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트헨과 안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9
에리히 캐스트너 글, 발터 트리어 그림, 이희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동문학은 이야기의 재미와 교훈이 함께 뛰는 이인삼각 경기와 같다.  
정도와 경중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어느 한쪽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이 아동문학의 운명이다.  

이 작품 <핑크트헨과 안톤> 역시 마찬가지.  

일단 핵심적인 교훈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 넘는 우정'이다.
타당하고, 탁월하다.  

문제는 이런 교훈을 드러내는 방식, 즉 스토리텔링일 것인데,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이렇게 사슬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야기는 나름대로 전개하면서, 작가의 말을 통해 교훈성을 직접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방해될 수밖에 없다.  

가치를 평가하기 전에, 이야기방식 그 자체로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제시되는 이 작품의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용기는 냉정한 상태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어떤 의시가 자신이 발견한 해독제의 효능을 확인하려고, 생명에 지장을 주는 박테리아를 자신에게 주사하고, 곧이어 그 해독제를 접종했다고 하자. 이때에 그 의사는 용기를 보여 준 것이다. 극지방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 개 썰매를 몰고 북극으(p.69)로 떠나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다. 피카르트 교수가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성층권까지 기구를 타고 올라간 것도 역시 용기 있는 행동이다. (…) 주먹만으로는 용기를 증명할 수 없다. 용기를 증명하려면 머리도 필요하다.(p.70)

 
   
   
  우리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을 때면 늘 이렇게 하셨다. 먼저 처음 스무 페이지를 읽고, 그 다음에 마지막 부분을 읽고, 다시 중간 부분을 대충 훑어 본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정식으로 책을 붙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가셨다. 왜 그러셨느냐고? 느긋하게 소설을 읽지 못하고 끝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야 했거든. 여러분은 절대로 그런 습관을 들이지 말도록! 만약 벌써부터 그런 습관에 길들여 있다면 다시 고치기다, 알았지?
그건 크리스마스를 두 주일 남겨 놓고 엄마 장롱을 몰래 뒤져서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미리 알아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p.80) (…) 장롱을 몰래 뒤져서 두 주일 전에 미리 선물을 발견해 버리면 여러분은 진정한 기쁨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깜짝 놀라는 척해야 하는 부담만 지게 된다. 사람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호기심은 기쁨을 죽여 버린다.(p.81)
 
   
   
  살아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벌을 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라. 대신에 어른이 되어 세상이 좀더 나아질 수 있도록 애쓰면 된다! 어른들은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에 실패했다. 그러니 여러분이 우리 어른들보다 더 공정하고 성실하고 올바르고 현명해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한때에 낙원이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못할 일은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다시 그런 낙원이 될 수 있다. 하지 못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p.1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