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4 - 몽골 중국 티베트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이제야 읽었다. 다행이다.  

만일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무렵에 읽었다면, 그 느낌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당시에는 아직 해외여행의 경험이 많지 않았고, 외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그러했기 때문에 낯선 곳에 열망이 가득했으니 

이 책의 내용을 열광적으로 찬양하거나, 욕을 하거나
두 가지 중에서 어떤 행동이라도 극단적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비야라는 여행가(적어도 이 책을 썼을 때에는 여행가였던)에 대한 평가도 그래서 극단적이다.

보편적 가치를 벗어던지고 낯선 (1998년 당시로서는 더더욱 낯설었을) 땅으로 찾아들어가는
그 삶의 방식에 동경과 찬사를 보내는 부류와  

여행을 미화했거나 신변잡기식 자기자랑이 많고,  
해당 지역의 상황을 편협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부류, 

이들은 서로 완전히 다르게 보이지만,
둘 다 한비야라는 여행가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맞다. 적어도 이 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한비야는 과대평가되어 있다.

그녀는 여행가이다. 적어도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아직 그러했다.  
냉철한 이론가도 아니고, 전략을 구사하는 사회활동가도 아니다. 
 

그저 여행가일 뿐이고, 낯선 땅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니 다소 과장되어 있고 호들갑을 떠는 듯한 문체나, 
중간중간 느껴지는 자기과시,
탈식민주의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끝내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각 등등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보다 아량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
저자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그에 대한 순결한 열망 
-- 그렇기 때문에 다소 무모할 수도 있지만, 매우 강력한 그 열망, 을 품고 있는 이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그녀가 이 여행을 통해 얻었던 아이디어들,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 번뜩이는 사유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후 저자의 행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열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바로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다.  

 

p.s. 그와 관련된 부분을 하나 인용하고자 한다. 한비야 씨가 꾸준하게 제시하고 있는 '공동체로의 지구'의 개념이 이 책에 등장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이제 너무나 좁아져서 한쪽에서 그릇된 일을 하면 단박에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양쯔강이 범람한 원인과 결과가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억의 이재민을 낸 홍수의 원인은 다름아닌 일본으로 수출한 나무젓가락이었다. 그것을 만드느라 무리하게 나무를 배어낸 것이 홍수의 큰 원인이 된 것이다.
  그 홍수는 또한 한국의 밥상에 올라오는 생선값을 뛰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범람한 물이 한꺼번에 황해로 몰리는 바람에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져 고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일본의 나무젓가락과 양쯔강의 홍수와 한국 밥상의 생선값. 이제 전세계는 이와 같이 환경적으로 하나로 얽혀 있는 것이다. - pp.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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