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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지쳤을 때, 그와 함께 몸이 지쳤을 때,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좋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자기최면을 거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야 말로 타당하기 짝이 없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는다.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내용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만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잠시 잠깐 잊고 있었던, 새삼스러운 진리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침형 인간>역시 새삼스러운 진리를 다룬 책이다. 늦잠 자지 말고 일찍 일어나라!”이야말로 동서고금의 변함없는 진리이자, 부모님들의 단골 잔소리가 아니었던가?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잔소리에서 단 한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작자는 책의 처음부터 다소 과격한 사례를 들면서 잔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옆집 아이들은 말이다……”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이런 잔소리가 대중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맞다. 사실이다. 이제 좋았던 시절은 지나가버렸다. 우리 세대는 이전 세대가 경험한 것 이상의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어쩔 수 없다. 그것이 하필이면 이런 시대에 일상을 가꾸면서 살아가야하는, 우리 세대의 운명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단지 이 시대에 부합하는 내용을 다룬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 그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이 책을 사고-읽고-동감하는 우리들은, 이 땅에서 직업을 가지고 혹은 가지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쩌면 잔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위험하고 고단한 시대가 아닌, 먼 옛날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어린 시절에 부모님에게 들었던 그 잔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아침형 인간>이라고 되어 있지만, 11시 취침 5시 기상을 주장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새벽형 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 이런 시간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아마도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중시하고, 우리보다 덜 과격한 술자리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식 생활에 적합한 주장일 것이다. 우리야 밤 11시에 집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힘든 나라가 아니던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침형 인간>이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적인 특성상 밤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그런 경우라면 규칙적인 하루를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 상황에서는 최선일 것이다”(p.29.)라는 부분이 그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이 어떻게 동일한 패턴으로 살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런 주장은 다소 힘들었던 삶의 국면에서 잠시 쉬어가는 오아시스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아시스가 아무리 많아도 길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터, 결국 걸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이미 아침형 인간과는 다른 저녁형 인간에 관련된 책도 나오고 있으니,<퇴근 후 3시간>(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해바라기)라는 책도 같이 읽어본 뒤에, 자신이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를 파악해보는 것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