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날 예정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 아침 준비하면서 점심 도시락을 간단하게 준비했다. 유부초밥, 메추리알, 포도, 음료를 챙겨서 11시반쯤 집에서 출발해서 12시반쯤 박물관에 도착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갔는데 거의 다가서 차들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박물관 진입하는 좌회전 차선을 막아놓아 유턴을 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미리 박물관 정황을 살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 생각없이 우리 편한 시간에 도착하고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길게 늘어선 줄이 본관을 거쳐서 세줄이 겹쳐 있었고 안내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두시간을 넘게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 모두 긴 줄도 마다않고 늘어서서 기다렸다.
남편은 처음엔 이걸 꼭 봐야겠냐고 내게 물었지만 그도 꼭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다른 건 몰라도 <몽유도원도>는 전시기간도 9일로 가장 짧았고 진품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설레이는가 말이다. 다른 전시를 볼 사람들은 다른 입구로 전시관으로 들어갔지만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서는 이 줄을 기다려야만 했다. 남편은 내내 줄을 지키고 있었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계단위로 올라가서 용극장 입구의 테이블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시켰다. 간단하게 준비한 도시락이 없었다면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지루했을게다. 밥을 먹고 넓은 광장을 힘차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가끔 계단을 오르내릴때 현수가 넘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나게 뛰어다녔다.
가끔 계단에 앉아 다리쉼도 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마주한 <몽유도원도>는 정말 대단했다.
요 그림 앞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쉬 떨어지질 않았다. 관람시간을 1분으로 제한했지만 그게 어디 쉽게 지켜지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보고 싶었던 건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보기가 어렵기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국보가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가슴 아픈 일인가. 그런데 나는 정작 현수가 보채서 너무 건성으로 보았다. 전시실이 너무 어두웠던 탓도 있고 <몽유도원도>가 놓인 곳도 구석이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몰려 있으니 아이가 보채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남편은 현준이가 잠이 들어 한참을 들여다 보았단다. 너무 감동적이라며 잊혀지지 않는다고.
내가 가장 마음을 둔 것은
<은제금도금주자와 승반>으로 고려시대 작품인데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온 것이다. 주자위의 봉황하며 연꽃무늬를 어찌나 세심하게 만들었는지 그 화려함에 마음이 빼았겼다. 현수도 무척 좋아하며 예뻐, 예뻐를 외치며 보았다.
남편이 마음을 빼앗긴 건 <수월관음도> 고려14세기 작품인데 이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온 것이다. 관음보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서 보았다는데 정말 너무도 매혹적인 자태로 앉아 아래를 지긋히 바라보고 있는데 문양도 섬세하고 화려한데 그것이 은은한 멋이 있다.
말뚝이 탈을 보고 현수가 코끼리라며 내 손을 잡아 끌고 그 앞에 가서 한참을 보았다. 귀가 크고 코가 긴 것이 정말 코끼리 얼굴이었는데 현수가 무지 좋아해서 여러번을 보았다. 그리고 <목제연봉동자>를 보고 너무 예뻤는지 '전현수'란다. 어린딸이 내 손을 잡아 끌고 "엄마, 봐봐"하는데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이외에도 <천마도><무구정광대다라니경><진찬의궤> 등등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위해 전시된 좋은 작품들이 우리를 위해 전시되어 있었다.
특별전시관을 다 보고 난 후 너무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지만, 배고픈것도 잊고 있었다며 두시간 기다린 게 아깝지 않았단다. 집에와서 차마시며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도록>을 펼쳐놓고 남편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저녁엔 남편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 간단히 맥주를 마시러 갔었고 그날도 결국 대리운전 기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