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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평점 :
말도 칼이 되기도 한다. 혐오표현이 왜 잘못되었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이를 규제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학생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 표현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한다. 왜? 말이 칼이 되기도 하니까.
p19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제약받는 정도가 커질수록 이득을 보는 쪽은 강자다. 서로 할 말을 못 하는 상황은 ‘현상 유지’를 바라는 강자의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 반면 소수자의 입장은 정확히 그 반대다. 소수자에게는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부당한 현실을 바꿀 수 있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p49 듣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민감하냐고 타박할 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여 발언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다. 그것이 공적 인물의 공적 발언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공인은 자신의 발언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신중하게 발언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p93-94 증오범죄란 장애,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성별, 성별정체성 등에 근거한 적대 또는 편견이 동기가 된 범죄를 뜻한다. 즉 폭행, 살인 등 기존의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가 편견에 기반했을 경우, 증오범죄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그냥 때리면 폭행이지만 상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때리면 증오범죄가 되는 것이다.
p99 편견이 혐오로,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혐오표현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도 실패한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 ‘증오범죄’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p103 혐오, 차별, 혐오표현, 혐오범죄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유럽에서 혐오표현을 ‘표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금지한 이유는 혐오의 의식이 표현되는 순간 언제든지 구체적 ‘행위(차별과 폭력)’로 나아갈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p138 이러한 합의의 배경에는 ‘공적 담론(public discourse)’에 대한 미국 사회의 강한 신뢰가 있다. 어떤 표현이든 공적 담론에서 자유롭게 논의된다면 최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논의될 때, 그 표현이 ‘공적인 것’인지가 유독 중시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p139 혐오표현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 예컨대 공공, 교육기관 같은 곳에는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있다. 교수와 학생, 상급자와 하급자같이 권력 기제가 작동하는 곳에서도 일정한 규제가 있다. 실제 상당수의 미국 대학과 기억들은 ‘차별 금지 정책’ 또는 ‘다양성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혐오표현이 ‘괴롭힘’에 해당하거나 실질적인 차별을 야기할 경우 징계하는 학칙이나 사규를 두고 있다.
p148 표현의 자유는 일종의 ‘압력 밸브’와 같아서 위험한 행동으로 폭발하기 전에 김을 빼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분노를 자극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배설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해악을 막아준다는 논리다.
p152 특히 학교 교육과정에서 혐오와 차별 문제에 관한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편견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집단 간의 대화를 확대하고, 올바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각 집단의 범주를 넘어 상위 범주로 인식하게 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p182 권력관계가 있는 한, 자유롭고 평등한 경쟁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사상의 자유시장이 작동할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