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마이 리뷰에 뽑혀서 적립금 오만 원이 들어왔다.
이때다 싶어 박창근의 음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과  
꼭 보고 싶었던 스파이크 리의 다큐멘터리 <제방이 무너졌을 때> DVD를 주문했다.
크게 인심을 써서 딸아이를 위해  '고래가 그랬어'에서 나온 만화 <태일이>도 주문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세일중이라는 메일을 받고 한 가게에 갔더니
마녀배달부 키키 오르골이 눈에 띈다.
가지각색 빵들이가지런히 쌓인 진열장 위에 팔을 얹고
고양이 지지와 함께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정겹다.
태엽을 감으면 나오는 음악은 당연히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겠지?

-- 음반과 영화는 언젠가, 어차피, 적립금이 없었대도 살 것이었잖아.
<태일이> 만화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알라딘 적립금 들어온 걸로 이 오르골을 사는 거야.

언제나 그렇듯 나를 설득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방과후 영어공부가 재밌다며 얼마 전 외고에 가겠다고 선언을 한 딸아이가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외고 학비가 엄청 비싸다는 보도를 접하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걱정 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딸 외고 아니라 달나라라도 보내줄게."

책장수 님의 말에 이어 나온 딸아이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게 아니라, 엄마가 예쁜 걸 너무 많이 사잖아. 그래서 집에 돈이 없어!"

"내가 뭘 그렇게 많이 샀다고!" 소리를 빽 질렀지만,  나를 바라보는 부녀의 눈길이라니!
억울하기도 하고,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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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키...지부리 애니 중에 제일 주변 배경과 분위기가 아름다웠던 애니라는 기억이..^^

로드무비 2007-11-12 11:22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지브리보다 지부리가 더 그럴싸하네요.=3=3
음악도 괜찮죠?^^

2007-11-1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7-11-1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르골 너무 예뻐요오~~>.< 저도 지부리 애니 중에서 키키가 제일 좋아요. 정겹달까요. 잔잔하달까요. 근대 초기의 어수선함과 마법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더 좋구요. 그나저나 주하는 키키만큼이나 나날이 현명해지는군요. 엄마가 '예쁜 것만' 사는 줄도 알고 말이죠.ㅋㅋㅋ

로드무비 2007-11-12 12:33   좋아요 0 | URL
로렌초의 시종 님, "예쁜 것이지만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할 줄도 압니다.
딸아이가 조르면 제가 큰맘먹고 사주고, 그랬으면 딱 좋겠는데 말이죠.( '')
저 오르골 시종 님도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


BRINY 2007-11-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그런 딸이 있다면 쓸모없는 것들 안 사들일 수 있을까요?

로드무비 2007-11-12 22:10   좋아요 0 | URL
브리니 님, 딸이 있고 없고 간에 우리는 그냥 운명에 따를 수밖에.=3=3=3

2007-11-12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7-11-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케이블에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라는 영화를 했어요. 중간에 좀 봤는데, 주인공 남자가 재산을 탕진(?)해가면서 모은 피규어를 이베이에 내놓으려고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끝까지 못봤는데, 아마 그 피규어를 팔아서 떼돈을 벌고 여자친구랑도 해피엔딩이고 하는 그런 결말이었을 것 같아요.
알게모르게 무비님은 지금 재테크중이신건지도 몰라요.

로드무비 2007-11-12 22:02   좋아요 0 | URL
sudan 님, 여차하면 저도 어느 날 벼룩시장에 제 장난감들을
들고 나가려고요.
그런데 싸구려 허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몇 푼이나 받을 수 있을지.=3=3
그 영화 결말 정말 궁금하네요.
혹시나 하는 부푼 마음으로 검색해 봐야겠습니다.^^

홍수맘 2007-11-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홍/수가 생각나 웃었어요.
"마트가자!!!" 그러면 "에잉~. 마트가면 엄만 맨날 옷 구경만 할거면서" 하면서 꼭 한마디씩 하는 홍/수랍니다.
에궁~ 부끄부끄 ^^;;;

로드무비 2007-11-12 21:58   좋아요 0 | URL
홍수맘 님, 저도 옷 진열장 앞에서 마음을 뺏겨봤으면 좋겠어요.ㅎㅎ
마트에서 제 정신을 뺏는 건 오로지 식품부의 냉동냉장고 앞입니다.
홍/수는 그런 엄마를 귀여워 하는 것 같은데요?^^

라주미힌 2007-11-1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비는 미덕이죠 머... :-)
ㅋㅋㅋㅋㅋㅋㅋ

로드무비 2007-11-12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함돠.
라주미힌 님, 이상하게 두 다리가 자동으로 떨리네요.=3=3=3

icaru 2007-11-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아아악! 마녀배달부 키키 오르골...
제품이 도착하면~ 실사 찍어 올려 주시는 센스를 기대함돠 ^^
음향을 들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워요..

로드무비 2007-11-12 21:50   좋아요 0 | URL
저의 탁월한 센스는 조금도 녹슬지 않았는데 바뀐 카메라 탓이라고 할까요?
이카루 님,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세요.^^

누에 2007-11-1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갖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오랜만에 느끼는..

로드무비 2007-11-12 21:48   좋아요 0 | URL
누에 님, 저도 이렇게 순식간의 단호한 결정은 거의 몇 개월 만이라고 할까요?
반성하는 척은 하고 있지만 삶의 이런 순간이 좋습니다.^^

프레이야 2007-11-1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찍한 주하가 그러는게요? 님?
엄마가 예쁜 걸 너무 많이 사잖아 ㅎㅎㅎ
그래도 예쁜 게 좋은 걸..히힛..

로드무비 2007-11-12 21:45   좋아요 0 | URL
키키 오르골은 양반이고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해골이나 몬스터 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가 무심히 내뱉는 말은 제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혜경 님도 그러시죠?(물귀신 작전.)


마노아 2007-11-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라고 하고 싶어도 오르골은 사고 싶겠죠? 저는 사세요에 한 표예요^^

로드무비 2007-11-12 21:37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의 응원에 힘입어 슬그머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헤헤, 사실 주문완료 후 올린 페이퍼입니다.^^

瑚璉 2007-11-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만화를 보고 하도 마음에 들어 물건너 나라에 OST를 주문했다지요(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요즘 들어도 참 좋은 노래들입니다.

로드무비 2007-11-13 11:14   좋아요 0 | URL
아이고, 호련 님, 정말 빠르시네요.
10년 전에 만화를 보셨다니!
11월 말에 이 영화 극장개봉 한답니다.
딸아이와 함께 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치니 2007-11-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극장 개봉! 다들 너무 알고 계시는 애니인거 같은데 저만 몰라서 살짝 소외되다가 마지막 댓글을 보고 희망 가집니다.
영화부터 보고 나서 오르골도 살까 말까 생각해야겠어요.

로드무비 2007-11-16 12:19   좋아요 0 | URL
치니 님, 그런데 영화는 딱 이틀 상영하네요.
평일에 너무 멀고 먼 극장이라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엉망인 화질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딸아이와 함께 큰 화면으로 꼭 보고 싶었거든요.
치니 님은 자신의 모성에 깜짝깜짝 놀라지 않으세요?=3=3=3

2007-11-14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5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7-11-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찍한 녀석^^
로드무비님이 가지고계신걸 다 합해도 주하만큼 예쁜건 없다고 전해주세요.^^

로드무비 2007-11-2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연우에게도 그 말 그대로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