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리뷰해주세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6월 어느날 페터 바이스의 연극 <마라, 사드>의 감동과 전율이 혹시나 공기 중으로 흩어질까 공연장을 나온 나는 숨을 한껏 들이쉰 채 하늘을 올려다 본다. 연극의 감동때문인지 서울의 탁한 공기마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공연장에서 보았던 현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의 등장까지도 이해가 될 정도로 어쭙잖은 아량마저 생긴다. <마라,사드>는 1808년 7월 13일에 15년 전, 그러니까 1793년 마라의 영면의 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드 사드의 연극이다.(혁명가 마라는 1793년 7월 13일 욕조 안에서 14일 프랑스 국민회의에서 연설할 원고를 쓰고 있던 중 샤를로트 코르데에 의해 암살되었다) 연극에서의 배우들은 샤량통 요양원의 환자와 수감자들로 이루어졌으며 실제로는 같이 있을 수 없었던 마라와 사드가 서로 혁명에 대해서 논쟁을 하기도 한다. <마라, 사드>의 극중극은 1808년 7월 13일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묘사한 것으로써 1808년은 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나폴레옹 1세로 집정한 지 4년이 지난 해이다. 이제 부르봉 왕조는 프랑스 혁명으로 무너지고 황제 치하에서 적어도 겉으로는 혁명의 슬로건이었던 자유, 평등, 형제애가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점이지만, 이 연극은 황제 치하에서도 민중의 처지는 크게 변한 것이 없으며 정체와 이데올로기는 기득권자들의 이익과 불이익의 문제인 것이지 민중들과는 큰 상관이 없음을 비판하고 있다. 2009<마라,사드>의 연출가 박근형은 "페터 바이스는 우리와는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그를 2009년 바로 이곳에 끌고 온 이유는 시대와 환경이 변해도 인간의 속성 속에 있는 그 무엇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했다. 연출가 박근형이 말한 것처럼 원작자는 20세기 초 독일에서 태어나 세계대전을 두번 겪고 한 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나라에서 살았다. 그럼에도 그가 써내려간 연극 속의 상황과 대사들은 소통의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한국 사회의 거울로써 섬뜩할 정도로 충분하다.  

 

너무나도 시기적절하게 6월에 대한민국에서 페터 바이스의<마라,사드>가 공연 되었고, 최규석의 <100도씨>가 출판되었다. 1987년 6월10일 아침 대한민국에서는 두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첫째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이 육사 11기 동기인 친구 노태우의 손을 치켜올려 권력승계의 절차를 밟은 '민정당 제 4차 전당대회 및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이었으니 잠실체육관에서 전두환과 그의 친구인 노태우가 두 손을 마주 잡고 만면에 웃을 띠며 자신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군중들을 앞에 두고 꽃가루 세례를 받고 있었다. 같은 시간 비록 정치색 종교는 달랐지만 '박종철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호헌철폐 범국민대회' 를 주최하기 위해 모인 민주헌법쟁취운동본부는 민정당 대통령 후보지명이 무효임을 선언하였으며 같은 날 저녁 6시에 사람들은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6월 항쟁의 막을 열었다. <100도씨> 작가 최규석은 항쟁의 막이 올랐을 때를 열번째 쳅터에 <100도씨>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100도씨의 뜨거운 열기는 노태우를 텔레비젼 카메라 앞으로 끌어냈다. 텔레비젼의 노태우는 직선제 개헌과 함께 구속자 석방과 김대중씨의 사면 복권을 골자로 하는 6.29선언을 발표하였다. 지금까지는 6월 항쟁의 사회적인 기록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100도씨>를 6월 항쟁의 개인적인 기록으로 본다면? 

가난한 노동자집의 2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영호. 어릴 적 영호는 반공 웅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반공소년이다.( 나도 반공소녀로 자랐다;;) 텔레비젼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을 욕하는 아버지 옆에서 영호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법관이 되길 바라시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공부하여 드디어 1985년에 대학생이 된다. 나쁜 사상에 빠진 친구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결심했던 영호는 텔레비젼 속의 시위자들이 빨갱이 폭도가 아님을 알게 되고 자신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 누나와 가족들을 생각해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자 한다. 하지만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권력이 빚어낸 현실은 영호를 더이상 방관자로 남겨두지 않는다. 또 한명의 개인적인 6월 항쟁의 참여자, 영호마더 장옥분여사. 산사람에게 밥 한끼 지워주었다는 죄목으로 부모를 잃고 아들 영호의 구속으로 전두환군사정권의 부당함과 비민주적 행태에 눈을 뜨고 어머니로써의 아들 응원을 넘어서(p.110~117은 최고!!)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한국의 민주화역사에 이름없는 참여자로 기록된다.이외에도 개인적인 참여자로 장남이어서 현장에서의 투쟁을 포기하고 같이 싸우지는 못하지만 같이 슬퍼해 주는 영호의 형, 산업체 부속고교에 입학해서 생활비를 버는 누나, 아버지... 뭐...딱히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가 있다거나, 급진적인 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날 1987년 6월 10일의 참여자들은 쳅터 10의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처럼 딱히 누구라고 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었을 뿐이다. 



