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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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하는 행위야 어디엔들 없겠습니까?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추리소설은 엄연히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익명성에 기반한 대도시가 형성되며, 복잡다단한 욕망을 이성이 응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유지되던 근대적 시공간에서 탄생했지요.

유럽에서 출발해서 미국으로 갔다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벌써 한 세기가 지났지만, 이런한 문화의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아니, 세상은 이미 변했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속도가 느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추리소설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제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참신한 작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되고 있어요. 그런데 유독 외국의 유행을 한국에 토착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습니다.


이 작품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설명하는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는 말도 그래요.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첫 사례. 이런 설명이 보입니다.
그런데 꼭 이런 개념을 가지고 와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꼭 그래야만 한다면, 인정. 토착화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아쉬워요.
범죄보다 소문에 더 주목한 탓에 추리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고, ‘다임개술‘, ‘외계인‘ 등의 주요 키워드가 너무 대화로 제시되며, 무엇보다 이야기가 본격화될 때까지 예열기간이 너무 길어요.

소소한 재미는 분명히 있는데, 추리 장르의 특징이 발현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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