어떤 향이 풍기든 이제
상관없다는 뜻이 될 것이다.
아쿠아 디 지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다.
오래 전, 엷은 산호빛 액체가 담긴 심플한 디자인의 납작한 병을 보았을 때,
첫눈에 반한 남자 앞에서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 신선하고 부드러운 향은 어떻고......
향수는 그 주인의 체취와 결합하여 또 전혀 새로운 향을 발산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오래 전 다소 과용하는 기분을 억누르고 계속해서 애용했던 아쿠아 디 지오는
"드라이할 것!"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요구하던, 젊음이 조금씩 시들어가던 그 무렵의 나와는
엄청나게 잘 맞았던 것이 틀림없다.
나는 지금도, 그때 나에게서 기분좋게 풍기던 지오의 향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쿠아 디 지오의 향기는 향이 거의 다 날아갈 무렵, 늦은 저녁이나 깊은 밤 최고조에 달한다.
그 사람의 몸에서 하루종일 스며나온 땀냄새와 결합하여 숙성된 향의 감미로움이랄까!
거기에는 묘하게도 약간 피로하면서도 슬픈 냄새가 묻어 있다.
오늘 아침 밥상머리에서 향수 이야기가 나와서 남편과 나눈 대화.
"아쿠아 디 지오 향 기억하지? 그게 바로 나의 향기야.(이런 억지라니!)"
"(그리운 표정이 되며) 참, 좋았는데! 그런데 왜 이제 그 향수 안 써?"
"가격이 얼만데! 그리고 이제 남자도 잡았겠다, 향수가 무슨 소용이야!"
어이없는 나의 대답에 순진한 남편은 가까운 시일 내 아쿠아 디 지오를 한 병 사주기로 약속했다.
(화장품 리뷰 이렇게 써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