100도씨의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었던 6월 항쟁이 있은 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2009년 대한민국의 민주사회는 1987년에 민주사회에 비해 과연 성장된 모습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2009년 6월 민중의 혁명을 주제로 한 <마라, 사드>연극은 공연되지만, 부당한 강제철거에 공권력과 공권력의 힘을 빌린 용역의 폭력이 버젓이 행해지고 노동자가 집단해고 되고 광장은 전경버스로 성을 이루고 일반시민들은 열을 이루고 이동하는 전경들때문에 거리를 거니는 것조차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내 앞에서 걸어가는 사복경찰 커플을 보면서 1987년의 백골단의 모습이 겹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오버랩인가.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1808년 프랑스, 1987년 대한민국과 마치 기름종이를 대고 따라 그리는 그림처럼 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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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는 봄 (반양장) 지만지 고전선집 157
프랑크 베데킨트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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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의 원작. 시대를 앞선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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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리뷰해주세요.
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
TIME 편집부 지음, 정상준 옮김 / 조선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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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 은 100쪽 분량의 얇은 책이다. 그 중에서도 쪽수의 약 40퍼센트가 짧은 기사이고 나머지는 오바마와 그의 가족들의 사진이다. 맘 잡고 읽는다면 1시간이면 완독하는 것은 충분하다. 기사의 내용들도 질적으로 형편없다고 볼 수 없으며, 사진들 또한 평범한 구도를 벗어난 색다른 것도 많아 설령 기사에서 따분함을 느꼈더라도 독서가 지루해짐을 막아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점의 별이 적은 이유는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조선북스'의 탓이 크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선북스'의 모기업은 '조선일보'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보수 언론사 조선일보가 미국의 대표 진보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와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의 라이프 스토리 책을 출판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한국 정치판에 비유하자면 조선일보가 故노무현전대통령의 라이프 스토리를 엮었다는 것인데...100년 후에나 가능한 얘기 아닌가 싶다. 설령 '조선북스'가 정치색이 없다고 해도 강경보수언론사인 조선일보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그 모양새가 우스워짐과 함께 이 책의 가치를 낮게 했다는 생각은 버릴 수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그것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도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1923년 미국에서 창간된 TIME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해설지이며 오랫동안 온건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를 반영해 오다 1970년대에 들어와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소한 조선일보가 이러한 길을 걸어왔다면 나는 별점의 별을 하나 더 주었을지도 모른다. '조선북스'가 아니었다면 최소 별 4개는 주었을테지만, 별 3개는 '조선북스'가 깎아 먹었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 그림이 많다 - -;;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오바마 당선됐을 때 여기저기 많은 곳에서 라이프를 보여줬으니 구지 안 읽어 돼요. - -;;  그래도 오바마의 다른 면을 보고 싶다면...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22 오바마는 최근 미국 정치계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청중들의 지적 능력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p.77 "......사람들에게 참여를 부탁할 때 비누를 팔듯이 매달리지 않고 '이건 당신의 선거운동이고, 당신이 주인이며, 당신만이 운영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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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안내

