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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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순례를 하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을 봤다. 잠시 서서 책장을 넘겨보다가 제자리에 꽂아 놓았다. 사 볼만 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런 류를 그 동안 너무 많이 읽어온게 아닌가 싶었다. 덕분에 작가의 필력과 경험의 강도를 비교하는 재미도 알게 됐으나, 딱 봐도 뭘 말할지 알것 같아 심드렁했다.

 “당신이 옳아.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힘들고, 지칠 때 마다 심리학책을 찾았더랬다. 어느 순간, 친구보다 더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줬고 술잔 따위는 필요치 않게 해주었다. 그래서 심리학책을 더 많이 주워 삼켰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프로이트와 융을 몰라서 읽는 게 아니었다. 책을 읽을 때 마다 ‘왠 년’이 나타났다. 나랑 닮긴 했지만 거부하고 싶은, 낮선 처자가 눈물과 콧물을 범벅한 채 나타났다. 그 처자와 함께, 껴안고 울어다 보니 하이 파이브를 하며 책 구절을 따로 옮기는 기행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다. 내가 다 아는 내용에 한 번 더 손을 뻗혔던 것은 그래서다. 제목에서 말했던 것처럼 ‘서른 살’에 좀 더 초점을 뒀을 것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울기 만하던 어린 처자보다 서른을 넘긴 처자의 깊은 속내나 미래 따위를 보고 싶었다. 

서른 살이 넘으면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서서히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인식은 더 절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게 한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진심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이 짧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생긴다는 점이다. (p.290~2901)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온 세월만큼의 경험이 우리 내부에 쌓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직간접적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게 된다. (중략)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욕망에 좀 더 솔직해지고, 충실해지며, 과감해진다. 이제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요구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기쁨을 나누며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가게 된다. 따라서 나이 들어 하는 사랑은 더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서른 살이 넘으면 이전 사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의 위험한 함정을 피해 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랑의 한계를 알기에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뒤늦게 만난 상대의 소중함을 알기에 상대를 더욱 배려하면서 서로가 원하는 더 깊고 절실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것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을 겪어 오면서 저마다 다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키워 왔다. 그래서 적어도 상대가 나와 맞는 사람인지, 상대의 의중이 어떤지에 대해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잘못된 상대와 잘못된 사랑에 빠질 위험성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p. 296~297)

그동안 프로이트와 융을 몰라서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을 몰라서 힘들었다. 서른 살이 되든 마흔 살이 되든 여전히 힘들 것임을 안다. 여전히 내 자신을 몰라서 쩔쩔맬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좀 다르다. 그때는 힘듦이 연륜과 지혜로 채워지라 기대한다.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면? 또 심리학책을 읽으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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