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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간머리 앤
샤론 제닝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소년한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L.M.몽고메리의 빨간머리앤은..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소녀적 시절에 빨간머리앤을 접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가 다 그녀를 사랑하고 또 계속 보고 또 보고 싶은 인물중 하나로 손꼽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속의 빨간머리 앤은... 그런 앤셜리를 참 닮고 싶은 아이 또는 앤만큼의 상상력과 창작성을 지닌 12살의 소녀가 자신의 일상을 책으로 엮어 내려간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자신만의 빨간머리 앤을 만들어가는 사춘기 소녀의 일화라고 보면될듯 싶다.
책 속의 주인공 '리나 메츠'
(그녀가 불리워지길 바라는 이름은 리나.이지만...다들 그녀를 리.라고만 부른다.)
첫 등장부터 참으로 요란스럽다...
대략, 그녀의 성격을 어림짐작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엉뚱한듯 생각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넘칠 정도이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당하는 부조리함에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말할 수도 있는 아이이다.
다만 그런 자신을, 자신 스스로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질풍노도기에 막 접어든 풋풋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다.
리는 학교에서는 꽤나 우등생이고, 1~2등을 다투는 똑똑한 아이이다.
데이비드라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신랑?!도 있다..^^
하지만 교우관계는 그닥 활발하거나,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냥 뭐랄까.. 책에 코를 박고 사는 범생이 스타일?
또는 자신만의 상상력 속에서 때때로 엉뚱한 질문을 쉴새없이 쏟아내는 수다스러움과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부분까지 모두 꿰고 있는듯한 오지랖형?쯤 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리를 두고,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고.. 또 리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외톨이 같은 모습도 느껴진다.
이 책에서 가장 큰 핵심으로 나오는 것은 바로 "빨간머리 앤" 의 앤셜리 이다.
리는 그녀를 매우 동경하며 자신이 앤과 같은 영혼을 지닌 사람이란 꿈을 꾸기도 한다.
멀쩡히 부모님이 살아계심에도, 자신이 고아가 되었으면 좋겠단... 소위,부모님이 들으시면 몽둥이로 엉덩이짝에 불이나도록 맞을...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엉뚱한 소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고아이고, 그런 고아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어린 소녀에게는 큰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리에게 이웃 퍼거스부부에게 여름동안 또래 여자아이가 이사를 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바로 카산드라 조바노비치!
그녀는 고아이면서 무려 빨간머리(!!)이기까지 하다..
분명 그 순간, 리 자신이 동경하던 빨간머리 앤의 앤셜리를 떠올렸으리라....
앤과 다이애나가 그러했듯, 카산드라와 소울메이트가 되고 싶은 욕심이 리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카산드라와 마을을 돌며 친구들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던 리...
자신의 이야기 속에 빠져서 종알거리는 모습은, 빨간머리 앤의 앤셜리와 너무도 흡사하다 느껴졌다.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리..
하지만 너무 거침없는 말 속에서 카산드라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어 버린다.
고아.라는 것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아인 소녀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이겠는가!
그저 고아는 자유로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이 하고픈 대로, 뭐든지 할 수 있고... 그 어디에도 얽매일 필요도 없는 자유로운 몸.
하지만, 정작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정착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카산드라에게는 그런 리의 모습이 참으로 미웠을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막연한 상상 속에서
모든 것이 이상적이고 신세계처럼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때, 직면하게 되는 상황들에 대해서는...열두살의 어린 소녀가 짐작키에는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밀고 당기듯, 카산드라와의 관계를 서서히 좁혀 가게 되는 리...
그리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꿈과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공유해 나가게 된다.
리는 기꺼이, '성소'라 불리우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카산드라와 공유하였고..
둘은 분명 잘 통하는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카산드라가 가진 아픔을 리는 모두 헤아리지 못했고...때때로 그것으로 인해, 서로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벽을 하나 두고 있었다.
리는 언제나 L.M.몽고메리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빨간머리앤을 너무도 사랑했고..
자신도 몽고메리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리의 꿈과는 다른 길을 원하는 엄마와 종종 다투게 되고, 또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를 원망하며 답답해 하는 모습은..여느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옛날 어머니들이 그러하셨듯, 리의 어머니도 늘...리에게 얌전하고 예의 바르고 여자?!다움을 강조하였고, 그런 어머니의 바램과는 반대로 하고 싶은 반항심이 생기는 리이기도 했다.
리는 작가가..
카산드라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리가 쓴 희곡을 본 카산드라는 리에게 연극을 제안하고,
직접 나서 동네(학교)친구들을 제각각 배역에 맞춰 섭외를 하기 시작했다.
