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유리창에서 밤낮없이 반짝이던 성탄 풍선장식을 조금 전 떼냈다. 1월 3일이 지나면 떼야겠다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열흘을 훌쩍 넘긴 것이다. 어젯밤에도 아이와 먼저 자러 들어가면서 남편에게 풍선장식을 떼달라고 말했다. 컴퓨터 카드 게임에 코를 박고 있던 남편은 "알았어, 알았다구."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조금전 일어나 서재에서 30분만 놀고 일을 하기로 굳은 결심을 하고 들어와 가장 최근 올라온 마태우스님과 수선님의 글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다가 댓글을 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놓았다. 커피 한잔을 타가지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문득 눈에 띈 풍선 장식. 코드를 찾아 뽑고 의자를 놓고 올라가 못에 걸린 실을 빼니 간단하게 떨어졌다. "아니, 이 남자가 왜 이렇게 간단한 일을 안하는 거야!" 그것을 치우며 투덜거리다 보니 문득 깨달아지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로드무비, 니가 치우면 되잖아!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섬섬옥수 귀부인도 아니면서 나는 대부분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전부 남편에게 떠넘겼다. 생각해 보면 풍선장식 떼내는 정도의 간단한 일도 나는 미리 못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게을러서 또 두려워서 내가 엄두도 못 내고 미루었던 수많은 일들. 어쩌면 그 일들은 성탄장식을 떼내는 일처럼 간단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풍선 장식을 직접 떼내고 그 사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던 나는 그 오죽잖은 경험을 페이퍼로 하나 쓰려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슬그머니 다시 기어들어왔다는 사실. 깨달음은 정말 도처에서 쓰리쿠션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