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도실록 1
이대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너의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만화의 약점은 스토리, 정보, 그리고 상상력이다.  

  이것들은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가지로 묶인다.  

  스토리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정보의 힘을 통해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이대희의 만화 <율도실록> 역시 상상력은 참신했지만, 스토리의 힘이 부족했다.  

  이 작품의 상상력은 "뉴웨이브 홍길동전"이라는 부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매우 참신하다

  고전 홍길동전을 재해석했다는 점도 주목되지만,   
  그러한 도술을 가진 인물이 21세기 현실에 나타났다는 설정, 
  그리고 율도국 인물들 간의 권력싸움이라는 절정 또한 흥미로웠다.  

 

  문제는 참신한 소재들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스토리가 익숙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 

  소년에게 신기한 힘을 전해주는 인물이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여성캐릭터라는 점이나,  
  율도국 인물들이 도술의 힘으로 만들어낸 병사들이 좀비형 괴물이라는 점,  
  율도국과 본국의 전쟁, 그로 인한 일본 내각의 대응(이 부분은 특히 <남벌>류에서 너무 익숙하게 보았던 것들이다) 등등 

  <홍길동전>의 소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특히 스토리와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다른 작품들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외에도 이야기 배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이야기는 1~2권에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소년이 자신의 숙명을 인식하고 힘을 받아들이길 결심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3~4권에서 율도국 잔당의 야심과 투쟁, 그리고 몰락이 급박하게 제시된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스타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결말의 급박함은 매우 치명적이다.   

  승승장구 세력을 넓혀가던 율도국의 우두머리는 미치광이가 되고,  
  그를 따르던 참모 중 하나가 그를 배신하고, 
  율도국의 수호령들이 갑작스럽게 풀려나서 주인공을 돕고(그것도 결전의 순간에!), 
  결전 끝에 주인공은 죽어버리고. 

  이러한 큰 사건들이 겨우 몇 페이지에 걸쳐 후루룩 제시될 뿐이다.(제4권, pp.142-165.) 

  게다가  이 모든 일이 꿈,
            주인공이 수업시간에 잠을 다가가 꾼 꿈이었라는 설정은 식상하기 짝이 없다.   

꿈 속의 인물이 모두 현실의 주변 인물이라는 설정 또한 식상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지훈 : 홍길동의 후계자 - 문제아
건우 : 율도국 수장 - 학생주임   
고지로 : 율도국 반란세력, 건우의 부하 - 학생과 체벌 담당 선생, 건우의 부하
아롱 : 수호 여시종 - 학교 체육선생님 
은지 : 여동생 - 좋아하는 동급생

 

 

 당  근  ☞ ☞  ☞
  • 매우 참신했던 시도, "고전의 재해석"은 항상 필요한 작업! 
  • 홍길동을 문제아나 의적이 아니라, "율도국의 왕" 즉 권력자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시각 
  • 무술+판타지는 현재에 제법 잘 어울리는 소재(특히 만화에서) 


  

채  찍 ☜ ☜ ☜ ☜

 

  • 지극히 익숙한 스토리텔링 : 여신물+무협물+학원물… 후반부엔 가상역사전쟁물?   
  • 홍길동답지 못한 홍길동 "구태여 홍길동이 아니라 닌자라고 해도 통하겠단 말이지"  
  • 지극히 유치한 권력 다툼 "세계를 위험에 몰아넣으려면 좀더 고민을 하시게나"
  • 인문학적 정보와 상상력의 부재 "이제 만화도 공부해서 그리자" 
  • 꿈(夢)의 안일한 사용


  

★   

 

이제, 문제점은 대략 정리되었다.  남은 것은 극복방안이다.  

 

우선 다음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토리텔링을 담당할 전문 인력의 육성  
   

 

만화는 엄연히 그림+글의 예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림'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이는 만화 창작작업이 분업화되지 못한 탓이다.  

이제 우리 만화도 그림 전문 인력과 스토리 전문 인력을 구분하여 육성하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작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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