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텔레비전 맛 대 맛에서 매운지닭매운탕이 상대 요리(기억도 안 남)를
10 대 0으로 제압하는 것을 보았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그 음식의 포스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그날 마침 일요일이고 포천 고모님 댁에 가기로 한 날이라
가는 길에 들른 마트의 장바구니에 구워 먹을 삼겹살 거리와 함께 닭을 한 팩 넣었다.

농사를 짓고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그시는 고모 집 냉장고에는,
마침 2년 된 묵은지가 있었다.
그날 '묵은지닭매운탕'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삼겹살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후 가나안덕의 오리구이처럼 심심하고 출출하면 슬그머니 떠오른다는......

어제는 올케가 5박 6일의 프랑스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토요일 아침 아이를 맡기며 너무나 미안한 표정이길래 이번에는 근사한 선물 하나 받겠구나
내심 기대했더니,  웬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와인 한 병을 내민다.
와인은 본체만체.
피노키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목각 볼펜이 두 개길래,
"하나는 내거지?" 하고 덥석 집었더니 동주와 주하 거란다.
아이고 무안해라.

그런 올케를 위해 내가 어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 신김치닭매운탕.
올케는 안 그래도 그동안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면서 허겁지겁 냄비에 달려든다.
함께 뚱뚱할 땐 약간 안심(!)이 되더니, 올케는 최근 10여킬로그램이 빠졌다.
옆에 앉기가 싫다. 비교되어......

어제는 묵은지가 없는지라 신김치를 반 포기쯤 잘라 넣었다.
자르지 않고 통째 넣어 쭉쭉 손으로 찢어 먹어야 제격인데 깜빡했다.
2년 된 묵은지를 넣고 끓인 것이 깊은 맛이 났다면,
김장김치 신 것을 넣은 것은 구수하긴 한데 그에 비해 산뜻하고 깔끔하다.

어떤 날은 묵은지의 군둥내가 심오한 듯하고 좋지만 어떤 날은 지겹다.
어제는 신김치 넣은 닭매운탕이 입에 맞는 날이었다.


신김치닭매운탕(6인용)

재료 :  닭매운탕용 닭 두 팩,  신김치 반 포기, 감자 3,4알, 양파 한 개,  대파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후춧가루, 마늘, 누런 설탕

만드는 법

1. 껍질 벗긴 감자를 2~3등분 잘라 냄비에 삶는다.

2. 닭의 껍질을 벗기고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어 소주를 듬뿍 뿌려준다.

3. 고추장 한 큰술, 고춧가루 서너 큰술, 후춧가루 한 찻술, 찧은 마늘 두 큰술,
설탕 두 큰술, 진간장 세 큰술을 잘 개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4. 5분쯤 삶은 감자 냄비의 물을 따라내고 손질해둔 닭 토막을 넣고 양념장을 붓는다.
신김치를 반 포기쯤 밑둥만 자르고 통째 넣는다.
양념장을 섞은 그릇에 물을 두세 잔 부어 알뜰하게 휑궈 냄비에 붓는다.

5. 5분쯤 끓었을 때 양파 큼지막하게 썬 것을 넣고 한 소끔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큰술과 대파를 넣어 잠시 끓인다.  맛을 보고 간은 소금으로......







**음식 페이퍼는 사진이 필수.
'허름한 밥상'에 올렸던 닭매운탕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걸쭉한 국물도 좋지만 겨울에는 후루룩후루룩 떠먹을 정도로 흥건한 국물도 좋습니다.
이 메뉴,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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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7-02-0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흔한 닭도리탕도 해본 적이 없는 저 같은 요리치도 만들 수 있을지. 일단 빈곤한 요리수첩에 옮겨적어 놓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도전을.^^

혜덕화 2007-02-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는 언제 넣나요? 닭을 넣을 때?
맛있겠네요. 저도 한 번 해봐야겠어요.

