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늦었다! 가치만세 1
고여주 외 지음, 김중석 그림 / 휴이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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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모는 될 수 있어도, 이모는 못된다. 동생이 남자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 여동생이나 언니의 아기라면 맘껏 안아볼 수 있을 텐데, 올케에게 난 ‘시누이’가 아닌가. 조카에게 부여받을 그 이름, ‘고모’의 환상 속엔 동화책이 놓여있다.

주인공 나기찬은 늘 지각을 한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 기찬은 ‘뭐든지 파는 가게’에서 요상한 시계를 사온다. 자명종의 이름을 단 그것들은 ‘한다면 한다’는 식으로 기찬을 깨우고, 기찬은 ‘할테면 해봐’란 식으로 잔다. 결국 우스꽝스런 일들을 치르고서야 깨닫는다. 스스로 지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거다.

‘내일은 정말 정말 일찍 일어나야지. 꽃! 일찍 일어날 거야.’
기찬이는 집에 가는 길에도,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굳게 다짐했어요.

기특한 것.
이 책에 말하고자 하는 건 ‘마음의 힘 중요하다’란 거다. 맞는 말.
이래서 동화책은 고모의 책장에 꽂힐 수 밖 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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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발견 -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윤용인 지음, 양시호 그림 / 글항아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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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취미는 독서다. 소개팅이나 낯선 자리에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던진 그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악취미. 그 독서를 하는 이가 나다. 취미에 추미(醜美)는 없지만, 내 대답을 듣고 안색이 달라지면 같이 얼굴색이 변한다. TV보다 책을 더 좋아할 뿐인데, 초야에 묻혀 사는 ‘도인’ 또는 읽는 척하는 ‘재수인’으로 보는 건 뭐란 말인가.

“책만 보는 사람 아니거든요.”, “척 할 만큼의 어려운 책은 못 읽거든요.”는 변이 될 수 없다. 대답 해줄수록 이상해지니 그저 웃었고, 웃었더니 웃기는 여자가 돼버렸다. 처음엔 “그건 아니요.”라며 발악을 했는데, 이젠 웃는다. 편해진 거다. 책 본다고 인상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읽을수록 유연해지고 가벼워지는 걸 어쩌랴. “모든 말이 맞는 말이 구려.”라며 껄껄거린 퇴계 옹이 돼버렸다.

특히나 <어른의 발견>같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강도가 더하다. 모든 게 흐뭇하다. 말도 안 되는 주장에도 맞장구 쳐지고, 반대되는 생각도 수긍케 된다. 진정을 떠나, 개성 있고 입심 센 글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어른의 발견>은 내 입맛에 딱 이었다. 책 내용은, 점잖아야할 ‘어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점잖지가 않다. 통념에 대한 조롱과 이죽거림이 반이다. 책은 다섯 파트로 나뉜다. 결혼, 부부, 아이, 중년, 생활로 나뉘는데 모두 재미있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내용은 없고, 생각할 거리도 잔뜩 끌고 온다. 아쉬운 점은 일에 대한 파트가 없다는 거다. 여행사 사장이라도 나름의 애환이 있을 텐데, 아쉽다. 수다 떨기 좋아하니, 따로 묶어 책 썼을 거란 생각도 든다.

부제가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 누드 클럽’이다. 하지만 어른들보다는 수줍은 타는 불량소년과 장난기 넘치는 어린 사내놈이 더 많이 보인다. 심리학책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이 책을 읽기 전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을 봤더니 더 같잖다. 같은 서른, 마흔인데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처음부터 공고하긴 했다. 이 책의 목적이 심리를 쉽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라고. 간간히, 심리학적인 내용이 나오긴 하나 그 내용에 슬쩍 웃으려면 심리학책 좀 봐야 할 듯하다. 심리 누드라니. 오! 윤용인, 이 사람 익살꾼이다. 

