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여대생 - My Mighty Princ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집착과 오해가 영화를 망치다
 
   

  

  집착은 무섭다.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해는 무섭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의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멋대로 세상을 구분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집착과 오해가 결합되는 경우이다. 바로 이 영화 <무림여대생>처럼. 

 

  먼저 오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곽재용 감독은 '무림(武林)'이라는 용어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따위 대사를 뱉어내기 쉽지 않다.
   "차력은 모든 무술의 기본이야." (0:23:00)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인물이 영화 속에서 대한민국 무림의 4대 고수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협의 명작을 몇 권만 읽어봤어도, 고수에게 이런 망언은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무술도 아니고 무협과 차력을 동격으로 놓다니…….
  물론 설정을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여주인공이 차력동아리에서 활동하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대학교에 '차력동아리'라는 설정, 이것부터 억지이지 않은가?

  아무리 퓨전이라고 해도, 엄연히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이 작품은 그 선을 넘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무지했기 때문이지.

   

  감독의  무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무림여대생이 짝사랑하는 선배도, 그녀의 무술동창생도 반복해서 말한다. 
  - 너 운동했니? 
  - 운동 다시 시작하자.
  

   물론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야 그럴 수도 있겠지.
  사전적 의미에서 '운동'이란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말이야. 
  이건 뭐, 무림이 조기축구회나 스포츠댄스 동호회도 아니고 말이지…….  

 

  작품에 나타난 '무림'의 개념을 정리하면 요렇다.  

 무림 : 무협의 세계 = 차력 = 운동 

  문제는 이 공식의 등호가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이렇게 고쳐야 올바르다는 것이다.  

 무림 : 무협의 세계 ≠ 차력 ≠ 운동 

  

  왜 이런 오해가 일어났을까?

  감독의 생각이나 작품의 제작과정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무림' + '여대생'이라는 아이디어가 (나름대로 참신할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발전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잘못된 확대발전을 이끈 요인은 감독의 '집착'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빛나는 시절에 대한 집착.
  이는 대략 두 작품으로 요약되는데,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이 그것이다.   

  이 작품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엽기적인 그녀>와 관련 

  • 반복해서 제시되는 버스기사 아저씨는 <엽녀>의 독수리 오형제 아저씨(들)을 연상시킴 
  • 무림여대생의 폭음과 술취한 친구들 처리하는 방식은 엽기녀의 주사에 대한 변형  
  • 차태현의 등장 ; <엽녀>와의 직접적인 연결 

 <클래식>과 관련 

  •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나기' 장면 : 이제 이것은 곽재용표 클라세가 되어버린 듯. 마치 오우삼과 비둘기의 관계처럼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과거에 대한 집착을 끊지 않고서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이것은 모든 예술에 통용되는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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