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최인훈 전집 4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소설가 소설의 결정판. 사실 최근에 나온 '소설가 소설'의 주인공들이 하고 있는 고민은 구보씨의 고민에 따라가지 못한다. 이것도 결국은 私小說이 될 것인데, 사소설이 위력을 가지려면, 그 주인공의 가진 이데올로기나 고민의 진폭이 한 시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와 하루가 모인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을 통해서 그 사회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는 寸鐵殺人의 경지, 그런 점에서 '소설가 구보'씨를 관찰하는 작가의 눈의 예리하고 다각적이며, 순결하다.

최인훈의 구보는 '南·北朝 時代'라고 표현되는, 분단상황을 살아가는 예술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구보의 고민은 분단상황에서 비롯되었고, 분단상황에 의해 중단된다. 이러한 점은 그만큼 그의 고민이 시대적 무게를 가진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 즉 박태원의 작품은 한번 비교를 해볼 가치가 있을 듯하지만, 주인석이 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는, 바로 위의 이유로 인해서, 비교할 가치가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비록 주인석의 구보씨가 90년대 산업화 시대의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려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식민지시대의 예술가(박태원)와 분단시대의 예술가(최인훈)의 초상에 비해서는 너무나 미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문학사에서 90년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분명하고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변화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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