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부터 현수는 "쿵푸팬더2" 영화를 보러가자고 졸랐다. 이제 5살인 아이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잘 한다. 같은 반 선정이란 친구네는 "쿵푸팬더2"를 보고 왔단다. 엄마, 아빠랑 함께 영화 보고 가고 싶다던 현수의 소원을 들어줄 겸 오늘은 "쿵푸팬더"를 보고 왔다.
쿵푸팬더2의 평가가 워낙 극과 극이라 볼까 말까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이는 헐리웃 액션의 화려함만 담겨 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액션의 화려함과 생각할거리도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과연 어떨지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싶다던 현수는 장난이 많았고 집중을 못했다. 하지만 현준이는 정말 재미있었단다. 아무래도 사내아이의 정서에 더 맞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얼토당토 않은 스토리때문에 별로였다는 평도 봤었는데 글쎄 모든 영화, 소설의 출발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쿵푸팬더의 과거, 왜 팬더가 팬더가 부모 밑에서 자랄 수 없었는지의 이야기, 친부모에 대한 복수극, 뭐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많이 보아오기 했지만 아무래도 사건의 극적 재미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아니었나를 생각했다.
재미있는 장면 사이사이 팬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선택"에 관한 문제 말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그렇게 선택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했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이며 지나온 날들의 실마리가 된다. 또 현재는 우리의 미래의 연속이며 살아갈 날들의 실마리가 될테니 말이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다만 웃기고 재미있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공한게 아닌가를 생각했다.
쿵푸팬더2를 보고 점심을 먹고는 그 근처의 물놀이장을 갔다. 현준이는 물놀이장에 가서 실컷 노는게 소원이다. 올 해 들어서는 놀이터에서 제대로 놀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현준이와 현수는 물놀이장 곳곳을 휩쓸고 다니며 신나게 놀았고, 우리 부부는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펴고 있었다.
돗자리에 앉아 희망찬샘님의 <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아이들도 한편 책벌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명 내게도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책에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 노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현수가 우리 근처로 와서는 와락 토를 했다. 점심 먹기 싫다는 걸 억지로 먹인 것도 있고, 더러운 구정물이 목을 넘어가며 구토가 난 것도 같다. 준비성 철저하지 못한 나는 차에 남아도는 휴지도 챙겨오지 않아 새 타올로 바닥을 박박 닦아내고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그랬더니 더 많은 양을 토해냈다. 다 토해내고는 속이 편안해졌는지 그때부터 훨씬 더 잘 놀긴 했지만 얼른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집에 돌아와서는 말짱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요즘 열심히 시청중인 '나가수' 보는 것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피자와 치킨으로 아이들 배를 채웠다. 한참 '나가수'를 볼때면 아이들이 와서 엄청나게 배고프다고 투덜거린다. 막상 밥해서 차려주면 현준인 잘 먹지만 현수는 돌아다니며 내 속을 태우며 잘 먹지 않았었다. 4시쯤 피자와 치킨으로 배를 채운 아이들 저녁밥은 먹지 않겠다고해서 얼르 양치질 시키고 8시반부터 이불 속에 들어가라고 협박을 했다. 그랬더니 두녀석 다 9시도 되기전에 곯아떨어졌다. 남편이랑 나는 남은 피자와 치킨에 맥주 한잔씩 마시고 피곤한 남편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집에 먹을 것 잔뜩인데 피자와 치킨으로 저녁을 때워놓고보니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일 아침에 제대로 맛있는 밥상을 차려줘야겠다. 얼마전에 만들어 놓은 함박스테이크를 오늘 저녁에 먹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내일 저녁으로 미뤄야겠다. 또 돈까스도 잔뜩 만들어 놓았고, 얼마전 세일한다고 닭도 한마리 사다 놓았고, 스테이크 만들고 남은 불고기감도 있었다. 꾸러미에서 날아온 상추와 양상추, 두부도 얼른 먹어야하는데 게으른 엄마는 좋은 재료를 두고도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먹인다. 오늘은 반성하고 당분간은 바깥 음식 먹이지 않도록 노력 좀 해야겠다. 현준이는 늘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라고 했으니 더 열심히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