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 2011 제1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한국소설을 읽는 일이 어려워졌다.

특히 단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아무래도 흥미로운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갖춰져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한국소설의 주요 장르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단편 중심 구조로는 더 이상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아직 아이디어에 불과하지만, 보다 충실한 고민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 《2011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주목되는 현상은,일상여행이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일상의 문제에 천착한 작품들은, 한없이 무겁다. 일상이란 표현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 일상성에 깊이 함몰되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힘들고,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재미가 부족하다. 물론 결국에는 균형잡기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집에 수록된 이 부류의 소설은 대부분 그러하다.

도드라졌던 작품은 김이설의 <부고>, 정미경의 <파견 근무>, 그리고 윤성희의 자선작 <하다 만 말>. 나머지는, 뭐, 글쎄.

 

여행은 요즘의 소설가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찾아내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찾아낸 이야기도 언젠가 같은 방식으로 탕진되어 버릴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가능하다. 

주목되었던 작품은 성석제의 <남방>과 박형서의 <아르판>. 나머지는 뭐...

 

결과적으로 가장 주목되었던 작품은 <아르판>이었다.

능란하게 설정을 만들어내는 힘이나, 소설 자체에 대한 주제의식 등은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단편 형식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작가가 제시한 주제가 가치를 가지려면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인데, 그렇다면 아무래도 장편에 적합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 단편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또 하나,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는 최윤의 심사평과 유사하다.

본심에 올라온 후보작들은 다채롭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빨리 읽힌다. 작품 모두 나름의 고유한 강점이 있고, 작가의 영역에서 일정 수준을 갖춘 작품들이다. 동시에 자주 일, 이 프로 부족함도 감지된다. 대체적으로 단편의 기능이 변모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다소간 사소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느슨해진다. 확실히 글 솜씨는 능란하다. 그러나 울림의 진동이 약화되었다. - 최윤, <변모하는, 아직 건재하는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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