부모에 의해 자라온 십대를 지나고, 공부와 이데올로기, 연애와 사회 문제로 고민한 이십대에 이어 밥벌이의 삼십대를 거쳐서 우리는 마흔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본 시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마흔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것도 자신을 제대로 찾기 전에 늙음이라는 괴물이 찾아왔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심리누드클럽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마흔이 넘으면 심리학 책을 뒤적일 필요가 있다. 어려운 책 말고 쉬운 책으로, 무의식과 억압과 분노 등을 읽다보면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이 보일 것이다. (p.164)

나잇살이 화두인 책이든 뭐든, 서른 이상의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내가 참 짧다는 생각이 든다. 간간히 오래 살 것을 생각지 못하고, 하루살이같이 사는걸 보면 내가 봐도 한심타. 스물하고도 여섯, 난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몰랐다.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줄도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이 맘에 든다.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될 무거운 주제들이지만 무거움을 덜어주는 발상전환이 고맙다. ‘어른도 별거 아니 구나.’부터 ‘나도 이런 능청을 떨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려치고, 돌려치고, 농락하는 딴지의 중년. 이런 책을 발견하려고 심리 책을 읽어왔단 생각이 든다. 갑자기 내 악취미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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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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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순례를 하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을 봤다. 잠시 서서 책장을 넘겨보다가 제자리에 꽂아 놓았다. 사 볼만 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런 류를 그 동안 너무 많이 읽어온게 아닌가 싶었다. 덕분에 작가의 필력과 경험의 강도를 비교하는 재미도 알게 됐으나, 딱 봐도 뭘 말할지 알것 같아 심드렁했다.

 “당신이 옳아.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힘들고, 지칠 때 마다 심리학책을 찾았더랬다. 어느 순간, 친구보다 더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줬고 술잔 따위는 필요치 않게 해주었다. 그래서 심리학책을 더 많이 주워 삼켰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프로이트와 융을 몰라서 읽는 게 아니었다. 책을 읽을 때 마다 ‘왠 년’이 나타났다. 나랑 닮긴 했지만 거부하고 싶은, 낮선 처자가 눈물과 콧물을 범벅한 채 나타났다. 그 처자와 함께, 껴안고 울어다 보니 하이 파이브를 하며 책 구절을 따로 옮기는 기행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다. 내가 다 아는 내용에 한 번 더 손을 뻗혔던 것은 그래서다. 제목에서 말했던 것처럼 ‘서른 살’에 좀 더 초점을 뒀을 것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울기 만하던 어린 처자보다 서른을 넘긴 처자의 깊은 속내나 미래 따위를 보고 싶었다. 

서른 살이 넘으면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서서히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인식은 더 절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게 한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진심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이 짧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생긴다는 점이다. (p.290~2901)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온 세월만큼의 경험이 우리 내부에 쌓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직간접적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게 된다. (중략)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욕망에 좀 더 솔직해지고, 충실해지며, 과감해진다. 이제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요구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기쁨을 나누며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가게 된다. 따라서 나이 들어 하는 사랑은 더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서른 살이 넘으면 이전 사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의 위험한 함정을 피해 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랑의 한계를 알기에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뒤늦게 만난 상대의 소중함을 알기에 상대를 더욱 배려하면서 서로가 원하는 더 깊고 절실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것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을 겪어 오면서 저마다 다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키워 왔다. 그래서 적어도 상대가 나와 맞는 사람인지, 상대의 의중이 어떤지에 대해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잘못된 상대와 잘못된 사랑에 빠질 위험성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p. 296~297)

