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권이다
이건범 지음 / 피어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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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 재가 급여, 장기요양 급여, 의료 급여, 시설 급여, 생계 급여, 시설 급여 등이 그 예인데, 일한 대가에 해당하는 급여(pay)와 사회의 손길에 해당하는 급여(benefits)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음에도 이 차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의료 급여"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나도 뭔말인가 했다. 의료 급여나 시설 급여 등을 영어로 번역해보라 했을 때 benefits라고 쓸 수 있을까들? 이걸 보면서 통 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영어도 중요하지만, 정말 한자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겠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 정말 어렵다. 사실은 쉽게 갈 수 있는데도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게 문제긴 하다.  p87  김미경의 <<Plain English 쉬운 영어>>의 사례에도 나오지만, 어렵게 쓴 말로 인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못받는다면, 그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 된다면 큰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언어는 인권이다"라고 제목을 뽑았다.

 

 p108 이렇듯 개인의 언어 품격이나 국어 지식을 높이는 일보다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영역이 있음에도 우리의 국가는 여기서 그다지 잘해오지 못했다. 언어에 관한 한 국가는 공공언어 영역을 책임져야 한다. <중략> 국가가 공공언어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국민의 바른말, 고운 말 사용에 관심을 쏟다 보니 공공 언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물론 바른말, 고운 말도 중요하겠지만, 국가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은 쉬운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그리고 요즘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도 많아지니 더더욱 쉬운 말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p81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동남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복수 공용어를 허용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일이나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 나라들에서 소수 언어에 공식어 지위를 부여하는 정책에 모두 언어적인 차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줄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 우리에게는 그런 고민이 있을 수 없었다. 우리 국민이 언어 갈등에 둔감하다는 사실은 언어를 인권이나 민주주의ㅣ, 공동체 통합의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음을 뜻한다. 고통이 적으면 그만큼 깨달음도 적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p57 목도리가 참 멋있으십니다. / 목도리가 참 멋있습니다.

이 두 문장은 같은 뜻으로 보이지만, 은 목도리를 두른 상대가 멋있다는 뜻이고, 는 상대가 두른 목도리가 멋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처럼 말하지 않고 처럼 상대가 지닌 물품에 ‘-()를 붙여 높이는 경우는 목도리가 멋있다는 말이 아니라 목도리가 잘 어울려 사람인 상대방이 멋있다는 뜻일 때에만 적절하다. 상대방이 지닌 가방을 두고 가방이 참으로 튼튼하십니다라고 ‘-()를 가방에다 붙인다 하여 그 가방을 들고 있는 상대방을 높이는 결과를 얻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말이나 생각, 신체 부위와 달리 물건은 그 사람과 떨어진 개체이기 때문이다.

 

바른말 써야 한다며, TV에서는 틀린 표현을 고쳐주기도 하고, 속어 표현을 바로잡아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보다 쉬운 표현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더 좋지 않을까? 생활 속에 어려운 표현들을 바로잡아 보는 것.

 

쉬운 말을 쓰자는 저자의 주장이 잘 실천됐다고 느낀 부분은 보통 책의 뒷 부분에 "참고문헌"이 있는데, 이를 "참고한 글"로 바꾼 것이다. 참고문헌보다는 참고한 글이 더 빨리 와 닿는다.

 

p111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말 문화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말의 파급력을 염려하면서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고민하고, 이를 처신’, ‘처세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던 태도로 정립했다. 특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처럼 화를 입을 말을 벌리지 않는 겸양의 태도나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처럼 상황에 맞는 말로 실익을 얻는 지혜를 강조하였다. 양반-상놈 신분 사회에서 식민지 시대로, 다시 남북전쟁과 군사 독재 권위주의 체제를 겪으면서 약자가 살아남기 위한 실용적인 처세에 관심이 집중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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