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마 클럽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이런 작품을 접할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폭넓고 광범위한 문화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 신화/전설과 신비술을 수용하여 전통의 일부로 삼은 작품들, 감춰진 역사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을 시도하는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의 바탕에 깔려있는 문화적 자부심과 오만.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주눅들게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감정을 '문화의 변방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으로의 부끄러움'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은 게을러 빠진 우리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우리에게도 분명히 저들과 같은 빛나는 유산들이 존재한다. '문화의 변방'? '문화의 불모지'? 이런 말이야말로, 저열한 패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없는 것은 노력뿐이다. 자신의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려는 노력, 그리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여 재생산해내려는 노력,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

사실, 작품 자체는 그리 대단할 것이 없었다. 이미 익숙한 추리소설의 구조에 고서학(古書學)과 악마학(惡魔學)의 옷을 입혔을 뿐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인물도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에서 자주 보았던 인물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래의 인용에 나타나는 것처럼, 책과 독자의 관계에 대한 번뜩이는 몇 개의 구절이었다. 그러나 좋은 구절 몇 개만으로 작품이 가치를 가지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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