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6 - 개정판, 영웅 헤라클레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토마스 불핀치 원작, 이광진 엮음, 서영 그림 / 가나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첫머리에는 아래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  

 

물론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옛이야기를 원작으로 제작되는 만화영화(를 비롯한 각종 문화콘텐츠) 작품에서
변형, 훼손, 오류 등등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러니 이런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이 주장하면서, 마치 자신은 원작에 가까운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만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원작을 보는 것이 더 좋지. 원작을 알아야 그 작품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어. (…) 허허, 성질들이 급하군. 그렇다면 진짜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해 주지. - p.12.
 
   

 

이런 주장에는 '원작'이란 고정불변의 텍스트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신화를 포함한 모든 옛이야기에는 원작이 없다. 있을 수 없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몇몇 작가들이 신화를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이 후대에 전승되는 과정에서 마치 원전인 것처럼 대우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원작'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중의 일부를 기록자가 선택해서 문자로 정착시켰을 뿐이다.  

그러니 각색 이란, 옛이야기의 전승과정에서 모든 매체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꼭 만화영화라고 해서 "아주 많이 고치는 편"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이 작품에 다루는 헤라클레스 이야기 또한 전해지는 모든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고,
그 내용을 변형시킨 부분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잘못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기록을 전승하여 후대에 남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야기의 핵심과 주제를 잘 파악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또한 가치 있는 일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을 떠나 경계해야 할 일은,
스스로 변형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잘못되었다는 태도,
그리고 창작을 전승과 혼동하는 태도, 등 일 것이다.  

창조하라.
그것이 신화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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