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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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라는 회사가 어떻게 다시 재기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 내용이 페이스북 페이지로 많이 떠 다녀서 눈여겨 본 책이다. 출처가 "탁월한 사유의 시선"으로 되어 있어서. 사실 책에서 정말 간단히 소개하고 있고, 이것이 핵심도 아니다. 어쨌든 쉽게 읽혀지는 철학 책이라 대중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요지는 누구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삶을 살라는 것이다.

p183 철학하는 일이란 남이 이미 읽어낸 세계의 내용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을 줄 아는 힘을 갖는 일이라는 것, 이 점을 꼭 기억하셔야만 합니다. 

 

p235 생각의 높이가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노이가 활동의 높이를 결정하며, 활동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결국 그 사람들이 이루는 세계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직장인'과 '직업인'의 구분은 여러모로 써먹을 만한 내용이다. 

나도 다시 '직장인'을 꿈꿨는데, 사실 돈을 버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데 '직업인'은 물론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예민하게, 민감하게 업에 임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더 책임감 있게 일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직업인'이 되는 것이다. 직장인이 될 것인가? 직업인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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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 배기정.김송인 옮김 / 산지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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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를 작년 가을 처음 듣고, 이런 똑똑한 여자도 있었네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기 저기서 한나 아렌트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악의 평범성"이란 말. 수백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아이히만이란 남자는 한나 아렌트가 보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는. 그저 시키는대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 사람.

우리는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을 교육 시키고 또 그런 교육을 받는 데, 이게 결국은 나도 "악의 평범성"에 해당되는 얘기였고, 아렌트는 여기서 사유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p125 확실성이 멈추는 곳에서 사유는 시작된다. 안다는 것은 곧 불확실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전통적인 생각이나 그 반대이 사유를 '난간'으로서 더 이상 기대지 않아야 한다. 카츠넬슨의 삶이 보여주었듯이, 그런 사유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이 쇄도하는 현실이 실상으로부터 혼란스러워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론 현실을 진단할 용기와 사유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어떻게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가 현실로부터 새롭고 적절한 개념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이미 익숙하게 잘 아는 것들을 해체시키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로 변환시킬 수 있을까?

 

웃음, 번역, 용서, 표현 등 4개의 파트를 나눠 아렌트의 저술과 인터뷰의 내용을 해설하고 있는 책인데, 좀 어려운 감이 있다. 아마도 아렌트의 다른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부터 봐서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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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인문학 -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김홍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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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소재들, 코트, 단추, 지퍼, 신발, 이런 것들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는 것도 참신했고, 더욱이 이런 이야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방대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대단했다. 저자가 대학원에서 패션 강의를 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글을 잠깐 읽었는데,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기론 이 분이 박사학위를 가진 분은 아니다. 다양한 패션 산업의 경험과 이렇게 혼자 많은 공부를 한 분이라면 강의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옷 한벌을 만들 때, 옷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 그 속에 담긴 역사, 문화, 산업 ...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

책에서도 한 분야를 파고 든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p123 트렌드의 잠점은 또 있다. 사람들의 취향을 읽어내고 이를 대중의 흐름과 결합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영역에서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공 불문이다. 영역별 흐름을 세분화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딱 한 개만 골라 그에 관해 지속적으로 뉴스를 모으고 읽으며 사람들이 어떤 사건과 사물에 끌리고 자신들의 에너지를 투여하는지 관찰해보라. 이런 반추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트렌드는 우리 삶에서 긴 호흡으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얻게 된 지도는 나만의 것이 된다. 놀라운 건 이게 돈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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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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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 중독인가?

