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군화 - 한울사회문학시리즈 1
잭 런던 지음, 차미례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8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이 가지는 사회적인 가치는 대단하다. 또한 SF소설로서의 흥미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그것은 바로 '재미'이다. 소설이 아무리 대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장르적, 혹은 기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설의 기본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시간의 압제를 견뎌내고 빛을 발하고 있다.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많은 책들이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도 경쾌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흥미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작품의 내부에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지적될 수 있는 이유는 과도하고 일방적인 설명이다. 물론 설명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흠이 될 수는 없다. 어떤 책이든 등장인물의 의도(혹은 작가의 의도)가 설명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주장'으로까지 이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이 작품의 많은 설명들은 많은 부분 주장에 닿아있다. 특히 사회주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대부분이 주장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동감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방적인 주장은 공감의 유무와 상관없이 버거운 법이다.

다음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일방적인 선악의 대립이다. 인간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은, 분명한 폭력이고, 파시즘적인 논리이다. 동지 아니면 적,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미워하는 사람. 이 작품도 이러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은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두고 있는 작품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류이다. 왜 이리도 다양한 인간들이 그러한 두 가지 유형으로만 나뉘어져야 하는가? 이 작품은 압제에 대한 저항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또 다른 압제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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