*서평단후기-언젠가 책꽂이를 쭉 살펴보니 제 독서경향이 눈으로 보이더군요. 문학이 압도적이었고 제가 성장소설, 일본소설을 편애하고 있더군요. ㅋㅋ 평소에는 인문사회학에 관심이 많고 독서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생각만 있었지 독서실천을 안했더라구요. 알라딘 인문사회과학 서평단 활동은 저의 독서편중과 편애를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서평대상 도서들 중엔 정말이지 취향이 아닌 책들도 있었지만 되도록이면 받은 모든 책을 완독하고 리뷰를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리뷰기한을 넘은 게 많더라구요. 그리고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책도 있고요. 그런 책은 천천히 읽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양한 책을 읽을 기회를 주어서 좋았지만, 출판사가 제공한 도서권수가 부족하여 명단에서 제외된 적이 있었는데 왠지 모를 섭섭함이 몰려오더라구요. 부족한 수량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1~2권 정도는 알라딘에서 조금만 배려해 주신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과 그게 여의치 않다면 제외이유를 먼저 밝혀주시면 소통의 착오도 줄어들지 않을까합니다. 마지막으로 <불멸의신성가족>을 가제본으로 받고 책이 좋아 출판되면 구입하려고 했었는데 나중에 출판된 책이 와서 선물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역시나 사람은 사소한 것에 희비를 느끼나 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면서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있을 때 고병권의 실천적인문학의 주장과 실천은 신선한 일침으로 기억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  pp.145~146 '생각한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할 수 없음'이란 '다르게 생각할 수 없음'이다. 또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가진 생각, 내가 빠져 있는 생각은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 관성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생각'은 '갖는'게 아니라 '낳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며 산다'고 할 수 있다.

 

*내맘대로 좋은책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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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을 리뷰해주세요.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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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람으로서 내부고발자적 냄새가 나지만 법조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과 법조계의 반론 사이에 존재하는 극명한 견해차이에 대해서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인지 궁금하여 양적연구가 아닌 질적연구(구술자 면담, 분석, 텍스트화)를 통해 대한민국 법조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우선 등장하고 있는 23명의 구술자들을 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 직원, 법원 국장, 신문기자, 경찰 간부, 대학원생, 건강식품대리점 운영자, 등 다양하다. 이들 중엔 변호사와 의뢰인 소개하면서 신성가족의 제사장이라고 생각하는 브로커도 있고, 법의 혜택을 받은 사람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만의 세상-타자,미지의 세계 

먼저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선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변호사를 100% 신뢰하지 않고, 변호사 선임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생각한다. 법률문제에 직면했을 때 '포기=지혜'라는 공식을 확신하고 문제를 공론화해봐야 개인적으로 입을 경제적, 시간적 피해가 크다고 보고 송사는 피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약자편에 불리한 구조로 대부분 서울대, 연고대 출신의 소수 배타적인 지배계급이 현법조계를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인맥확보 연구 결과로 볼 때 일반인들이 법조인을 알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실제로 법조계 인사와 인맥을 형성한 사람의 비율은 14.2%이고 그 반대의 입장은 85.8%로 사법은 일반인들에게 전적으로 타자의 세계, 미지의 세계로 자리하게 되었다.

우리들만의 세상- 패밀리 형성

당사자들인 판검사들은 어떨까?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치는 어떠하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성가족의 일원이 되기위해선 반드시 사법시험을 패스해야 한다.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모두 동등한 위치의 법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서열과 기수에 따라 상하구조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최고의 엘리트들은 법원행정처에 발령되어 보장된 성공의 길로 접어든다. 또한 사법연수가 끝난 후 스승과 제자 혹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빗댈 수 있는 도제식교육을 통해 재판기술, 세계관등을 전수받고, 일상에서까지 상하관계를 연장하여 불복종은 꿈도 꿀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에 지나치게 전관을 예우하게 되었으며 관행적 실비에 무감각화 되었고, 전관변호사가 형성한 평탄을 두려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충격적인 것은 현판검사들이 실비관행, 골프접대, 폭탄주문화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돈, 골프, 술 이 모두가 그냥 '거절 할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뿐 비판적인 사고는 시도조차 없으며 비리정도가 아닌 청탁은 재량껏 들어줄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실망감과 좌절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거절 할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 이유로 지금의 전관변호사들의 모습이 10~20년 후의 현판검사의 모습, 즉 판검사가 결국 변호사를 하게 되어있는 법조계의 구조때문이라고 말한다.

