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신사들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은정 옮김, 게리 지아니 그림 / 올(사피엔스21)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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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이클 셰이본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왠지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은 조금 지루하고 무겁지 않을까하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다가 내용이 흥미로워 바로 서점가서 구입한 책이다. 우선 읽어보니, 무겁지 않고 조금 경쾌하기도 하고 진중하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사실 작년에 '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을 구입할까하다가 망설였던 적이 있어서 더 아쉽게 느껴진다. 다만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점에 기대를 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점을 사뿐히 넘고 작가 마이클 셰이본을 만난다면 즐거울 거라 생각한다.     

'길 위의 신사들' 은 ‘중세 아랍의 유대 왕국 하자르’라는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성격과 배경을 지닌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금발의 긴 머리를 한 깡마른 젊은 백인 남자 젤리크만과 늙고 덩치만으로도 위협적인 흑인 암람이 그들이다. 둘은 길 위를 떠도는 노상강도이자 여행객들의 판돈을 노리고 거짓 결투를 하는 사기꾼들이다. 어느 때와 같이 카프카스 동쪽 구릉에 위치한 변두리 여인숙에서 젤리크만과 암란은 거짓 결투로 여행객들의 시선을 한껏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결투가 거짓임을 눈치 챈 늙고 노련한 코끼리 조련사는 그들에게 접근하여 새로운 돈벌이를 제안하게 된다. 그 일은 그것은 반란군에게 쫓기고 있는 하자르의 왕자를 외가에 무사히 데려다주는 일이었고 얼떨결에 금발의 미소년이자 입이 거친 필라크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거짓 결투, 사기, 노상강도로 생활하던 그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두 사람과 필라크의 얽히고 얽힌 사건들을 배경으로 우정과 배신, 사랑, 신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사연을 안고 시대의 흐름에서 빗겨난 두 사람은 길 위를 떠돌며 생활하고 있지만 그들만의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행동을 한다. 젤리크만과 암란은 필라크의 선택을 인정했고 그들조차도 떠남과 남는 것에 대해 서로의 선택에 대해 인정하며 강요하지 않는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길 위를 유령처럼 떠도는 그들은 강요가 아닌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행해진 것이므로 그들은 자유롭다. 결투와 전쟁, 배신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생각하는 신념과 자유의지로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바람처럼, 바람이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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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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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슨 일이 있어도 뱀파이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사실 몇 가지가 있었다. 모로이는 살아 있지만, 스트리고이는 죽지 않는다. 모로이는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스트리고이는 불멸이다. 그리고 모로이는 태어나지만 스트리고이는 만들어진다.'(뱀피아어 아카데미 중)

몬태나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성 블라디미르 아카데미는 뱀파이어인 모로이 학생들과 반은 인간, 반은 모로이인 댐퍼 학생들이 교육받는 학교이며 스트리고이로부터 모로이들의 생명을 보호해하는 의무를 지닌 수호인들을 배출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열일곱 살의 로즈는 왕족출신 모로이 리사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그녀와 결속되어 있는 관계이며 그녀의 수호인이 되기 위해 힘든 훈련을  스승 디미트리에게 받고 있다. 리사와 연결되어 있는 정신세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보호, 위로하며 수많은 암투와 권력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뱀파이어 세계에서 버티어내고 있다. 점차 잠재되어 있던 리사의 놀라운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위험은 시시각각 다가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댐퍼 수호인들은 모로이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반은 인간, 반은 뱀파이어인 댐퍼족인 열일곱 살 로즈는  모로이 리사를 수호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 받는 중 스승인 디미트리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수호인들 간의 사랑은 보호해야 하는 모로이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기시하고 있다. 로즈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리사와 디미트리 수호인을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해간다. 

대부분 뱀파이어 소설이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뱀파이어들 간의 사랑과 배신, 우정을 보여준다. 순수 혈통의 뱀파이어 모로이와 반은 인간, 반은 뱀파이어인 댐퍼족과 모로이와 댐퍼, 인간 모두에게 극도로 위험한 스트리고이가 공존하는 뱀파이어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뱀파이어들 간의 생존경쟁은 위험하리만큼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정은 생기고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의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은 성장소설의 과정을 걸치면서 재미를 더 해준다. 시리즈물의 첫 번째여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뱀파이어 세계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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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극장>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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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의 본래 모습하고는 달리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워서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글을 쓰고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쓰신 단편 모음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블랙유머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가득한 12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몇 편 소개한다.

'마이크로 결사대'는 마이크로감마광선의 발견으로 축소된 의사들이 축소된 잠수정을 타고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수술하는 것이 자연스런 수술방법이 되어버린 시대에 주인공 본타로가 친구의 여동생 사유리의 수술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모하는 여자의 몸 속에 들어가 수술을 하고 예기치않은 사건때문에 사유리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 갇혀서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극박한 순간을 겪기도 하는 등 우스운 상황들이 심각하게 연출되고 있다.  

'우리들의 에디슨'은 상상력은 돋보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발명품만을 줄이어 생각해내는 어리석은 두 발명가와 그들에게 사기를 치는 발명협회 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어리석음에 웃음이 나온다. 

