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지. 당신이 떠난 날이.  

나는 군대에서 발목까지 쌓인 눈을 치우고 있었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내가 걷어낸 눈뭉치 밑에서 새파란 싹이 하나 자라나 있더군. 
한 겨울에 피어난 그 작은 생명이 처연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한참이나 그 앞에 서있었어. 

그때 노래가 흘러나왔지. 당신이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난 눈물을 흘렸어.  

http://j.mp/gojgj5   

 

많은 시간이 흘렀지.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고, 조금씩 퇴색되어가는 꿈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럼에 이렇게 나는 살아왔지. 당신이 떠나버린 세상에서. 

아주 오래 전, 내게도 새파란 싹처럼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 가물가물해.
하지만 가끔씩 생각하곤 하지.

당신의 노래가 들릴 때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든 당신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한참 욕설을 내뱉은 뒤에, 그래도 살아야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중얼거릴 때면. 

그래, 그럴 때면 난 살고 싶어. 미안하게도.
그 겨울, 하얀 눈덩이 아래에서도 있는 힘을 다해 자라나던, 바로 그 싹들처럼 말이야. 

당신은 내게 말했지. 일어나라고, 다시 한 번 시작하라고. 

고마워. 그래서 나는 살아가고 있어.
당신이 떠나버린 이 세상에서.
 

광석이 형 ---
개인적인 친분은 하나도 없었는데, 나는 당신을 이렇게 부르고 있어. 

그렇게 형이라고 부르면,
당신은 빙긋 웃으며, 내 빈 잔에 소주를 채워줄 것만 같거든. 

그리고 다시 속삭여 주겠지.
일어나. 그리고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http://j.mp/hy3hEO  

당신이 말했지.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버린다고. 
그래서 형도 일찍 떠나버렸겠지? 

그래, 알았어.  
다시 시작할게. 일어나서, 또 한번 도전해볼게.  

눈 속에서 피어난 싹이, 자라고, 꽃을 피울 때까지.
다시 시작할 거야.  

당신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당신이 내게 속삭였으니까. 

 

- 지금 곁에 없지만, 추억 속에 영원히 있는 김광석 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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