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에 가면 꼭 가야지했던 곳중 가보지 못한 곳이 몇곳 있었답니다. 법흥사, 호야지리박물관, 요선암, 요선정 이곳은 우리가 이동하는 곳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다음에 기회를 가져보자고하고 과감히 포기했답니다.
대신 동굴탐험에 열광하는 아들을 위해 고씨동굴을 다녀왔답니다. 긴팔옷이 필수라는 제보가 없었다면 동굴 속에서 너무 추워 혼날뻔 했습니다. 고씨가 그곳에서 임진왜란을 피해 있었다는 이유로 고씨동굴이란 이름이 붙었다더군요. 예전에 제주도에서 본 화산동굴들과는 완전히 다르고 단양 고수동굴(?)과는 거의 비슷한 석회동굴이더군요. 동굴이 낮아 꼭 안전모를 써야한다는 말을 실감했지요. 안전모가 없었다면 정말 큰일날뻔 했답니다.
동굴 속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경관은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답니다. 작은 석순에서부터 종주석까지 정말 멋진 광경이었죠. 또 폭포처럼 흘러 내려가던 물들, 선녀가 목욕하고 갈만한 곳까지 다양한 볼거리들도 많았어요. 동굴탐험의 대장은 우리 아들이었어요. 앞장서서 조심조심 계단을 오르내리는 걸 보며 이번 여행에서 현준이의 의젓함을 확인하고 돌아왔답니다. 남편은 내내 현수를 조심시키느라 고생했지요. 조금 무서우면 아빠가 무조건 안고 오르내렸으니 현수는 정말 재밌었을 것 같아요.
현준이가 저만치 앞서가고 남편이 힘들어하면 제가 가끔 현수를 데리고 갔는데 어느새 뒷태를 찍었네요. 펑퍼짐한 저 뒷태가 저랍니다. ㅠㅠ 이번 여행에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살이 더 쪄서 돌아왔답니다. ㅠ.ㅠ 늘 다이어트는 어려워요.
동굴을 다녀와서 느낀 것 대자연의 신비로움이 가장 크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인간의 힘도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저 깊숙한 동굴속 빼곡히 어찌 저리 계단을 놓았을까요? 게다가 전선을 끌어들여 불을 밝혀두었는데 그건 또 어찌 했을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들의 욕심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덕분에 좋은 구경 제대로 잘 하고 왔네요.
고씨동굴을 다 보고 나오면 바깥의 더운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럼 그 앞에 준비된 세면장에서 세수를 하면 된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돌아가기전에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고씨동굴의 건너편엔 식당과 마트 그리고 동굴생태체험관이 있다. 그 앞엔 바닥 분수가 있었고, 그걸 본 우리 아이들 바닥 분수에서 놀고 싶다고 한다. 동굴탐험으로 지친 남편과 나는 당연히 허락한다. 아이들이 찬물 뒤집어쓰고 놀아준다면 우린 의자에 앉아 편안히 쉬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깐의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고씨동굴에서 좀 더 가면 김삿갓 마을이 나온다. 김삿갓 시인의 마을, 마을회관에서 팬션을 운영한다. 마을회관 2층에서 묵었는데 전날 묵었던 곳과 비용은 같았으니 넓기도 더 넓고 화장실과 부엌 모두 깨끗하다. 이부자리도 너무 깔끔해서 이날은 정말 잘 잤다. 아이들도 깨끗한 곳에서 잠을 잘 잤다. 이장님과 사모님 모두 참 친절하셨다.
마을회관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논이다. 알알이 쌀알이 맺혔다. 동네가 워낙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라 편안하게 잘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