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 - 증보2판 나남산문선 38
고혜정 지음 / 나남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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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냉수와 온수처럼 온도차가 심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지만 친할머니는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친해지고 싶지 않는 사람이라면 외할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섭섭하고 애잔한 당신이었다. 친할머니가 뿌린 씨앗도 컸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외할머니에게로 달려가는 엄마를 보면서 시어머니란 것과 친정어머니란 것의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억울해도 참고 넘어가는 우리 엄마의 성격상, 외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지는 않았을 것 같다. 친정엄마가 내 옆에 같이 계셔주신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었을 듯하다. 외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세상을 등지셨다.


아직도 짱짱한 친할머니는, 우리 엄마에 대해서는 아직도 눈을 흘겨대시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 즉 고모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신다. 딸 가진 애미, 별다를 것 없는 친정엄마라는 것에 짠해진다.


이 책은 TV방송작가인 고혜정씨의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한테 맞으면서도,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친정엄마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 땜시....... 너 땜시 이러고 산다. (중략) 내가 없으면 니가 고생이여, 엄마가 허던 일 니가 다 히야 헐 것아녀? 밥허고, 동생들 치다꺼리허고...., 핵교도 지대로 갈랑가도 모르고...... 나 고생 안 헐라고 내 새끼 똥구덩에 밀어 넣겄냐?....(중략)우리새끼 인생 조져버리는 일을 내가 왜 혀."(p13~14)


“(중략) 너 서울로 올라 보낸 후로는 한 번도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먹겠데. 나 , 너 서울 올라보낸 후로는 내 손으로 한번도 과일 안 사먹었어야, 너랑 같이 먹을 라고.”(p.32)

우리 엄마도 내가 집 떠난 후론, 맛있는 음식은 안 드신다고 했다.


<친정엄마>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웃긴 이야기도 많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울기도 했었다. 우리엄마는 우리엄마일 뿐 친정 엄마는 아니다. 대비될 시댁이 없으므로.....


첫 손을 딸로 낳았다고 구박받던 엄마는, 지금의 나를 보고 낳길 잘했다고 생각할까? 나도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기를........


언젠가 친정엄마가 될 우리엄마에게 ‘엄마가 그냥 내 곁에 있어서 고맙다. 건강한 것만도 감사하다.’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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