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사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쇠락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분명히.
그래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감성을 가진 이들이 여기에 끌리곤 하지요. 자존감이 높은 시절에는 더욱 그럴 수 있고.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방식으로 말하면 타나토스, 즉 죽음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보다 본질에 가까운 설명은 이것이 아닐까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물론 인정합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참으로 힘들 겁니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 이 작품을 보다 날카롭던 나이에 읽었다면 다른 느낌이었을까요? 그러나 지금은 버겁습니다. 동감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자신을 훼손하는 입장보다, 그를 안타까워하는 입장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사라져 가는 존재가 풍기는 애잔함. 그것이 전부인 작품이에요.
이 분위기는 <석양>에서 더 잘 느껴집니다. 시대 배경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 패전 직후라는 시대 분위기가 아니라면, 이런 태도가 과연 먹혔을지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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