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5월의 마지막 날이다.
5월에 유난히 행사가 많았다. 시아버지 생신, 아이들 소풍,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가족운동회, 태권도 심사......
1. 시아버지 생신, 음력 4월 1일. 4월중순부터 시누이네 일을 도우러 춘천에 와 계셨다. 그래서 생신 당일에 춘천에 다녀왔었다. 현수가 장염으로 고생을 해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좀 나은 것 같아 다녀왔다. 물론 밤에 잘 자고 일어나 많이 좋아져서 다음 날 소풍을 다녀왔다.
2. 아이들 소풍, 양평에 있는 들꽃수목원에 다녀왔다. 현수의 상태를 알 수 없어 원장님께 보내지 않는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원장님 심하지 않으면 보내도 좋다고 현수 손 꼭 잡고 다니겠다고, 약도 잘 챙겨 주시겠다고 하셨었다. 그 덕에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왔고, 상태는 많이 좋아져서 그 다음날부터 쌩쌩했다. 문제는 현준이였는데 멀쩡한 아이가 소풍가서 무리하고 왔는지 그 뒤로 내내 아팠다. 물론 지금은 괜찮다.
3. 엄마가 다니시던 절을 옮기시겠다고 했다. 석가탄신일 되기 전에 등을 달아야한다고 하셨고, 화천에 있는 절에 다니시겠다고 하셨다. 전철타고 시외버스 타고 가자는 걸 자동차를 끌고 갔다. 오히려 외곽이 차도 별로 없으니 조심조심 운전하면 문제없다고 설득했고, 작은 언니와 함게 다녀왔다. 가고 오는 모든 것은 네비가 하라는대로 따랐는데 엄청 돌아서 간 듯 했다. 아이들 소풍 보내놓고 친정엄마 보시고 화천에 있는 절에 다녀왔다. 온 가족 이름 올려 처음으로 등을 달았다. 간단하게 사주를 봐주셨는데 남편의 운이 내년 후년에 엄청 좋단다. 게다가 난 재복을 타고 났단다. 제발 그러하기를......좋은 얘기 들으니 기분은 좋았다. 날씨도 화창하고 봄 기운을 받고 왔다. 엄마는 산에 핀 풀과 나무를 보며 나물을 해가고 싶어하셨고, 잠시 차를 세워 간단하게 쑥 조금, 취 조금 뜯어가지고 봄 기분내며 왔다. 들로 산으로 다니며 젊은 시절 나물하던 엄마는 지천에 피어난 나물들이 눈에 밟히신 듯, 절에서 사온 나물로 만족하자고 다독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엔 맛있는 쑥국을 끓여 먹었다.
4. 가족운동회, 유치원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운동회를 하겠다고 일정을 공고했다. 두 아이가 같은 유치원을 다니니 유치원 행사는 빠지지 않고 더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고 김밥 싸고 간식 준비해 21일 토요일 운동장으로 갔다. 오전에 잠시 멈춘 비가 운동회를 시작하려고하니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또 개는가 싶더니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결국 원장님은 사과하고 가을운동회로 미루었다. 원장님 앞에선 아쉬운 척 했지만 사실 다음날 현준이 태권도 1품 심사가 있었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오후에 태권도 예비 심사 일정에 참석할 수 있었다.
5. 태권도 1품 심사, 7살 우리 아들이 1년동안 태권도 수련을 열심히 해왔다. 1장부터 8장까지 모든 품새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놀라울뿐이었다. 남양주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된 태권도 심사에 아이는 기대와 두려움 반반이었던 것 같다. 태권도장에서 모여 태권도장 차를 타고 심사장으로 갔고, 우리는 나중에 따로 가서 만났다. 아이의 접수번호가 241번이었던 탓에 같은 도장 관원들과 헤어지게 되어 줄을 서서 내내 울어대는 아들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함께 간 형, 누나들과 심사를 봤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혼자만 떨어지게 되었다는 불안감에 얼마나 서럽게 울어댔는지 모른다. 다행스러운 건 심사자 중 한분이 우리 관장님이셔서 현준이를 다독여 주셨다. 7살 아이들은 대부분 11월이나 12월쯤 되어야 1품을 따는데 현준이의 경우에는 좀 빠른 편이란다. 아직 한참 어리다는 것을 또 실감했다.
6. 책, 이번달에 읽은 책이 달랑 두권이다. 4월부터 읽었던 <상상력 사전>과 장영희 선생님의 <내 생애 단 한번>.

