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작가정신 소설향 23
신이현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지금은 '내가 가장 예뻐'야 할 때라는 자기도취와 그러나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나는 이미 '예쁘지 않다'는 자기혐오. 얼핏 보면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 성장에 대한 변명.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성세대를 욕하다가 결국 기성세대를 닮아가는 것.집안이 어려워지자 방황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나마 제법 잘사는 축에 들었기 때문이다. 원조교제를 하고나서 자신을 더럽다고 느끼는 것은, 순결에 대한 집착이 있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꿈을 잊지못하는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주인공 스스로가 낭만적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행하는 모든 방황은 뒤집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점이 바로 변명이 되는 것이다. 여지가 없는 곳에서는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변명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의 종말은, 원조교제를 한 뒤에 여관에서 나오다가 남자친구의 칼에 찔려 쓰러지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장면인데, 주인공과 원조교제를 하는 점박이 아저씨는 타락한 현실의 상징이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스케이트보드에 미친 현실을 보르는 이상/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일본의 여류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있다. 이 시는 꿈의 칼날에 찔려 피를 흘리지만, 끝내 현실의 단맛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주인공에게 바쳐지는 노래이다. 나는 특히 내가 가장 예뼜을 때 / 나는 아주 불행했고 /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 나는 무척 쓸쓸했다라는 구절에 주목한다. 이 구절이 작품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지만, 불행하고 얼빠져있고 쓸쓸한 성장기. 혹은 예쁘기 때문에, 불행하고 얼빠져있고 쓸쓸해야 하는 성장기. 결국, 모든 성장은 아픈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이제 넋두리도 끝낼 때이다. 이 작품의 정점은 바로 이러한 성장에 대한 인식에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대로 이 작품의 한계가 된다. 죽음을 택하고 말았다는 것. 그것은 끝내 어른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어른이 되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아프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장은 누구에게나 아픈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살아있으므로. 우리는 온전하게도 살아있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