그동안 프로이트와 융을 몰라서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을 몰라서 힘들었다. 서른 살이 되든 마흔 살이 되든 여전히 힘들 것임을 안다. 여전히 내 자신을 몰라서 쩔쩔맬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좀 다르다. 그때는 힘듦이 연륜과 지혜로 채워지라 기대한다.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면? 또 심리학책을 읽으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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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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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가방 속에서 <마미야 형제>가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놀랐었다. 동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미야 형제의 일러스트를 보는 순간 느껴지는 긍휼심은 동생과 맞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불멸의 카사노바>가 어울렸다. 홍대 클럽을 논하던 아이가 “에쿠니 가오리는 남자심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오늘 그 <마이야 형제>를 읽었다. 마미야 형제의 행적에 슬며시 웃기도 하고, 덤덤한 일상에 공감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일본소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참 잘 살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형제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야구 중계를 보고,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가고, 같이 비디오영화를 보고 산책하는 모범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이었다. 거기에 짝사랑이 끼어들고 소소한 감정이 얽히면서 형제들의 한 여름 밤의 꿈이 시작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혼마 자매가 돼 보기도 하고, 이혼에 분한 사오리, 내 남자의 그녀 미요코가 되기도 했다. 그녀들의 눈엔 마미야 형제가 어떤 모습일까를 떠올려보니 딱 이거다. 예절 바른 그냥 아는 사람. 마미야 형제의 엄마 쥰코는 놀랍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불리어지는 그 들은 섭섭할지 몰라도 섭한 티는 내지 않을 듯하다. 둘이서 직소퍼즐을 풀고 책의 날을 정해 책을 꺼내 읽는 일상 부럽다. 소소한 스트레스야 있겠지만, 세상과는 약간 거리를 둔 듯 형제는 그렇게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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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 주는 엄마표 홈스쿨링 - 표현력 훈련 엄마표 홈스쿨링
진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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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육아 교육 책을 너무 많이 읽어버렸구나”
<엄마표 홈스쿨링>을 다 읽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망설이고 있다. 솔직한 평을 쓸까, 적당한 예의 평을 쓸까.

비전공자면서도 육아에 관심이 많아, 평소 다양한 대중교육서를 읽어왔다. 그 중 하나가 오래 전에 본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이다. 그 때는 진경혜씨가 꽤 근사해 보였다. 천재 아들과 홈 스쿨링을 하는 어미의 성정과 자존감을 설명하는 부분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은 감명이 덜하다.

우연히 천재를 기른 것 아닐 거다. 천재성을 잘 살려 주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을 텐데, 그게 기대보다 적다. 에세이가 아니었기에 기대를 말았어야 했을까. 시리즈로 나누어 지다보니 분류따라 흩어진 걸까.

교육학 개론을 기대 한 것은 아니지만, 이론 설명 없이 경험만으로 쓴 주먹구구식 글이란 느낌을 받는다. 솔직하게 말해서 물탄 느낌도 난다. 6권의 시리즈물의 1권을 봤을 뿐인데도, 합치면 2~3권으로 압축해도 될 것 같다. 진경혜씨가 미술학도 이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교육학적 이론도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험까진 좋았는데 이론받침이 성실치 못하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접근했다면 책이 팔릴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데, 다음 기획물에는 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 제목 만큼의 책인지 묻고 싶다. 홈스쿨링을 택한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홈스쿨링의 훈련 책보다는 다른 교육서적 정도의 가볍게 참고 할 정도가 맞지 않나싶다.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줄 수 있다’면 책을 읽은 그 이가 천재다. 

책 편집은 잘 됐다. 챕터별로 분류해 놓은 것도, 큰 활자에 넓은 띄어쓰기도 읽기 편하다. 간간히 보이는 진경혜씨의 신념에도 흔들림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을 정치인이나 토론을 잘해야 하는 어떤 특정 직업인으로 키우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하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헤게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p. 181)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진경혜씨의 표현력 훈련 철학은 여기에 방점이 찍힌다.

 ‘대화의 적절한 한계선 정하기’, ‘인터뷰 게임으로 대화 이끌기’는 활용해 보고 싶다. 경청을 강조한 부분도 나름 좋았다. 어미 된 자는 맡은 일에 성심하고, 주어진 과제에 겸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리뷰 한 편에 너무 요란 떨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애새끼 한번 낳아보질 못한 년이 뭐 대단한 충고를 하는 양 떠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는 사람도 쇼와 같은 천재를 낳을 확률은 극히 적다. 내가 천재 아들을 낳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송유근 엄마처럼 해줄 자신도 없다. 그래서 더 발끈한 지도 모르겠다. 부러움 반, 시기심 반. 벌써부터 애 낳기 겁먹은 처자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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