아주 천천히 즐기면서 읽기에 좋은 두권의 책이었다.
아무 쪽이나 마음 가는대로 펼쳐서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내 생애 단 한번>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었다. 삶에 늘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을 매일 아침마다 읽었다. 매일 아침 이 책을 펼쳐들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단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7. 영화, 이번 달에 본 영화는


모두 한국영화이다.
친한 언니와 <체포왕>을 보던 날, 어찌나 웃었던지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물론 시나리오 자체는 세련되었다기보다는 고전적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박중훈 아저씨의 오랜 팬인만큼 즐겁게 보았다. 부드러운 남자 이선균도 좋았다.
<써니>를 보면서도 웃긴 많이 웃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절대 공감할 수 없음에 어찌나 씁쓸하던지......학창시절의 추억이란 남고든 여고든 폭력이 빠지면 할 얘기가 없는 듯......그래도 여고시절의 그녀들이 어느새 중년의 여성이 되었다는 사실이 또 어쩜 그리도 아역과 중년배우가 똑 닮았던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건 추억할 수 있었다는 것,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헤드>, 요새는 공포 스릴러는 정말 싫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요새는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웃겨야 한다. 물론 감동적인 영화도 좋긴 하다. 소름끼치고 잔인한 내용의 영화는 정말이지 사절하고 싶은데 작은언니가 예매해두었다고 보자고해서 어제 만나서 봤다. 상영시간내내 소름이 돋고 썰렁했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몸의 체온이 내려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예전엔 무서운 영화도 잘 봤는데 어찌 나이를 먹을수록 싫어지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좋은 것들, 아름다운 것들만 보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소름이 돋았던 건 아마도 형부를 화장했던 경험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체의 각 부위를 가족들 몰래 거래한다는 상상이 얼마나 무서운 상상인지 모르겠다. 불구덩에 들어간다고 생각한 시신을 뒤로 빼돌려 토막낸다는 상상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를 바라고 또 바랄뿐이다.
8. 서랍정리,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특별히 모든 서랍을 정리했다. 모조리 꺼내서 하나 하나 차곡차곡 개어서 서랍에 다시 정리를 해두었다. 버려도 또 버릴 옷들이 또 나오더라. 운동 다녀온 이후 계속해서 서랍을 정리하고 있으니 현수가 심심한지 "엄마, 이제 다 했지?"를 반복적으로 물어봤지만 놀아줄 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9. 3월부터 새로 일을 시작한 남편이 벌어놓은 돈이 오늘 처음 입금되었다. 그동안 빚내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부터 정상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입금이 될테니 한시름 놓인다. 오랜만에 불고기를 했다. 3개월동안 고생많았다고,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또 아이들에게도 힘내자는 의미였다.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과 남편 덕에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한다.
10. 저녁을 먹고나서 현준이와 잠깐 한글공부를 한다.




오늘 5권을 끝냈다. 간혹 헷갈리는 글자들이 있고, 아직 완벽하게 잘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주는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단어는 받아쓰기를 하는데 녀석은 꼭 100점을 맞으려고 한다. 그래서 생각나지 않는 글자에 대해 미련을 많이 갖는다. 결국에 성질 급한 엄마는 빨리 쓰라고 다그치고, 아이는 영 생각이 나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다가 울어버린다. 100점을 맞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녀석은 꼭 100점을 맞아야 제 마음이 좋은가 보다. 아무리 괜찮다고해도 막무가내다. 에휴~~




앞으로 10과정까지 무사히 끝마치기를 기도한다.
한글공부를 하고나면 잠깐 수학공부도 한다. 수학은 간단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실력이다. 수학도 한글이 완성되어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를 읽지 못하니 문제를 풀 수가 없다. 더듬대며 읽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해법꼬마수학을 단계별로 하고 있다. 현재 3단계 풀고 있는 중인데 진도는 천천히 나가는 중이다. 아무래도 한글이 먼저인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올해 현준이는 해법꼬마수학 6단계와 기탄한글 10과정을 마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빠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현수는 자기도 공부하겠다고 나선다. 제법 줄긋기, 점선따라긋기 등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중인데 아직 자기 이름조차 쓸줄 모른다. 얼마전까지 '수'자는 정확하게 썼고, 어제부터 '전'자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자는 어려운 듯 이상하게 써놓는다. 그래도 숫자는 1부터 10까지 쓸 줄 안다. 그건만해도 제법이라고 생각중이다.
11. 5월이 가기전에 알라딘에 들어 올 시간이 생겼다는 게 기쁘다. 잠깐 들어와 글만 남겨놓고 나가지만 말이다. 그래도 6월에는 궁중요리가 첫주에 종강하게 되니 아무래도 금요일 하루 시간적 여유가 생길테고 그러면 책도 더 열심히 읽고 알라딘도 더 열심히 들어오게 될테고, 그럼 자연 마실도 자주 다니게 될 것 같다. 꼭 그리되기를 바란다.
그럼, 이만...모두들 행복한 5월로 마무리 짓기를 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