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 - 유럽 출산율 1위, 프랑스에서 답을 찾다
안니카 외레스 지음, 남기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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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살면서 출산과 육아를 한 독일 엄마가 쓴 책인데, 그래서 프랑스와 독일의 출산과 육아를 비교한다. 대체로 프랑스 육아는 여유가 있고 맘 편하다. 왜냐? 정책적으로 정부의 육아지원이 많아서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역시아이를 낳는다는 것에도 부담이 없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이 "아이가 아직 없으세요? 어서 낳으세요."라는 얘기를 한다는 게 놀랍다. 이런 민간한 부분을, 때론 폭력이 될 수 도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게.

그러면서, 남편의 직업이나 재정 상태에 대해서 말하는 건 민감하게 받아들인단다. 

p47 내가 프랑스 친구들에게 남편의 직업을 물으면 긴 침묵이 흐를 때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집안의 재정 상태나 직업 따위에 대한 대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공통된 관심사를 이야기한다든가 남편이나 아내가 다정다감하고 재치가 있다는 등을 대화주제로 삼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외국인이다 보니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고, 대화 주제 같은 건 일부의 이야기 일 수도 있을 거다. 우리가 같은 한국인으로 한국인들끼리 만난다고 해도 어떤 사람은 무례하고 어떤 사람은 경우가 있는 것 처럼. 


그리고 출산과 육아 특히 수유에 관해서 우리가 가진 신념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출산도 육아도 엄마가 편하면 되는 것이다. 

p67 바댕테르는 저서에서, 독일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세계 모유수유 장려 연합'이라는 단체가 병원마다 상담사를 두고 예비 엄마들에게 모유수유를 권장하려 애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조사 결과, 이 세계적인 단체는 전업주부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여성들과 열렬한 개신교 여성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마친 독일인이시니 말씀드리지만, 조심하세요. 자연분만과 육아를 강요하고 극도로 보수적이며 여성을 혐오하는 극악한 인간들이 많습니다. '자연적인'이란 말의 의미를 집에서 기저귀를 빨고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에게만 전념하는 엄마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한국적인 상황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랑은 거리가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이야기라 그렇게 재미있진 않다. 그리고 좀 일방적으로 프랑스의 육아 시스템을 칭찬하고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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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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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이 책을 읽는다면, 뭐 이런 걸 책으로 내냐 싶겠지만, 6-70년대생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생각된다. 이 책은 90년대생들이 직원이 되었을 때, 그리고 소비자가 되었을 때 어떤 패턴을 보이는 지 잘 정리되어 있어 기성세대들이 꼭 읽어봤음 좋겠다. 


요즘은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공무원이 되겠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도전 정신이 없네 어쩌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계약직 공무원으로 잠시 일해보니 공무원이 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15년을 일했지만, 더 이상 올라갈 곳은 없고 치열한 경쟁, 야근에 시달려야 했다면, 차라리 공무원은 법정 근로시간 지킨다. 그리고 주변 정규직 공무원들은 회사를 그만두는 시점에 무슨 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민간기업 회사원들은 퇴직 후를 걱정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그러니, 비싼 돈 들여 사교육 받고, 비싼 등록금에 사립 대학교 나와서, 고생고생하며 민간기업 다니다 10년도 안되서 나오느니, 고등학교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해서 자리를 잡는 게 훨씬 낫겠다 싶기도 하다. 

거기다, 회사 자소서 항목에 입사 후 포부라던가, 10년 후의 나의 모습 같은 것을 쓰라고 하는 건, 정말 구시대적 발상 아닌가? 10년의 근로 기간을 보장해 줄 것도 아니면서, 어차피 뽑아도 계약직, 무기계약직 이런 식으로 뽑을 거면서 말이다. 


거기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쪼르륵 '신고' 부터 한다며 혀를 차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실상이 어떻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웃자고 하는 말, 그저 바보처럼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합리적이다. 


p124 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이러한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만약 10년 전과 같으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비난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회의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라는 반응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p179 최근 국내 제약사 입사에 성공한 주모 씨(1994년생)는 취준생 기간 동안 20개가 넘는 다양한 회사의 면접을 경험했다. 하지만 면접을 할 때마다 그를 괴롭히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우리 회사에 입사하여 10년 혹은 20년 후에 목표가 어떻게 되냐?"라는 질문이었다. 10개 기업 증 8-9개 기업은 이와 동일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준비된 답변을 하거나 음기응변으로 면접관이 원하는 답변을 내었지만, 매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회사를 10년씩이나 다닐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안에서 10년 후의 계획이나 꿈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다. 


p107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슬로가 말년에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바꿨다는 사실을 모른다. 욕구단계설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던 매슬로는 말년에 인생 최고 경험을 '자기초월', 즉 자아보다 더 놓은 목적을 위한 삶에서 찾았으며, 본인이 종전에 최고 수준의 욕구로 꼽았던 자아실현이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이야기했다.  


