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키워드 한국문화 6
최기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마다 납량특집으로 찾아오는 처녀귀신들에 대하여 별 생각없이 지금까지 보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었다. 그저 막연하게 사회구조상 여자들의 한이 더 많았고 남자귀신보다 여자 귀신들이 보기에 더 무섭겠구나하는 생각정도였었다. 그런데 귀신이 되어서도 남녀귀신의 위상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를 줄은 미처 생각 못했었다. 남자 귀신은 죽어서도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후손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상신으로 받들어 모시고, 여자 귀신, 즉 처녀 귀신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살아 생전에는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다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거나 타의에 의해 자살로 내몰린 처녀들의 한 맺힌 사연을 가진 채, 남자 관리에 의해서만 실추당한 억울한 누명과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처녀 귀신이 나온다는 자체만으로 한껏 공포감만을 느끼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즐겨보곤 했었다. 그 처녀들의 한보다는 얼마나 무서울까, 얼마나 분장을 잘했을까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보곤 했었다. 그러다 '장화홍련전'을 읽게 되면서 얼마나 처녀 귀신들의 한 맺힌 사연들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특히 읽으면서 분노하며 분개했던 부분은 장화, 홍련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고 그저 계모 하는 대로 방광만하고 있다가 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또 세 번 째 부인을 얻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화홍련전'은 유교적인 가치관으로 장화와 홍련은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을 효로 승화하며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딸들로 환생하기를 바라여 세 번째 부인의 몸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 점이 장화홍련식 아버지에게 내린 벌 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평생 죄책감을 갖고 죽은 딸들과 꼭 닮은 딸들을 키워야 하니까 말이다. 

'장화홍련전'을 비롯하여 '처녀 귀신'에 수록된 처녀 귀신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녀들이 얼마나 폐쇄적인 공간에서 제한된 삶을 살아야만 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 결정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부모님이 정해주신 남자와 혼인하는 날 처음 만나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삶, 혹은 소박맞고 누명을 쓴 채 죽음을 당해야만했던 여인들, 고백을 먼저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선택해야만 하는 여인들, 죽은 남편을 따라 죽기를 바라는 사회분위기에 내몰리는 여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 그녀들은 깊게 맺힌 한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귀신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의 무서운 외모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외롭고 힘들었을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처녀 귀신'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제야 그녀들의 귀곡성을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녀들의 쓴 이야기가 아닌 사대부들의 유교적 가치관으로 쓰여 진 야담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젠 귀 기울여보자. 그녀들의 사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