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을 리뷰해주세요.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람으로서 내부고발자적 냄새가 나지만 법조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과 법조계의 반론 사이에 존재하는 극명한 견해차이에 대해서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인지 궁금하여 양적연구가 아닌 질적연구(구술자 면담, 분석, 텍스트화)를 통해 대한민국 법조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우선 등장하고 있는 23명의 구술자들을 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 직원, 법원 국장, 신문기자, 경찰 간부, 대학원생, 건강식품대리점 운영자, 등 다양하다. 이들 중엔 변호사와 의뢰인 소개하면서 신성가족의 제사장이라고 생각하는 브로커도 있고, 법의 혜택을 받은 사람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만의 세상-타자,미지의 세계 

먼저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선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변호사를 100% 신뢰하지 않고, 변호사 선임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생각한다. 법률문제에 직면했을 때 '포기=지혜'라는 공식을 확신하고 문제를 공론화해봐야 개인적으로 입을 경제적, 시간적 피해가 크다고 보고 송사는 피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약자편에 불리한 구조로 대부분 서울대, 연고대 출신의 소수 배타적인 지배계급이 현법조계를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인맥확보 연구 결과로 볼 때 일반인들이 법조인을 알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실제로 법조계 인사와 인맥을 형성한 사람의 비율은 14.2%이고 그 반대의 입장은 85.8%로 사법은 일반인들에게 전적으로 타자의 세계, 미지의 세계로 자리하게 되었다.

우리들만의 세상- 패밀리 형성

당사자들인 판검사들은 어떨까?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치는 어떠하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성가족의 일원이 되기위해선 반드시 사법시험을 패스해야 한다.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모두 동등한 위치의 법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서열과 기수에 따라 상하구조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최고의 엘리트들은 법원행정처에 발령되어 보장된 성공의 길로 접어든다. 또한 사법연수가 끝난 후 스승과 제자 혹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빗댈 수 있는 도제식교육을 통해 재판기술, 세계관등을 전수받고, 일상에서까지 상하관계를 연장하여 불복종은 꿈도 꿀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에 지나치게 전관을 예우하게 되었으며 관행적 실비에 무감각화 되었고, 전관변호사가 형성한 평탄을 두려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충격적인 것은 현판검사들이 실비관행, 골프접대, 폭탄주문화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돈, 골프, 술 이 모두가 그냥 '거절 할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뿐 비판적인 사고는 시도조차 없으며 비리정도가 아닌 청탁은 재량껏 들어줄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실망감과 좌절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거절 할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 이유로 지금의 전관변호사들의 모습이 10~20년 후의 현판검사의 모습, 즉 판검사가 결국 변호사를 하게 되어있는 법조계의 구조때문이라고 말한다.

브로커의 세상 - 신성가족의 제사장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법조인사들은 다 알고 있으나 경찰이 수사를 하면 좀처럼 잡기 힘들다는 브로커들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라고 했던 면담자는 이를 의아해했다. 법원, 검찰 전현직 공무원, 경찰, 법무사, 세무사, 관제사, 대형로펌의 고문 등 매우 다양하며 서초동에 널리고 널린 것이 브로커라고 하는데 정작 수사를 시작하면 잡히는 브로커는 없단다. 신기하긴 신기하다.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브로커가 생긴 이유는 사건 의뢰인이 없으면 변호사사무실 유지 불가능이라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의 절박성과 의뢰인을 직접 접대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품위 유지하려는 또 영업을 싫어하는 변호사들의 성향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브로커 당사자들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변호사 사무실의 고용 불안정성과 저임금 등의 구조때문에 자신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본인들의 존재 당위성도 주장한다. 의뢰인의 수임료가 변호사, 브로커의 몫으로 양분되어 있음을 명시한다면 브로커에 대한 음지 이미지를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브로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법조계는 현재 영장실질검사, 국선변호 확대 등을 통해 브로커들의 활약을 제재하고 있으며 저자는 이에 덧붙여 전관변호사만 찾는 의뢰인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법조인으로 거듭나기 프로젝트 

약간은 우습지만 저자는 버니언의 신의 노여움을 두려워하는 한 기독교인이 갖은 고난을 겪고 천국에 이르는 과정인 천로역정에 빗대어 일반인들이 원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탈권위적인 법조인의 탄생을 위해서 팔로역정을 제안하고 있다. 이웃에 대한 배려 기억하기, 결혼을 위한 사법시험 도구화 피하기, 법조계 내부 대화 소통하기, 도제식교육에 변화 시도, 권위 벗고 일반시민 대하기, 업무량 조절, 적절한 수준의 수임료, 법조계 감시할 감시자 충실히 역할 수행. 위의 8가지는 개인과 현법조계에 문제가 있으니 서로의 각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면담자들의 내용을 상세히 읽어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법시험을 패스한 수재나 법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 8가지만은 기억하고 있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적겠으나 미미한 출발이라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니 조금이라도 약효가 발휘되었으면 한다. 

희망사항 1,2,3 

마지막으로 저자는 길게 얘기했지만  변화의 물결이 휩쓸기엔 너무나고 견고한 가족이라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찾은 희망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 첫째가 판검사 증원과 더불어 '경험 많은' 판검사를 확보해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 갖고, 시민이 바라는 것은 경험 많은 판검사가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전체 시스템과 맞물려 있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원만함과 가부장적인 상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희망사항은 시민들이 신성가족 장벽에 불안, 불만, 불신만 하지 말고 이를 해체시키려 노력해서 판검사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자기권리 지키려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판검사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사실 가장 강력한 희망사항은 강력한 '지혜와 용기'가 꼭 필요한 것이고 너무 일반인들에게만 힘든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인적으로 작가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글을 통해서 작가의 생김새를 만들어가고 있어, 문체가 착하고 부드러우면 작가의 생김새도 그럴 것으로, 문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면 작가의 이미지도 샤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글이 좀 더 빨리 읽히고 더 재미있다. 이게 독서를 재미있고, 즐겁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불멸의 신성가족>의 김두식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법조계 인물이라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으나 처음부터 그것하고는 거리를 두었다. 왜냐하면 이미지 창조에는 이름도 한몫을 하고 있음을 실토한다. 저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저자는 본인이 갖고 있는 법조계 인사의 이미지하고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제목에서도 확 느껴지는 법조계의 두텁고, 높은 벽이 저자의 차분하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문체덕분에 그렇게 두렵고, 높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일순에 따분하고 어려울 것 같던 법조계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관심있어짐은 순전히 작가의 이해심 많은 글솜씨 덕분이라고 하고 싶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단순히 통계와 주장이 아닌 면담자들의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구술이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다. 

*서평도서의 한 핏줄 도서 - <헌법풍경>김두식 (읽어보진 못했지만 읽어보고 싶어졌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로맨틱소설도 잘 읽지 않는 청소년들.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 p.38 그러나 우리 법조계가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 의해서 이만큼이나 깨끗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법조계는 언제나 특정한 사건, 외부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서 수동적으로 조금씩 변화해왔을 뿐입니다. 그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p. 147 법원 신성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사법시험이라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판사직 진입이라는 더 좁은 관문도 통과해야 합니다. 일단 이 관문을 통과하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청탁이 '순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p.216 '왜 법조인들은 잘못된 관행이나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가?' 

p.326 전화 한통 걸 데가 없다고요? 우리나라 국민의 85.8 퍼센트가 여러분 같은 입장입니다. 전화 한통 걸 곳이 있는 14.2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기껏 립써비스나 받으면 다행인 수준이니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전화 한통 해줄 사람을 찾기 전에 용기를 갖고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말을 붙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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