젊은 세대에 대한 반감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요즘 애들은... 하면서. 하지만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그들의 삶에서야 그렇게 보일 지 모르겠지만, 사회가, 비정규직이 난무하는 구조에선, 그들 역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란 생각이 든다. 서로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런 세대 연구에 관한 책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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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마가 된다
하루나 레몬 지음, 이소담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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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막달이다. 

임신 편을 읽으면서 아주 먼 이야기처럼 입덧을 대했고, 요통 부분에선 하.... 내가 지금 딱 이렇다 하면서 봤다. 이제 남은 것은 출산과 육아. 

무섭다. 출산하면 더 무서운 젖몸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수유며 오로....  엄마 되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육아로 인해 친정 엄마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주변에서 말을 많이 하던데, 그때 들은 것 중에 엄마랑 한번은 크게 부딪히게 될거라는 말이었다. 일본도 마찬가지구나. 저자는 엄마에게  신경질을 내고 엄마는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버리는 장면. 저자도 엄마와 그 동안 얼마나 잘 통했는지, 엄마가 자신을 위해 미술관도 데려가주고, 용기를 돋아주셨던 분이지만, 이놈의 호르몬이 뭔지.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것을 생각할 때 "아름답다"는 환상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하면서. 하지만 실상은... 힘들고, 고독하고, 외롭고... 어떤 사람은 다소 '동물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가치있다 정도가 맞지 않을까. 그래서 이 만화 에세이가 의미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그래서 공감되는. 

그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제 막 임신을 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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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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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만 15년의 직장생활을 했다. 정규직이었고, 그때는 야근을 밥 먹듯 했다. 어디 야근 뿐이랴. 주말에 직속상사가 나오면 나도 나가서 자리 지키는 게 당연했다. 뭐가 나쁜지도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따랐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지만, 나 하나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퇴사할 때 즈음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왔고, 늘 하던대로 회사 행사에서 나가 노래하라고 했더니 우리가 노래하고 춤추려고 회사 들어온 거 아니라고 말해서 맹랑하다 생각했었다. 나도 그땐 이미 많이 오염되어 있었다. 퇴사 후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를 했는데, 역시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상당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슴 시림이 느꼈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윗분들이 꽂아놓은 인턴 공주님도 경험해 봤고, 조폭같은 문화도 경험해 봤고, 삼성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신봉하는 사람들도 겪어봤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쁜 사례들만 나오지 않았다는 거다. 서울우유 같은 협동조합의 좋은 본보기도 나오고, 여행박사 같은 직장 민주주의의 끝판왕도 나와서 뭔가 희망은 있구나 싶었다. 

얼마 전, 팟캐스트에서 북유럽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너무 낯설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이 책을 읽어서인가 이렇게 안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우리나라는, 아빠가 어떤 회사에 다니는 가에 따라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녀의 미래가 결정된다. 대학 학자금이 나올 수도 있고, 내가 뼈빠져라 일해가며 대학을 다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복지라는 건 나라에서 해주면 되는 건데, 그걸 회사별로 따로따로 분리시키니 회사의 권한은 커지고 회사가 마치 시혜를 베푸는 꼴이다. 그리고 그로인해 다음 세대들의 인생도 갈린다. 

내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직장생활을 하게 될지 나도 알 수 없지만, 이제는 21세기답게, 뭔가 좀 달라진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p168 직장으로서 KBS는 선후배 위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거의 없고, 그래야 한다는 인식도 없는 것 같다. 21세기, 문화와 진실의 첨단을 달리는 사람들에게서 선후배 놀이라니, 희극적인 일이다. 


p191 크게 보면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지도, 민주주의에 익숙해지지도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까라면 까"라는 위계, 힘의 역학 관계를 더 많이 경험하는지도 모른다. 과도하게 수직적인 관계에 의한 위계적 명령 체계 그리고 조정되기 어려운 부당함, 그 속에서 전형적인 조직의 실패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p238 먹고사느라고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왔다. 모멸감을 참으면서 돈을 버는 시대가 너무 길었다. 


p259 아시아나에서 회장이 방문하면 '예쁜 애들'을 앞에 세우고 장미꽃으로 환영하게 한 사건 혹은 성심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사건 같은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 이건 질서정연한 바보짓 정도가 아니라 '질서정연한 나쁜 짓'이다. 도대체 거기 관리자 중에는 제정신 박힌 사람이 한 명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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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 엄마는 편안해지고 아이는 행복해지는 놀라운 육아의 기술 34
김경림 지음 / 메이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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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내가 읽었던 육아서는 엄마가 아이를 영어 영재로 키우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 혹은 이런 저런 걸 했더니 아이 성적이 상위권이고 무슨 대회에 나가 상을 탔다는 내용이 많았다.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니 엄마도 책을 내나보다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그런데, 이 책은.... 큰 아들은 아팠고, 그 큰 아들 돌보느라 작은 아들은 오히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엄마가 책을 냈다. 너무 솔직한 책이라 읽으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눈물도 나고, 오히려 큰 공감이 됐다. 

