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215
서정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5월
평점 :
품절


현실의 비현실화. 이 시집이 가지는 힘은 이 문장으로 압축될 수 있다. 현실을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이것이 힘이 될 수 있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사건의 허점을 돌출시켜, 사물을 비틀어볼 수 있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은 힘이고 권력이다. 권력자들이 검열이라는 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힘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래, 그렇게 비틀어서 현실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보기 위해서 삐딱해졌는가? 싸구려 포즈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결과는 아니더라도 과정,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가?

방종은 통용되지 않는다. 책임질 수 있는 자유만이 용납될 뿐이다. 새로움이야 상대적인 가치일 뿐 언제까지고 새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 새로움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아직은 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그의 詩作이 계속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나는 아직 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