물만두 2007-02-0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거를 통 못먹어서리 ㅜ.ㅜ

서연사랑 2007-02-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핫케이크에 올리고당 시럽을 듬뿍 찍어 먹고 있지 않았더라면 화면으로 달려들 뻔 했어요.^^

로드무비 2007-02-0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 님, 메이플 시럽이 아니어도 되는군요.
시럽이 비싸서 핫케익을 못 해먹었는데.ㅎㅎ

물만두 님, 청량고추를 넣어주면 더 좋은데 아이들이 함께 먹는 거라.
동주와 주하도 잘 먹습니다.
그러니 님의 입에도 맞지 않을까요.=3=3

혜덕화님, 처음부터 함께 넣고 끓였습니다.
입맛에 따라 중간에 넣어도 될 테고.
꼭 해서 드셔보세요.^^

우몽 님, 마음의 준비고 자시고 필요없다니까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그때!^^

하이드 2007-02-02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요즘 매운갈비찜.에 꽂혀서 어디서 먹어야하나 물색중인데, 으... 신김치 닭도리탕( 치킨 킬러입니다) 이라니, 맛있겠어요! >.<

로드무비 2007-02-0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하이드 님, 매운갈비찜 잘하는 집 소개 좀 해주세요.
신김치닭도리탕도 무지 맛납니다.^^

Mephistopheles 2007-02-0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리났군요...침 고입니다...주룩주룩....!!

반딧불,, 2007-02-0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신김치뼈다구탕을 먹었는데 왜 침이 고이냐구요!!!!!!

blowup 2007-02-0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하면서 이상하게 맛이 잘 안 나는 음식이 닭매운탕이에요. 별로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닭고기에 간이 잘 안 배기도 하고. 누린내가 나기도 하고. 국물이 부족하기도 하고. 딱이다 싶은 경우가 한번도 없었어요. 서너 번인가 해봤는데. 늘 부족했어요.
근데, 로드무비 님. 이게 뭐가 허름하다는 거예요.>,<
암만 봐도, 허름하진 않지만. 페이퍼 제목은 귀여워요.

에로이카 2007-02-0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페이퍼.. 너무 하십니다. 어제 산 김치가 익으려면 한 2주, 약간 시었다 싶으려면 한 3주 정도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그 때 꼭 시도해봐야 하겠습니다. 근데 신김치와 닭고기 맛이 어떻게 어울리는 지 상상이 잘 안돼요. 그리고 볶는 과정이 전혀 없네요... 제가 알고 있는 닭도리탕 맛에서 단 맛을 빼고, 김치찌개 맛을 더한 것 쯤 되려나요.. 오.. 상상은 안 되지만, 입에 고인 침은 어쩔 수 없네요... ^^ 쩝.. 아, 그리고 "양념장을 섞은 그릇에 물을 두세 잔 부어 알뜰하게 휑궈 냄비에 붓는다", 이 구절 참 마음에 듭니다.. 히히..

마노아 2007-02-0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군침 돌아요! 너무 맛있겠어요^^ㅎㅎㅎ

로드무비 2007-02-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정말 맛나당게요.^^
(저 사진은 제가 찍었지만 지금 보니 별로 먹음직하게 안 나온 듯.)

에로이카 님, 호호~ 예상했던 대로의 열광.
언제부턴가 겸손(?)해져서 '허름한 밥상' 을 통째 서랍 속에 처박았는데
몇 님을 생각하면 허름한 접시라도 가끔 올려야겠군요.
신김치와 국물을 푸짐하게 넣고 끓이는 게 중요합니다.
고춧가루도 아끼지 마시고 팍팍.
그리고 마음에 드신다는 건, 제법 알뜰주부의 면모가
보이는 구절이었죠?^^
(김치가 맛있게 익기를......)

namu 님, 제가 못 만드는 게 김치.
겉절이말고는 한 번도 성공 못해봤어요.
닭냄새를 없애려면 술로 목욕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고춧가루와 마늘 듬뿍 넣으시고요.
다음에는 닭매운탕 도전에 꼭 성공하시기를.^^

반딧불 님, 신김치뼈다구탕, 그, 그건 또 뭡니까요?^^

메피스토 님, 언제 시간 되는 날 직접 하셔서
사랑하는 주니어와 마님 입에 좀 넣어주세요.^^

건우와 연우 2007-02-0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Kitty 2007-02-13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너무 맛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보다가 소주를 듬뿍 뿌려준다에서 좌절 ㅠㅠ
여긴 소주 한 병에 15000원~20000원인데 ㅠㅠ 소주 없이는 안될까요;

로드무비 2007-02-1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tty 님, 며칠 전 소주 대신 김빠진 맥주를 넣어봤더니 역시 신통찮더군요.
그러나 맛술은 괜찮지 않을까요?
(맛술도 없나요? 거기는.)

건우와 연우 님, 좋지요.^^

2007-02-26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