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빛 - 검은 그림자의 전설 안개 3부작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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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빛'은 강렬한 대비가 되는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환상적인 기법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소설을 읽어 갈수록 시각적 영상이 함께 보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한 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야기 시작은 1936년 시몬의 가족은 남편이 갑자기 죽고 나서 남긴 엄청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망디의 작은 해안 마을에 살고 있는 베일에 싸인 유명한 장난감 제조업자이자 발명가인 라자루스의 대저택 집사 겸 가정부로 일하게 되어 이주해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대저택 가득 수만 지의 로봇인형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친절하고 박식한 인물이었고 시몬 가족에게 단 한 가지 주의사항을 들려주게 된다. 절대로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아내 알렉산드라의 침실과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쪽 별채에는 출입해서는 안 된다는 명을 주게 된다. 시몬은 아이들과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삶에 만족하게 되고 노르망디 작은 해안 마을에 아이들 딸 이레네와 아들 도리안과 함께 적응하게 된다.  

이레네는 라자루스의 대저택에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어린 소녀 한나의 활달한 성격과 속사포 수다로 인해 금새 친구가 되고 그녀의 사촌 이스마엘과는 풋풋한 사랑을 하게 된다. 엄마인 시몬 역시 일을 하면서 라자루스와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항상 안전할 것만 같던 빛의 모습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빛과 어둠의 환상의 조화와 함께 인간의 본성의 어둠을 보게 된다. 급작스런 한나의 죽음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그림자의 공포는 시몬 가족을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이레네는 이스마엘과 함께 어둠을 헤치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부투하게 되고 그림자의 실체를 파헤치게 되면서 인간 본성의 어둠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은 매번 발표할 때마다 구입해서 갖고 있음에도 아직 읽어보지를 못하다가 결국 가장 초기 작품인 '9월의 빛'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발표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9월의 빛'은 노르망디 작은 해안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레네와 이스마엘의 풋풋한 사랑을 표현해주는 장면들이 빛이라면 라자루스의 비밀스런 대저택에서 일어나는 그림자의 공격과 라자루스의 비밀은 어둠의 극치를 보여주며 두 장면은 강렬한 대비로 다가온다. 선과 악은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이며 악의 유혹은 멀리 있지 않고 사람들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환상적인 기법과 상상력으로 기이한 로봇으로 가득 찬 라자루스의 대저택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환상과 현실이, 사랑과 증오, 과거와 현재,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그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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