브로커의 세상 - 신성가족의 제사장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법조인사들은 다 알고 있으나 경찰이 수사를 하면 좀처럼 잡기 힘들다는 브로커들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라고 했던 면담자는 이를 의아해했다. 법원, 검찰 전현직 공무원, 경찰, 법무사, 세무사, 관제사, 대형로펌의 고문 등 매우 다양하며 서초동에 널리고 널린 것이 브로커라고 하는데 정작 수사를 시작하면 잡히는 브로커는 없단다. 신기하긴 신기하다.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브로커가 생긴 이유는 사건 의뢰인이 없으면 변호사사무실 유지 불가능이라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의 절박성과 의뢰인을 직접 접대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품위 유지하려는 또 영업을 싫어하는 변호사들의 성향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브로커 당사자들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변호사 사무실의 고용 불안정성과 저임금 등의 구조때문에 자신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본인들의 존재 당위성도 주장한다. 의뢰인의 수임료가 변호사, 브로커의 몫으로 양분되어 있음을 명시한다면 브로커에 대한 음지 이미지를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브로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법조계는 현재 영장실질검사, 국선변호 확대 등을 통해 브로커들의 활약을 제재하고 있으며 저자는 이에 덧붙여 전관변호사만 찾는 의뢰인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법조인으로 거듭나기 프로젝트 

약간은 우습지만 저자는 버니언의 신의 노여움을 두려워하는 한 기독교인이 갖은 고난을 겪고 천국에 이르는 과정인 천로역정에 빗대어 일반인들이 원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탈권위적인 법조인의 탄생을 위해서 팔로역정을 제안하고 있다. 이웃에 대한 배려 기억하기, 결혼을 위한 사법시험 도구화 피하기, 법조계 내부 대화 소통하기, 도제식교육에 변화 시도, 권위 벗고 일반시민 대하기, 업무량 조절, 적절한 수준의 수임료, 법조계 감시할 감시자 충실히 역할 수행. 위의 8가지는 개인과 현법조계에 문제가 있으니 서로의 각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면담자들의 내용을 상세히 읽어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법시험을 패스한 수재나 법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 8가지만은 기억하고 있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적겠으나 미미한 출발이라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니 조금이라도 약효가 발휘되었으면 한다. 

희망사항 1,2,3 

마지막으로 저자는 길게 얘기했지만  변화의 물결이 휩쓸기엔 너무나고 견고한 가족이라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찾은 희망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 첫째가 판검사 증원과 더불어 '경험 많은' 판검사를 확보해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 갖고, 시민이 바라는 것은 경험 많은 판검사가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전체 시스템과 맞물려 있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원만함과 가부장적인 상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희망사항은 시민들이 신성가족 장벽에 불안, 불만, 불신만 하지 말고 이를 해체시키려 노력해서 판검사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자기권리 지키려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판검사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사실 가장 강력한 희망사항은 강력한 '지혜와 용기'가 꼭 필요한 것이고 너무 일반인들에게만 힘든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인적으로 작가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글을 통해서 작가의 생김새를 만들어가고 있어, 문체가 착하고 부드러우면 작가의 생김새도 그럴 것으로, 문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면 작가의 이미지도 샤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글이 좀 더 빨리 읽히고 더 재미있다. 이게 독서를 재미있고, 즐겁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불멸의 신성가족>의 김두식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법조계 인물이라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으나 처음부터 그것하고는 거리를 두었다. 왜냐하면 이미지 창조에는 이름도 한몫을 하고 있음을 실토한다. 저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저자는 본인이 갖고 있는 법조계 인사의 이미지하고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제목에서도 확 느껴지는 법조계의 두텁고, 높은 벽이 저자의 차분하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문체덕분에 그렇게 두렵고, 높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일순에 따분하고 어려울 것 같던 법조계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관심있어짐은 순전히 작가의 이해심 많은 글솜씨 덕분이라고 하고 싶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단순히 통계와 주장이 아닌 면담자들의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구술이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다. 

*서평도서의 한 핏줄 도서 - <헌법풍경>김두식 (읽어보진 못했지만 읽어보고 싶어졌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로맨틱소설도 잘 읽지 않는 청소년들.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 p.38 그러나 우리 법조계가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 의해서 이만큼이나 깨끗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법조계는 언제나 특정한 사건, 외부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서 수동적으로 조금씩 변화해왔을 뿐입니다. 그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p. 147 법원 신성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사법시험이라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판사직 진입이라는 더 좁은 관문도 통과해야 합니다. 일단 이 관문을 통과하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청탁이 '순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p.216 '왜 법조인들은 잘못된 관행이나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가?' 

p.326 전화 한통 걸 데가 없다고요? 우리나라 국민의 85.8 퍼센트가 여러분 같은 입장입니다. 전화 한통 걸 곳이 있는 14.2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기껏 립써비스나 받으면 다행인 수준이니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전화 한통 해줄 사람을 찾기 전에 용기를 갖고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말을 붙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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