'나와 쏙 빼닮은 남자'는 부인외에 애인과 가끔 바람비우는 것으로 삶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 세무 공무원인 주인공인 '나'는 우연히 외도를 하고 나오다 자신과 판박이 같은 남자와 마주치게 된다. 두 남자는 가장 불쾌한 얼굴로 지나치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둘을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뉴스에서 후생대신의 손자를 납치하고 제멋대로 사는 그를 보게 되면서 삶이 시들해졌던 '나'는 왠지 모를 자극을 느끼면 그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응원하는 '나'의 심리가 절묘하게 표현되고 있어 기억에 남는 단편이었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상상해보았던 다른 삶을 사는 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혹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를 상상해보면서 슬쩍 상상이나마 만족스러웠고 부러웠던 적 말이다. 그러한 심리를 소심한 세무사 직원 '나'를 통해 숨겨진 욕망을 보여준다. 

'유모아 극장'은 단편마다 독특한 유머가 들어 있고 아웃사이더들의 일탈을 피식 웃음이 나오게끔 하고 있어 재미있는 단편집이었다. 하지만 표지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블랙유머가 있고 재미를 선사한다고 해서 책 표지까지 그래야 했는지 다소 실망스러웠다. 책의 내용은 표지보다 훨씬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조금 가시게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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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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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에 무조건 외면했었다. 더구나 한 권의 시집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아득한 먼 옛 이야기일 것만 같아 이병률 시인의 '찬란'을 읽기 전에 망설여졌다. 도대체 감성으로 느끼는 시를 읽고 도대체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느낌 자체도 다른 분들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마음에 시를 만나는데 망설이게 했었다. 하지만 읽기 시작했고 조금은 알 듯한 마음과 여전히 모르겠다는 느낌 속에 있다. 

'찬란'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참 사람은 외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와도 여전히 가슴 속에 무언가 뭉클하게 자리잡고 있는 듯 느낌을 받는 것처럼 사람은 늘, 여전히 외로움과 고독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찬란'의 시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닮았다. 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 너무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모든 감정을 드러난 얼굴보다 더 시리고 아릿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마음의 내과' 시에서는 혼란스런 나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심란하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끌림에 눈이 자꾸 가 소개해 보고 싶다. '찬란'의 시를 다 이해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시' 읽기를 시작했다고는 말할 수가 있어 즐거운 마음에 시집을 덮었다.

마음의 내과  

이 말이 그 말로 들릴 때 있지요 그 말도 이 말로 들리지요 그게 마음이지요 왜 아니겠어요. 몸피는 하나인데 결이 여럿인 것처럼 이 사람을 귀신이라 믿어 세월을 이겨야 할 때도 있는 거지요 사람 참 마음대로지요 사람 맘 참 쉽지요 궤짝 속 없어지지 않는 비리내여서 가늠이 불가하지요 두 개의 달걀을 섞어놓고 섞어놓고 이게 내 맘이요 저것이 내 맘이요 두세계가 구르며 다투는 형국이지요 길이가 맞지 않는 두 개의 자이기도, 새벽 두 시와 네 시 사이이기도 하지요 써먹을 데 없어 심연에도 못 데리고 가지요 가두고 단속해봤자 팽팽히 와글대는 흉부의 소란들이어서 마음은 그 무엇하고도 무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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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빛 - 검은 그림자의 전설 안개 3부작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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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빛'은 강렬한 대비가 되는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환상적인 기법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소설을 읽어 갈수록 시각적 영상이 함께 보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한 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야기 시작은 1936년 시몬의 가족은 남편이 갑자기 죽고 나서 남긴 엄청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망디의 작은 해안 마을에 살고 있는 베일에 싸인 유명한 장난감 제조업자이자 발명가인 라자루스의 대저택 집사 겸 가정부로 일하게 되어 이주해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대저택 가득 수만 지의 로봇인형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친절하고 박식한 인물이었고 시몬 가족에게 단 한 가지 주의사항을 들려주게 된다. 절대로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아내 알렉산드라의 침실과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쪽 별채에는 출입해서는 안 된다는 명을 주게 된다. 시몬은 아이들과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삶에 만족하게 되고 노르망디 작은 해안 마을에 아이들 딸 이레네와 아들 도리안과 함께 적응하게 된다.  

이레네는 라자루스의 대저택에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어린 소녀 한나의 활달한 성격과 속사포 수다로 인해 금새 친구가 되고 그녀의 사촌 이스마엘과는 풋풋한 사랑을 하게 된다. 엄마인 시몬 역시 일을 하면서 라자루스와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항상 안전할 것만 같던 빛의 모습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빛과 어둠의 환상의 조화와 함께 인간의 본성의 어둠을 보게 된다. 급작스런 한나의 죽음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그림자의 공포는 시몬 가족을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이레네는 이스마엘과 함께 어둠을 헤치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부투하게 되고 그림자의 실체를 파헤치게 되면서 인간 본성의 어둠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은 매번 발표할 때마다 구입해서 갖고 있음에도 아직 읽어보지를 못하다가 결국 가장 초기 작품인 '9월의 빛'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발표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9월의 빛'은 노르망디 작은 해안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레네와 이스마엘의 풋풋한 사랑을 표현해주는 장면들이 빛이라면 라자루스의 비밀스런 대저택에서 일어나는 그림자의 공격과 라자루스의 비밀은 어둠의 극치를 보여주며 두 장면은 강렬한 대비로 다가온다. 선과 악은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이며 악의 유혹은 멀리 있지 않고 사람들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환상적인 기법과 상상력으로 기이한 로봇으로 가득 찬 라자루스의 대저택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환상과 현실이, 사랑과 증오, 과거와 현재,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그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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