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기획법 - 한수 위의 기획
김재호 지음 / 이코북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기획은 돌파(突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 기획은 당신 앞에 놓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다. 기획은 당신이 이전에 이루었던 성과나 목표, 결과의 수준을 뛰어넘게 해준다. 기획은 상황을 반전시켜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 p. 13.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이것이다. ‘기획’의 개념을 보다 분명하고 실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실증은 미뤄두고 관념적인 이론만 늘어놓거나, 개념 정립은 도외시한 채 사례 나열에 급급한 책이 범람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설정의 의미는 보다 선명해진다.

내용 중에도 언급되지만, 기획이란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활동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기획이 되기 위해서는 분석력아이디어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분석력은 이론에 해당하고, 아이디어는 실증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기획법에 대한 좋은 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러한 조화의 실천적 형태가 바로 위의 인용에 제시된 ‘돌파’라는 표현이 될 것이다.

(※ 물론 ‘돌파’가 저자의 독창적인 표현은 아니다. 히비노 쇼조의 <돌파의 사고력>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하다. 하지만, 뭐 저자는 스스로 인용이야말로 ‘창의적 기획’의 한 방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 책 역시 완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에 출간된 기획/마케팅/광고/경영 서적들보다는 균형이 잡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요컨대 ‘돌파’와 같은 다소 전략적인 카피라이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책에는 기존의 논의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래와 같다.  

* 성공하는 기획의 3가지 특징 (pp. 27-28.)
   - 성공하는 기획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 성공하는 기획은 문제 해결 지향적이어야 한다.
    - 기획이 성공하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 내용은 수많은 관련 자료에서 반복되었던, 지극히 타당하지만, 일반적이기 짝이 없는 정보이다. 물론 이런 정보라고 해서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보편적 가치의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심심할 뿐. 모범생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보편타당한 진리야말로 맨송맨송하기 짝이 없다. 지극히도. 

저자도 이런 사실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으리라. 아래의 내용을 구태여 설명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세상에 100%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것’이란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없던 100%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과 다른 새로운 것’이다. (p. 116.)  
   


맞다. 인용처럼, 세상에 완전하게 새로운 것이란 없다. 다른 것이 있을 뿐. 바로 그런 ‘다름’이 보편타당한 진리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가 된다. 즉, 얼마나 동시대적이면서도 타당한 예시를 제공하느냐가 기획법 관련 책에 독창성을 부여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 책의 강점은 빛난다. 저자의 풍부한 현장경험과 현실감각은 매우 적절한 예시를 제공했는데 ‘웅진코웨이’, ‘One Shot 018’, ‘삼양라면’ 등이 특히 주목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독소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반복되는 예시
: 좋은 이야기도 한두 번, 반복할수록 예시의 독창성을 떨어진다.

2) 부적합한 예시
: ‘두바이’와 ‘타이거 우즈’와 관련된 내용이 여기 해당한다. 물론 원고를 쓸 때야, 이들은 매우 적절하고 매력적인 예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 책이 인쇄된 것은 2009년 11월 5일, 발행은 11월 10일. 그런데 11월 26일에 두바이 모라토리엄 쇼크가 발생했고, 11월 28일에는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소식이 전해졌고 연이어 스캔들이 터졌다. 모델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어쩜 이렇게 운이 나쁠 수 있을까? 


2)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저자의 분석이 정확하지 않다는 뜻도 된다.

더구나 1)은 보다 복잡한 의미를 가지는데, 예시의 반복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가진 문제, 나아가 책의 체계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시의 반복 사용은 짧은 글들을 묶어 책으로 묶어낼 때 주로 일어난다. 두서없이 중구난방으로 발표된 글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처럼 한 챕터의 분량이 짧다면 그런 의심은 더 커진다. 물론 이 책의 경우는 그런 글쓰기 방식은 아닐 것이다. 각 챕터의 내용이 서로 긴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쓰기 방식을 구태여 선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더구나 현재의 구성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어, 각 내용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처럼 잘게 쪼개진 챕터들을 묶어 몇 가지 주제를 만들고, 각 주제들을 하나의 챕터로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훨씬 체계적으로 될 수 있었을 것을. 아쉽다.


평가하자면, 이 책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약점이 자꾸 거슬린다. 가능성이 있음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바라봐야 하는 안타까움. 그 감정이 남아 뒷맛이 쓰다. 보다 엄정하게 수정되고 보완된 개정판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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