얼마 전 서점에서 "완벽한 공부법"이란 책을 보고, 이거 읽어봐야지 했다. 공부법은 나이가 들어도 궁금하다. 왜 나는 잡다한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니까. 그런데 내가 지식을 얻는 방법은 책을 읽기도 하지만, 요즘은 유투브를 뒤진다. 말 잘 하는 강사들이 왠만한 주제의 강의는 다 올려놨다.  그런 거 보면 나도  "매끄럽게" 공부해 온 것에 아니 구경해온 것에 익숙해서 그런 것 같다. 대학원의 강의나 학술대회 발표를 볼 때 참 교수들 말 못한다는 생각이 든 적 있다. 왜냐면 요즘엔 에듀테인먼트라고 할 만큼 주어진 시간에 "show"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내용도 있고 재미도 있으면 좋겠다.

 

p59 어느 날 보니까 저와 학생들의 관계가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니라 엔터네이닝을 하는 관계인 거예요. 웃기는 표현일 수도 있는데, 학생으로서 제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도 "팬 분"들도 오세요.

 

p68 공부를 '하는doing'게 아니라 '구경'하는 거예요. 교재에 형광펜이 다 칠해져 있다니, 세상에 그런 공부가 어디 있어요? 교과서를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교재인데 그걸 또 형광펜으로 요약까지 해주고, 끝나고 나면 요약정리 또 해주고 핵심문제 또 따로 나오고 ... 그러니까 계속 구경하는 형태예요. 존듀이가 말한 대로라면 '언더고잉undergoing', 즉 겪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사라져버리는 거죠. 공부 '중독'이라고 하는데 중독될 '실재'는 없어요.

 

p117 어느 순간 모든 사회 영역이 학교가 돼버렸어요. 모든 사람이 학생 취급을 받고 있죠. 그리고 학생이니까, 배우는 중이 때문에 사회는 "아직 네 몫은 없다, 너는 아직 한몫할 능력이 없다"라고 말하고, 그러니까 "너는 더 배워야 한다"라고 하죠. 이렇다 보니까 개인 입장에서는 학생이기 때문에 아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뭔가를 실질적으로 할 기회도 없도,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합리화해야겠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이런 식으로는 굉장히 분열적인 주체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p171 이를테면 나는 더 이상 제도권 안의 공부를 하지 않겠다, 주체적으로 자기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조차도 잘 짜인 커리큘럼에 유명 강사가 나와서 굉장히 잘 정리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선호한단 말이죠. 그러면서 자기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p174 "저 사람 공부 참 많이 했네"라는 말이 궁극적으로 가방끈이 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많은 성숙한 사람을 뜨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는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왜 대학원에 다니는 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왜 공부하냐?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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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오찬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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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해서, 불편하게  읽었다.

97학번인 내가 대학을 다닐 때 한창 미국은 경영자  출신이 총장인 경우가 많은 데 우리 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도 어서 경영자 출신을 "모시고"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슈를 수업 시간에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뭐 경영자 출신이든 아니든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됐고, 영어수업 늘리기에 안달이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바라본 학교는, 일단 단과 대학 건물마다 커피숍이 들어가 있다. 20년 전엔 고작 자판기가 있었는데, 이렇게 커피숍들이 들어차 있는 건 임대료겠지. 

그리고 대학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영어 수업은, 영어로 수업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이해하고 오히려 좋아한다. 우리말도 토론하고 발표하려고 해도 말이 꼬이고 논리가 안맞는데, 이걸 영어로 하자면 어쩔려고. 졸업을 위해서 영어 점수를 모두에게 요구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이상한 것  투성이다. 

"죽은 시민"을 만들어내는 대학 편에선 물론 대학 자체가 기업에 의존하고, 취업사관학교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도 문제가 있다. 자기들끼리 "군기" 잡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지방 대학의 경우 그 지역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교수의 입김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에서 찍히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알아서 기는" 걸로. 

읽는 내내 마음 아프고 불편한데, 대학에 문제가 있지만... 역시 나는 약자라 그래도 취업은 되야 하지 않냐 싶고, 기업의 후원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좋은 거 아닌가 싶고, 영어 점수 높으면 좋겠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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