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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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색창연함이 주는 아름다움을 모른다. 아니 모르도록 강요받았다. 새로운 것이 주는 막강한 힘, 그 현란함과 속도감은 우리에게서 옛날 사람, 낡은 물건의 아름다움을 빼앗아갔다. 새로운 것은 곧 권력이고 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문화재를 보호하기 보다는 새로운 빌딩을 올리는 일에 열광하고, 전통적인 것을 되살리기 보다는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는 일이 급급하다. 그러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것들도 결국에는 옛것이 되고 만다는 진리를.

이런 사조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우리 문학에서 작가는 단명을 하고 만다.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오는 젊은 작가들에게만 집중할 뿐, 묵묵히 옛것을 반추하는 늙은 작가들에게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없었다면 어찌 새로움이 있을 수 있었을까?

박완서는 분명히 낡은 작가이다. 생명적인 나이를 보든지,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를 보던지,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을 보던지 어떤 부분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작가 박완서를 돋보이게 만든다.

맞다. 나이를 건너 뛰어, 시대를 건너 뛰어 소통을 할 수 잇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완서는 그런 작업을 그치지 않고 있다. 그것도 요즘의 세태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면서. 결코 그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바로 이것이 그에게 붙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끄럽지 않게 많드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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