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각종 언론 매체에서 대체적으로 '대단하다'는 평을 끄집어냈던 작품이다. 작가는 미국 출신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으며, 사랑받기로 따지자면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폭넓고 수준 높은 인정과 사랑을 받았다. 작가는 노엄 촘스키와 같은 사상가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절대 강국인 미국을 비판적 시각에서 묘사하고 있어 '반미작가'라고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나는 잘 모르는 영역이므로 읽은 것을 단순히 옮길 뿐임을 밝힘)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어린 시절 사진가를 꿈꾸던 순수한 청년이었으나 지나치게 운이 좋은 탓에 월가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뒀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았고, 그가 사진이라는 고상한 꿈만 버리면 많은 유산에 기대어 살 수 있는 상당히 엄친아적인 환경에서 벤은 살고 있었다. 뜻을 함께 하던 여인은 독보적인 종군 기자가 되기 위해 가망없어 보이는 그를 떠나 나이 많은 편집자의 애인을 자처하며 떠났고, 그는 결국 월가의 아버지 곁으로 돌아와 성실한 변호사이자 금융업자가 되었다. 더군다나 그는 소설가 지망생인 아름다운 여인 베스를 아내로 맞이한다. 베스 역시 넉넉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엄친딸에 속한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들이 으레 그렇듯 그녀 역시 막연한 가난과 불행을 꿈꾸며 뭔가 불안 속에서 치열하게 살기를 꿈꾼다. 나 참, 철없는 영혼이라니....
어쨌든 벤은 연봉이 어마어마한 대단한 변호사이고, 베스는 그 어마어머한 연봉을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우아한 작가 지망생이자 두 아들의 엄마다. 이 우아하고 냉소적인 여인이 성실한 벤을 조롱하며 혼외정사를 벌인다. 그것도 평소 혐오하던 게리 서머스라는 인간과....
게리는 허영과 허세로 점철된 인간으로서 역시 사진가를 꿈꾼다. 매달 부모가 남기고 간 신탁유산 외엔 수입이 없는 게리는 궁핍하기 그지없는(특히 벤에 비할 때) 그저그런 예술가지만 베스는 그의 침대에서 벤을 욕하며 이게 진정한 삶이라고 말한다. (정신차려, 베스...게리는 그냥 무능한 유산상속자일 뿐이야)
벤은 우연히 둘이 나누는 진한 키스 장면을 목격하고 결국 (이것도 우연히) 게리를 죽이게 된다.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벤은 매우 침착하게 게리의 시체를 처리하고, 게리의 출생신고서 등을 가지고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떠난다.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라 게리 서머스로....법을 전공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를 깔끔히 처리할 수 있었으며, 유언장을 쓰고, 계약서 정리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매우 꼼꼼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이제 살인자 벤 아니 사진가 게리는 몬태나라는 작은 주에 들어가 은둔 생활 비슷하게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리 아니 벤은 이 작은 소도시에서 사진으로 매우 큰 성공을 거두어 개인 전시회는 물론 타임 등 주요 언론 매체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실력파 사진가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게리 서머스라는 이름으로 얻은 명성이다. 한마디로 가짜며 시한 폭탄이다. 성공한 게리 옆에는 앤이라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고, 결국 다시 한 번 게리 서머스가 자동차 폭발 사고로 사망처리 된 그 순간 앤의 도움으로 세 번째 삶을 시작하게 된다. 누가? 벤 브래드포드가...
491쪽이라는 만만찮은 분량이었지만 장르가 장르인만큼 지루하지 않게 잘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대단하다'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뭔가 주말 연속극 같은 소설이다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벤은 살인을 저지른 뒤 비밀이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진실인게 하나도 없을만큼 거짓 비밀만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매 순간순간이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불안했을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 그는 끝없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게 된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앤이라는 좋은 여자를 만나기는 했지만 그런 엄청난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듯 '그래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라는 문장들만 반복되는 그런 삶일 것이다. 음....비밀이 많은 자, 불행할지어다.
재미는 있었지만 내가 추구하는 소설에는 별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