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고타니 신타’라는 남학새이 전학을 온다. 밋밋한 학교 생활에 New face의 등장은 News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고타니군은 안타깝게도 News는 커녕 존재감까지 멸해지는 왕따가 된다. 뚱뚱한 외모와 지저분한 습관이 한 눈에 그늘로 밀쳐 버린 것이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교실에는, 태양의 영광을 누리는 이가 있다. 그는 ‘기리다니 슈지’로 훗날, 고타니(=들돼지)를 왕따에서 스타로 프로듀싱하는 인물로 급우들에게 관심과 선망의 존재다.


“부탁임다! 슈지씨처럼 되고 싶습니다.”(p. 80) 우연한 계기로 고타니는 슈지의 제자가 되길 부탁하고 슈지는 프로듀싱을 약속한다. “지금은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지만, 그런 들돼지를 스타로 만드는 것야. 이게 가능하다면, 내가 사람을 속이고 움직이는 힘은 진짜가 된다.”(p. 89)


가수 ‘비’가 타임지에 실렸을 때, 보아가 일본 무대에서 정상을 차지했을 때 기쁘기도 하지만 약간의 섬뜻함도 같이 느껴졌다. ‘도대체 저들의 프로듀스 J.Y.Pack, S.M.Lee는 어떤 사람들일까?’ 하늘의 별인 그들보다, 별이 되게끔 행성 폭발을 유도한 그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광고문에는 고타니를 왕따에서 ‘스타’로, 슈지는 ‘현 스타’이면서 고타니를 스타로 완성 시키는 것처럼 과장되어 씌어 있지만, 귀엽게 봐준다. 지금와서 보니, 학창 시절의 ‘스타’라는 게 우습게 느껴지긴 하지만 떠올려보니, 인기남 인기녀는 분명히 있었고 그 반의 핵샘 인물도 존재했었다. 슈지는 적당한 거리유지와 뛰어난 화술로 사교성 하나는 끝내주는 쿨한 녀석으로 나온다. 그러나 cool한 행동과는 달리 사회관계 유지를 위한 두뇌회전은 Hot하다. 여자친구로 나오는 마리코와의 관계에서도 진지해지기를 두려워하며, 친한 그룹 친구들과도 적정선 유지가 제 1순위다. 이 관계의 한계를 슈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의 룰과 간편함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코는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니 훨씬 전부터 내가 가면을 덮어쓰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유원지의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덮어쓰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눈구멍 안으로 펼처진 크고 깊은 어둠 속에 감추어진 메마르고 무표정한 내 모습을"(p. 85)


고타니의 프로듀싱 작업은 어떻게 생각하면 황당하고 유치스럽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슈지의 생각은 나를 심란하게 만든다. 난, 초등학교 6년 중 5번을 전학 다녔다. 또래 집단 형성기에 남들과 약간 다른 시선을 갖게 된 배경이 전학 때문일 수도 있고, 경험의 한계 일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했다는 생각이 든다.

들돼지의 프로듀싱을 성공한다. 축하의 박수를 쳐줘야겠지만 슈지에게 몇 번이나 맞장구를 쳐줬는지 다시 책장을 넘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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