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심야식당
호리이 켄이치로 지음, 아베 야로 그림,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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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적해야 할 부분은, 이 책은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라는 점이다.
비슷한 북디자인과 편집 때문에 만화로 착각한 이들도 제법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만화가 아니다, 만화 <심야식당>에 나온 음식을 소재로 삼아 작성한 에세이이다.  

태생은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이것을 잊지 말자.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 책의 저자는 호리이 켄이치로이지 아베 야로 가 아니다.
일부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에세이라도 아베 야로의 것으로 착각한 독자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러했다.

이 역시 분명히 밝힌다. 아베 야로가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의 책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하게도 호리이 켄이치로 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구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인물이다. 책에 수록된 소개는 이렇다.  

교토 출신의 프리라이터이자 칼럼니스트. 잡지 '주간 후미하루'에서 기발한 발상에 근거해 조사한 결과를 맛깔스럽게 글로 풀어 쓴 에세이 '호리이의 척척 조사'를 인기리에 연재 중이다. '뭐든지 조사하는 프리라이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톡톡 튀는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뭐, 이런 사람이라면 알려지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의 에세이 시장에 전문성 자체가 확보되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에세이는 작가, 문필가, 유명인사 등이 취미삼아 집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적지 않은 글들은 대필(代筆)된 것이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에세이들은 대부분 저자의 신변잡기, 시사문제에 대한 단산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은 그 때문이다.

요컨대 전문적인 테마를 갖춘 수필이 창작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물론,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르포르타주(reportage) 속칭 '르포'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 형식은 대중화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어렵고, 딱딱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전문 에세이, 그리고 전문적인 에세이스트가 차고 넘치는 일본의 현실은 부럽기만 하다.
더구나 대중이 손쉽게 공감할 수 있는 테마 에세이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글은 명백한 한계를 가진다.
바로 이 책이 그러하듯이, 애당초 이런 식의 글은 일본이라는 문화의 바운더리를 벗어나면 쉽게 이해될 수 없다.  

난삽해 보이기도 하고, 실없는 소리만 지껄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게 있어서 이런 글의 형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미 몇몇 작품을 접했기 때문이다. 

<야구장 습격사건> http://blog.aladin.co.kr/rahula/3797858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http://blog.aladin.co.kr/rahula/3992137
<오! 수다> http://blog.aladin.co.kr/rahula/2963059

흔히 문학이 독자를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대중과 괴리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미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이는 내용의 문제도 있지만, 글쓰기 방식이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
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 방식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에세이, 이것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http://blog.aladin.co.kr/rahula/3689544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한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시도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실패가 없이는 성공 또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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