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중순까지만해도 현수의 어린이집 보내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왠지 아직 보내는게 안쓰럽고 애가 엄마 떨어져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현준이가 언제 유치원 가냐는 질문을 할때마다 현수도 유치원 다니고 싶다고 한마디씩 더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자기도 유치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 너무 어리다고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남편이 노트북을 선물하고, 현수를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제안을 했다. 이제 아이들로부터 몇시간정도는 자유로울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그런 남편의 배려는 솔직히 감동이었다. 그래도 바로 그러겠다고 말하진 못했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남편은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고 결국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우리 집 바로 옆동에 있는 가정식 어린이집에 현준이때 상담받으러 가보아서 그곳으로 보내야겠다고 내정해두었다. 언제든 일이 있으면 금세 달려갈 수 있는 곳이라 그곳으로 정했다. 그리고 오늘 그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여전히 분위기도 좋고 인상도 서글서글 좋은 원장님이 우리를 맞으셨다. 원장님과 상담을 하는동안 현수는 친구들 속에 끼여서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그곳에 있는 새로운 장난감들에 호기심을 보이며 엄마랑 오빠는 집에 가도 좋다고 하는게 아닌가. 엄마한테 인사하세요. 하니까 "엄마, 안녕." 그런다. 엄마 가지마하고 말할 줄 알았는데, 엄마 같이 가 하고 말할 줄 알았는데 녀석은 그새 어린이집의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이 생기고 친구들이 있으니 엄마랑 오빠가 가는데도 붙잡지를 않았다. 혹시 울게되면 전화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아이를 두고 나왔다. 

한시간정도 지나서 전화가 왔다. 현수가 운다는 것이다. 얼른 달려가보았더니 조금 울먹이는 것 같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엄마, 울었어."하고 말하는게 아닌가. 옷입고 얼른 엄마 따라 나오면서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하니까 선생님이 "내일 또 올거죠?"하고 물으니 "네."하고 대답하고 선생님과 포옹을 하고 헤어져 나왔다. 어깨에 자기 가방 매고 좋다고 룰루랄라 한다. 어린이집에서 밥을 주니 얼른 달려들어 먹긴 했는데 조금 먹다보니 엄마 생각이 났는지 울더란다. 그래서 전화하셨다고. 이제 처음 떨어져보는데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한시간을 있었다는게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3월 한달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잡고 아이가 떨어져 있고 싶을만큼만 떨어뜨려놓을 생각이다. 그렇게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내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보내고나니 왠지 나보다 어린이집에서 더 많이 배우고 활동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막상 닥치니 또 이렇게 금방 생각이 변할 수도 있는구나 싶다. 

아이들때문에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고나니 나도 홀가분하고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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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3-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네요.
대견하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즐기나봅니다.
꿈꾸는섬님께 왠지 축하드려야할듯 하네요.
현수도 화이팅!

꿈꾸는섬 2010-03-02 21:39   좋아요 0 | URL
현수의 첫 사회생활에 모두가 힘을 실어주시니 저도 절로 힘이 나네요. 현준이와 다르게 더 씩씩하기에 덜 걱정하며 보낼 것 같아요. 아빠쪽을 많이 닮아 사회성이 현준이보다 훨씬 좋아요. 물론 남자들의 경계는 심하지만요.
축하인사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늘바람 2010-03-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한달은 울어요 빠르면 보름. 태은이가 25개월때 첨 갔는데 저도 엄청 울었다는.
한달 내내 아이가 울었단 소리에 가슴이 찢어졌답니다.
하지만 참 못된게 어미마음이기도 하여 아이가 좀 적응한 뒤로는 자유시간의 기쁨에~
그나저나 옆지기님 넘 멋져요

꿈꾸는섬 2010-03-02 21:42   좋아요 0 | URL
저도 한달은 꾹 참아보려구요. 사실 태은이의 어린이집 생활도 현수를 보내는데 일조를 했어요. 같은해에 태어났는데도 태은이가 훨씬 언니같아 보이잖아요. 물론 개월수 차이가 있지만요. 잠들기 전에도 내일 어린이집 가냐면서 좋아하면서 잠이 들었어요. 아빠에게는 새로 받아온 가방매고 자랑도 하더라구요. 나쁘진 않은가봐요.^^
옆지기의 배려에 저도 많이 감사해요.^^

순오기 2010-03-0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드디어 현수와 엄마의 독립만세가 시작됐군요.^^
한 걸음씩 서서히 떨어지는 시간을 늘려가면 큰 무리없을 듯해요.
그나저나 현수아빠는 꿈섬님을 끔찍히 아끼시네요. 부러워라~~~ ^.~

꿈꾸는섬 2010-03-02 21:43   좋아요 0 | URL
아, 결국 저의 자랑페이퍼가 되었군요. 남편은 늘 자신과 결혼해서 책과 담쌓고 살게 될 저에 대해 많이 미안해했던가 봐요. 대학 동기나 후배들도 제가 더 공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워했거든요. 남편에게 제 얘기를 잘해준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남편의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저도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blanca 2010-03-0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몇 개월이나 됐나요? 제 딸은 26개월인데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생각만 하고 제가 게을러서 못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근처의 가정식 어린이집은 벌써 다 찼다고 하고 구립 어린이집은 대기인원이 정말 흑흑-..-

꿈꾸는 섬님이 옆지기님의 배려도 너무 부럽네요.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꿈꾸는섬 2010-03-02 23:09   좋아요 0 | URL
현수는 07년 7월생이에요. 그러니까 32개월이군요. 36개월이전이라 저도 한참 망설였는데 남편이 배려해주니 못이기는척 받아들였어요. 님이 많이 힘드시면 보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요. 좋은 곳이 얼른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아마 중도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니 대기시켜놓으면 좋을 거에요.^^

水巖 2010-03-0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적응하느라고 그러겠죠. 그리고 더 빨리 자라는 계기가 될거에요.
현수 ! 화이팅!! 이라고 외쳐주고 싶군요.

꿈꾸는섬 2010-03-03 00:11   좋아요 0 | URL
ㅎㅎ수암님 고맙습니다. 제가 내일 어린이집 데려다주며 "현수! 화이팅!!"을 수암님을 대신해 외치도록 하겠습니다.^^

세실 2010-03-0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원해서 간 것이니 잘 적응할거예요~~
보림이도 그렇게 해서 일찍 다녔답니다.
친구들과 잘 노는 것도 사회성 발달에 좋지요. 잘하셨습니다!
남는 시간 알차게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0-03-03 01:3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사회성 발달에 좋다는 님의 말씀이 힘이 되네요.^^ 알찬 시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무스탕 2010-03-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보면 맨날 째끄만 아기 같았던 현수가 가방메고 어린이집 간다 생각하니 제가 맘이 다 찡~ 하네요 ^^
또래 친구들이랑 조금 더 많이 어울리게 되면 그 만큼 현수도 즐거움과 보이지 않는 성장이 있을거에요. 당분간 적응하느라 힘들어 할테니 더 많이 안아주셔야 겠네요.
이제 꿈섬님도 자유부인 되신건가욥? ㅎㅎㅎ

꿈꾸는섬 2010-03-03 15:30   좋아요 0 | URL
4시간동안은 자유부인이 되는건데, 그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게 현준이는 금요일에 입학식을 하거든요. 사실 저도 마음이 짠하네요. 오늘은 2시간 놀다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