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인문학 - 도시남녀의 괜찮은 삶을 위한 책 처방전
밥장 지음 / 앨리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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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은 힘에 세다.

적어도 목적 없이 무거운 것보다는 그렇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솔직히 인문학은 아니다.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나, 그 책들이 모두 인문학 서적인 것은 아니고(소설도 좀 포함되어 있으나 가장 많은 분량은 에세이, 그 중에서도 잡다한 사변에 가까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하지도 않는다.

 

인문학 분위기를 풍기는 테마도 간혹 있으나, 애초에 '學'을 붙일 정도로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신변잡기에 대한 이러저러한 사변을 늘어놓았다. 보다 후하게 평가하자면, 다소 감각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 신변잡기에 집중된 수다, 정도가 되겠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인문학'이란 성찰의 과정이거나 결과가 아니라, 그저 시대적 화두를 반영한 제목에 불과하다. 저자는 인문학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시켜 적용했거나, 내용에 과도한 의미 부여하여 너무 큰 제목을 만들었다. 여기에 대한 지적은 감수해야 마땅하다.

 

 

다만, 감상적 전락의 가능성이 농후한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가 가치를 가지는 것은 '밤'이라는 시간, 그리고 그 확장형으로의 '술집'이라는 공간의 힘이다. 이미 수많은 예술가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밤은 감성으로 충만한 시간이고, 술 혹은 술집은 감성을 발산하는 공간이 아니던가.

 

이러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라면 가벼움은 더욱 힘이 세진다.

맞다. 가벼움은 진정으로 힘이 세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밤이라면 정녕 그러하다.

 

더구나 친구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해준다면 밤과 술의 효과는 더욱 세진다.

 

스펙이라고 불리는 경력은 예방접종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일을 해보면 예방접종보다는 오히려 반창고나 빨간약이 더 필요합니다. 범퍼카처럼 좌충우돌하고 깨지면서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p.87.

 

때로는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때로는 세태를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의 어법은 위안이다.

세상살이를 힘들어하는 친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한다.

괜찮아, 힘내, 할 수 있어! 

실컷 수다를 떨고나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뚤리는 것처럼.

 

그래,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지 못하고, 고민을 해결하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수다가 그러한 것처럼.

 

하지만 

가볍게 나누는 수다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삶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는 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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