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보리암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후애님,
남해 금산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게 만드시네요.
벌써 10년도 전에 남해 금산을 다녀왔었답니다.
유난히 날씨도 맑았고, 남해 금산을 오르는 발걸음도 가벼웠지요.
사진첩을 뒤적여보다가 몇장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을 꺼내 보았어요. 오랫만에 꺼내들었는데, 비에 젖었다가 마른 그때의 그대로네요. 남해에 여행갔던 어느 날에는 비가 왔어요. 배낭 속에 넣어 두었던 <남해 금산> 시집이 비에 조금 젖었었지요. 그래도 그때 읽고 또 읽었던 시집이었답니다.
그때 누구와 함께 갔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여전히 남해에 갔던 날들이 생각이 나네요. 남해에서 보길도에 들러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를 따라 둘러보고 왔었던 것만 얘기할 수 있겠네요.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짝짝인 신발 벗어들고 산을 오르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보았니 한쪽 신발 벗어
하늘 높이 던지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들었니
인플레가 민들레처럼 피던 시절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우우우, 어디에도 닿지 않는 길 갑자기 넓어지고
우우,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오른손에 맞은 오른뺨이 왼빰을 그리워하고
머뭇대던 왼손이 오른뺨을 서러워하던 시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그리워하니 우리 함께
술에 밥 말아 먹어도 취하지 않던 시절을
불현 그리움이 물밀어
불현 그리움이 물밀어
거기, 名山이 大德이 이를 보이며 껄껄 웃고
너울거리는 강과, 강의 엉덩이를 핥는 바다의 넘실거리는
너울을 넘어 그가 나를 부르고,
반갑게 내가 대답하고
그가 나를 불러 껄껄거리는 名山과 大德의
뜨거운 이마를 짚게 하고,
내게 소리쳐 太平歌를 부르고
해가 지면 거기 가서 누울 수도 있으리라
나무들은 검은 둥치를 습기찬 언덕에 비비고
풀숲으로 타닥타닥 겁 많은 벌레들이 튈 때
오, 해가 지면 거기 누워 죽을 수도 있으리라
이 몸, 거친 몸, 이 어이 거친 몸
강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未知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