희곡을 쓰고 연출하는 리와 배우로서 자신의 끼를 발휘하는 카산드라...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공연이라고 생각 할 순간이였지만....
어쩌면, 이 소소한 사건으로 아이들은 제각각 서로에 대해 조금더 알아가고 성숙해지는 단계가 되었던게 아닐까 싶다.
평소에 그저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했거나, 미처 관심을 갖고 보지 못했기에 친하지 못했던 관계들을 한번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리는 언제나 꿈꿔 왔다.
자신이 고아가 되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때, 그 아픔에 대해서는 미처 알수 없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그저 일상에서 일어났던 작은 시간 속에서 뜻하지 않은 때에 뜻하지 않게 찾아 온 무서운 일이였음을...리는 그때서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소망?이 이루어진 현실은...너무도 아픈 것이였음을..
어린 리의 가슴으로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너무도 힘든 일이였다.
자신의 바램으로 인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같아...어린 가슴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일전, 함께 했던 멋진 드라이브와 아이스크림은.... 이 날을 대비한 달콤한 꿈처럼 느껴졌으리라....
아버지와 함께 가꾸었던 마당의 나무들과 꽃들..
아버지의 모든 것이 깃든 곳을 떠나야한다는 말에.... 망연자실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중한 친구 카산드라마저 다른 친척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주일동안 카산드라와 함께 떠나게 된 오두막집 여행...
그 곳에서 리와 카산드라는 여느 십대 소녀들처럼 작은 것에 깔깔거리며 웃고 행복해 했다.
하지만, 그 즐거움만큼 서로에게 꽁꽁 빗장을 치고 있던 마음 속의 응어리들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되기도 하였다.
리는 카산드라가 고아가 된 이유를 무언가 모를 굉장하고 대단한 것쯤으로 여기곤 했었다.
그래서 기회가 될때마다 그녀에게 고아가 된 이유를 물어보곤 했었지만... 그럴때마다 카산드라는 마음을 닫아 버리곤 하였다.
카산드라가 가지고 있던 진짜 비밀...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늘 앤과 다이애나처럼 막연한 이상향을 품고 있던 리의 머릿속에 진실된 우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카산드라에게 호감을 가지고 가까워지려 했던 그 모든 순간들....
처음 시작은 빨간머리의 고아소녀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였을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이 정해 놓은 그 모든 조건(?!)들과 상관없는
그저 카산드라라는 소녀 그 자체였음 깨닫게 된다.
리는 늘 카산드라에게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듣는 입장으로 보였었다.
리가 써놓은 희곡도 멋진 연극으로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고.
리와 갈등을 겪던 캐시라는 소녀와의 관계도 적당히 조언을 던지며 고민을 떨쳐버리게 해주었었다.
또래지만, 왠지 모르게 리보다 성숙하고 현실의 많은 부분을 이미 알고 있는듯한 카산드라의 모습이...
그녀가 처해있었던 지나온 상황들을 어림짐작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때로는 보이지 않지만, 빨간머리로 가려진 얼굴처럼 그녀의 마음에도 커튼을 치며 살았던게 아닐까 싶었다.
늘 리에게 언니와 같은 친구였던 카산드라...
하지만 카산드라의 마음 속에 담겨져 있던 무거운 빗장을 풀어 준 것은 리였다.
늘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버림받은 외톨이 신세라 생각했던 카산드라에게...
리는 그녀가 속한 이 세상 그 어디에서든 하나의 일부로서 속하여 있다고 일깨워준다.
우리 모두는.. 땅을 밟고 있는 순간, 그 땅에 묶여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순간, 공기 속에 묶여 있음을....
별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그 별 속에도 묶여 있음을.....
리는 어느덧, 훌쩍 성숙한 소녀가 되었다.
7월의 뜨거운 여름날...
소녀는 강렬한 여름햇살 보다 더 눈부시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이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이 한 순간에 뒤집어 지는듯 혼란스러웠지만...
오두막에서의 일주일동안, 리는 훌쩍 자라 있었다.
그리운 아빠에 대한 시를 읽을때..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어린 시절 받아들이기 힘들 상실감과 그리움을 리는 이렇게 또 이겨내며 한단계 자라나가고 있었다.
" 너는 네 별을 쫓아가렴, 리나."
엄마의 나지막한 이 한 마디에....모든 것들이 씻겨 내려 가는 것만 같았다.
여름날,
12살 소녀 리나가 겪게되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꿈을 담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의 일들을, 작은 가슴 속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등
사춘기 시절에 겪게 되는 나와 주변인들과의 갈등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이를 해결해 나가며 자라나갈 수 있는 십대소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잘 엮어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