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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인류가 지구에 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상징은 탄생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인간은 상징체계 속에서 삶을 시작하고 마감한 듯하기 때문이다.
유명 미술사가이며 상징관련 전문 작가인 잭 트레시더는 200컷이 넘는 사진과 그림자료를 토대로 상징이 얼마만큼 삶 속에서 뿌리깊게 내려져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상징은 문자보다 먼저 중요한 이념을 나타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신들에게 기후의 변화에 따른 감사와 두려움을 위해 조각과 그림, 부적, 의복, 장식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상징은 사회를 통합하고 통제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이전의 시대에는 자연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신과의 관련성을 굳게 믿어 왔기에 자연재해는 항상 모든 문명에서 신의 사랑, 분노를 상징으로 표현해왔고 상징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하늘, 태양은 남성을, 물, 땅은 여성을 상징하고 있다. 각 문화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상징체계 속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나라마다 같은 동물, 색을 보고는 다른 의미의 상징을 두기도 하는데, 특히 뱀, 까마귀는 문화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뱀은 모든 동물 상징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신화에서의 중요성은 뱀과 페니스, 출산의 축축한 과정을 들어 남성과 여성의 상징이 뒤섞인 형태로 이해하고 있다. 상징적으로 볼 때 뱀은 대지의 신비, 물, 어둠, 지하의 세계와 맞닿아 있어 복잡하고 다의적인 의미를 가진다. 특히 힌두교 신화에서 창조주 신 비슈뉴는 위대한 뱀 아난다의 똬리 위에 앉아 쉬고 있는 형태로 나타나고 부처를 보호해주는 머리 일곱 달린 코브라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집트 왕권의 수호신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뱀이 가지는 이중성은 서구의 기독교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이미지와 상징을 갖게 된다.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해 간교한 뱀으로 상징되는 것이 가장 큰 뱀의 부정적인 상징이다. 그외에 서구 민담에서는 뱀의 갈라진 혀는 위선과 거짓을 암시하며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왔다.
까마귀는 유럽에서는 시체를 먹는 새로 간주되어 부정적인 상징으로 전쟁, 죽음, 고립, 악, 불운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아메리카 인디언, 중국, 일본에서는 안내자, 예언자적인 상징으로, 원반 속에 그려진 세 발 달린 까마귀는 황제의 상징으로, 일본에서는 충성, 가족간의 애정으로 인식된다.
그외에도 식물, 동물, 패턴, 건물 등에 수많은 상징과 의미가 문화마다 공통된 상징을 보이기도 하고 때론 전혀 반대의 상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읽는 동안 내내 소름돋게 즐거웠다. 현대의 영화, 소설을 통해서 고대의 상징이 가지는 신비로움은 다시금 부각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작품 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휴대폰 문자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도 현대의 상징이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수많은 예술작품, 문학, 건물, 식물, 동물, 패턴 등에서의 숨겨진 상징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가까운 곳에 책을 두고 숨겨진 상징, 혹은 지나쳤던 상징을 발견할 때마다 들여다보고 즐거워하리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