우리 부부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많이 나눴는데, 정작 내가 임신을 한 후 남편과의 대화 중 남편이 상위 1%는 의미가 없고 1등만이 의미있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내심 다 내 자식만큼은 정상과 표준을 훨씬 뛰어 넘는 1% 혹은 1등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 인생이 자식이. 1%의 영재 자녀가 된 것도, 아픈 아들을 둔 것도, 순전히 우연이다. 자신의 교육방식이 좋았다고 자랑할 것도 기도빨이 좋았다고 할 것도 아니다. 인생 길게 봐야 한다.   

어제 산모교실에 갔는데, 강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육아용품은 아기를 위한 것일까요, 양육자를 위한 것일까요?" 모두들 "아기"라고 대답했지만, 강연자는 결국 엄마를 위한 것이란다. 엄마 편하자고 이런 저런 용품들을 사들이는 거라고. 어쩜 육아 방법도 나는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혹시 나를 위한 육아를 하게 되진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 동안 읽었던 공부 잘하는 아이 이야기도 좋았지만, 이 책을 읽길 잘했다 싶다. 쉼표같은 책이다. 


p17 책을 쓰는 도중에 '좋은 엄마'에 대해 생각하다가,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여 중학교 2학년인 작은아이에게 "네 생각에 엄마는 좋은 엄마니?"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눈을 껌벅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뭘 잘했기에 좋은 엄마야?"라고 다시 물었다. 아이는 "뭘 잘해서 좋은 엄마가 아니라, 내가 엄마를 좋아하니까 좋은 엄마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엄마, '좋다'라는 건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잖아. 그러니까 '좋은 엄마'라는 건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엄마'가 있는 거 아니겠어??"라고 말했다. 


p22 엄마로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한 듯 살아온 10년이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고통의 주변인이었다. 고통의 중심부에는 몸으로 병을 직접 겪고, 신체 기능의 일부를 상실한 아이가 있다. 누구 못지 않게 헌신하고 기도했으나 결국 아이를 먼저 보내야 했던 엄마들도 있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들이 겪은 고통이 얼마만큼인지 감히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고통의 중심부에서 비껴 난 것이 순전히 우연이듯, 그 고통은 내게 왔을 수도 있고, 언제든 내게 올 수도 있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갈 수 있다는 것만은 안다. 


p92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또래 친구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가까운 친척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대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어른들도 몇 년의 상담과 분석을 통해 자신의 삶을 근본부터 바꾸어 내는데, 배우고 회복하는 일이라면 아이들이 누구보다 전문가 아니던가. 어쩌면 '결정적 시기'란 부모의 불안과 두려움,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핑계일지 모른다. 부모는 완벽할 수 없고, 늘 실수한다.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p162 그때 분명히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지도록 민원을 넣거나 법적인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차별 금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내가 그 일을 했어야 했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았어야 했다. 혹시 다른 교사나 다른 학부모에게 누가 될까 봐, 내 아이가 피해를 받을까 봐 움츠러들지 말았어야 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나쁜 건 나쁘다는 걸 말했어야 했다. 


p205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평생 엄마 노릇을 하는 인생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성장하는 삶, 자유로운 삶이란 더 많은 정체성을 경험하면서 풍부해지는 삶이 아니던가. 


p236 육아지 기자로 일했던 나는 어떤 게 '정상'이고 '표준'인지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지식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얼마나 믿을 만한가?', '그 지식들은 실제로 아이를 '잘'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같은 질문들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정상'과 '표준'을 아이를 채찍질하는 잣대로 삼았다. 내심으로는 '정상'과 '표준'을 뛰어넘어 특별한 1%가 되길 바랐다. 


p241 육아 지침들이 진정 중요해지는 지점은 한 부모와 한 아이가 처해 있는 '맥락'에서다. 기질이 소심하여 자신의 욕구와 기분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를 때리고 왔다면, 공격적인 행동에 집중할 게 아니라, 아이가 드디어 자기표현을 했다는 걸 먼저 기뻐해야 한다. (중략)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는 그 어디에도 없으며,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나쁜 일일 리 없다. 


p285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이런 상황을 '이중 구속double bind'이라고 정의하면서 정신분열증(조현병)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베이트슨은 발리 섬 주민 사이의 상호작용을 관찰한 결과, 이 이중 구숙 상태가 주로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서 나타남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아이에게 "힘들면 쉬어야지"라고 말하고 돌아서면서 혼잣말로 "그래서 어떻게 살려고...." 한다면 아이는 쉬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혼돈에 빠지고 몸을 어떻게도 반응할 수 없는 정신 상태가 되는데, 이게 지속되면서 병증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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